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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크릿 세이 May 22. 2024

프롤로그_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날

괴로움에서 벗어나고 싶은 충동

문득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하고 있는 일이 잘 풀리지 않아 마음이 무거울 때, 직장에 얽매여 원하지 않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답답하게 느낄 때, 미래가 불분명하고 막막하게 느껴질 때, 현재의 삶을 되돌아보니 ‘이제까지 뭐 하고 살았나’하는 허탈감이 밀려올 때면 지긋지긋한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은 욕구를 느낍니다.


특히 직장에서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는 지금 처해있는 모든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은 충동을 강하게 느낍니다. 나의 무능함을 직면하면 마치 내가 쓸모없는 사람인 것처럼 느껴집니다. 왜 나는 일을 척척 처리하지 못하는지 스스로 자책하고, 비난하죠. 그러다 어느 순간 우울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견디기 버거운 부담감과 자책감을 벗어던져버리고 어서 빨리 홀가분해지고 싶어요.




이럴 때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복잡하게 얽혀 있는 모든 인연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아무런 생각도 하고 싶지 않을 때 여행만큼 좋은 것이 또 있을까요? 호주 워킹홀리데이와 산티아고 순례길을 떠났을 때 여행의 참 맛을 느꼈습니다.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웠던 달콤한 기억이 이번에는 사찰 템플스테이로 저를 이끌었습니다.


일상이 괴롭고 버거울 때, 삶에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을 때, 삶의 밑바닥까지 내려왔다 싶을 때면 어김없이 제가 찾게 되는 것이 있습니다. 나는 왜 태어났을까? 삶의 의미는 무엇일까? ‘생명’ 자체가 축복이라고 하는데 그것은 어떤 의미일까? 삶의 근본을 찾는 질문들에 답을 찾고 싶어 합니다. 기왕 생명을 얻어 태어났으니, 삶의 의미는 알고 난 후에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삶의 의미를 알아야만 현재의 고통스러운 삶이 억울하지 않을 것 같아요.


이처럼 삶의 근본을 찾아 헤매는 멈출 수 없는 호기심이 저의 독특성입니다. 모든 사람이 저처럼 삶의 의미에 대해 강렬한 호기심을 안고 살아가는 것은 아니더라고요. 또 호기심이 있다고 하더라도 저처럼 호기심을 해결하는데 진심으로 발 벗고 뛰어들지는 않더라고요. 하지만 저는 모든 것을 내려놓더라도 삶이란 무엇인가,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 알고자 하는 욕망을 절대 내려놓을 수가 없어요. 


저는 부러운 사람들이 있습니다. 삶에 감사하며 살아가는 사람, 삶을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항상 부럽고 그들이 삶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궁금해요. 저도 그들처럼 삶에 감사하며 행복하게 살아가고 싶거든요. 특히 편안한 표정과 여유를 가지고 살아가는 스님들의 삶이 궁금해서 사찰 템플스테이를 10박 11일 떠나기로 했습니다.




직장을 그만두면 미래가 불안하지 않냐 고요? 

당연히 불안하죠. 어떠한 선택을 할 때는 자신의 성격이나 환경 등 여러 가지 조건이 맞아떨어져야 하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미래의 불분명한 불안보다 현재 상황이 훨씬 더 괴롭다면? 현재 괴로운 상황 보다 미래의 불안이 훨씬 더 크다면? 책임져야 할 가족이 있다면? 또는 없다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조건에 따라 선택이 달라지지 않을까요?


저는 성격상 미래의 불안을 크게 느끼지 않는 편이에요. 신체 건강하고 밝은 성격이라 어디서든 제 한 몸 빌어먹을 능력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런 생각을 하며 살아가고 있으니 직업을 7번 이상 바꾸면서도 살아남았지 않을까요? 지금 직장을 그만두더라도 곧바로 이직이나 전직을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어요. 다만 현재 연봉보다 낮춰서 직장을 옮겨야 한다는 잠재적 위험은 감안해야 하겠죠. 

저는 괴로운 것을 참는 것보다는 낮은 연봉을 선택하는 성향이에요. 한번 사는 인생인데 억누르고 참기만 하고 괴로운 인생만 사는 건 너무 억울하잖아요. 물론 전직을 자주 해서 전문직으로 살아남는 것은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보다는 나와 세상을 알고자 하는 욕구를 훨씬 더 강하게 느끼며 삶을 살아가는 담소의 템플스테이 이야기 지금부터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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