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타임'을 보면서...

자본주의의 숨겨진 얼굴

by 시종여일

영화 '인타임'에서는 사람들의 삶이 철저하게 구역별로 나뉜다. 가장 높은 계급의 사람들은 여유롭게 살아가며, 낮은 구역의 사람들은 하루하루 생존을 위해 발버둥친다. 그런데 이 모습이 꼭 먼 미래의 디스토피아처럼 느껴질까? 아니다. 이는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의 자본주의 현실과도 닮아 있다. 사람들은 수명을 늘리기 위해,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하지만, 결국 체제 안에서 주어진 룰을 받아들이고 살아갈 뿐이다.


수명을 늘리는 사람들, 돈을 좇는 현실

인타임 속 인물들은 필사적으로 수명을 연장하려 한다.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특정 시스템 안에서 인정받아야 하고, 이를 위해 기꺼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진다. 하지만 이것이 단순히 영화 속 이야기일까? 현실에서도 사람들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더 나은 직장을 얻기 위해, 더 안정적인 삶을 위해 끊임없이 경쟁하고 노력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경쟁이 공정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누구도 체제를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불합리를 학습하고 체제에 순응하는 데 익숙해진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수명은 단순한 생물학적 개념이 아니다. 부유한 사람들은 더 나은 의료 서비스를 받고, 더 건강한 음식을 먹으며, 더 깨끗한 환경에서 살아간다. 반면, 가난한 사람들은 기본적인 건강관리조차 어렵다. 마치 영화 속에서 수명을 돈으로 사고파는 것처럼, 현실에서도 돈은 삶의 질과 직결된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자신의 수명을 늘리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그것이 체제의 일부라는 사실에는 의문을 가지지 않는다.


순응하는 사람들, 학습된 체제의 불합리

더 놀라운 것은, 누구도 이 체제를 근본적으로 바꾸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영화 속 사람들은 자신의 구역을 바꾸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주어진 환경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으려 할 뿐이다. 현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는 모두 자본의 계층화 속에서 살아간다.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들은 더욱 가난해진다. 그 불평등한 현실을 보며 분노하는 대신, 우리는 어떻게 하면 그 안에서 살아남을지를 고민한다.
교육 시스템은 이 구조를 더 강화한다. 학생들은 체제의 모순을 인식하고 비판하기보다, 그 안에서 살아남기 위한 법칙을 배운다. 좋은 성적을 받고,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직장을 얻는 것이 성공의 길이라고 믿는다. 마치 영화 속 사람들이 주어진 시스템을 받아들이듯, 우리는 자본주의의 룰을 배워 따르는 것이다. 어느 순간, 불합리한 사회는 우리가 학습한 ‘당연한 것’이 되어버린다.


우리는 탈출할 수 있을까?

인타임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사람들이 이 체제에 저항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들은 오로지 주어진 환경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우고,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그리고 이는 우리 사회와 너무나 닮아 있다. 불합리한 구조를 바꾸려 하기보다, 그 속에서 적응하고 살아남으려 한다.
하지만 정말 그것밖에 길이 없을까? 영화 속 세계가 디스토피아로 보이는 이유는, 그것이 극단적인 모습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도 비슷한 시스템 속에서 살고 있다면, 언젠가 우리의 현실도 디스토피아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더 늦기 전에, 우리는 이 체제가 정말로 공정한지,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이 옳은지 질문해야 한다. 인타임이 그저 영화가 아니라, 우리의 현실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숨 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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