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에 한번은 헌법을 읽어라》를 읽
최근 우리나라에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정치적 상황들을 지켜보며 문득 궁금해진다.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을까? '거짓말은 나쁘다'는 3살 아이도 아는데 왜 어른들의 세계에서는 이 간단한 원칙이 흔들리는 걸까?
어느 조직이나, 어느 사회나 규칙과 법은 명확하고 훌륭하다. 단지 그것을 집행하는 자가 어리석을 뿐이다. 하지만 모든 사항을 법에 명시해 둘 수는 없다. 그게 법의 한계다. 행간의 그 애매한 부분을 똑똑한 사람들은 정말 잘 파고든다. 상식?! 그건 법원에서 판단할 몫이다. 상식에 반하더라도 법 조항에 애매한 부분이 있다면 개정하기 전까지는 어쩔 수 없다. 그리고 상식은 모든 사람이 똑같은 것이 아니다. '800원을 횡령한 버스기사의 해고 판결'처럼 누구는 심했다고 하고, 누구는 원칙대로 해야 한다.
이런 생각이 들 때 《일생에 한번은 헌법을 읽어라》를 읽어보자 다짐했다. "그래, 국민이면 당연히 헌법을 한번 정도는 공부해봐야지!" 그런데 내가 법과 관련한 업무를 해서 그럴까? 읽으면 읽을 수록 직장에서 일하는 것 같았다. 법 몇조 몇항 몇호! 읽을수록 업무를 하고 있는 듯했다. 아마 그래서 읽을 때 더 힘들었는지도 모르겠다.
[대한민국 헌법] 전문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ㆍ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ㆍ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게 하여...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하면서... 개정한다. (1987년 10월 29일) - p14-
대한민국 헌법의 전문은 헌법 제정의 역사적 과정, 목적, 헌법 제정권자, 헌법의 지도 이념이나 원리 등을 규정하고 있다. 헌법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법에서 공포이유, 개정 목적 등을 기록한 전문은 법리 해석의 근간이 되므로 상당히 중요하다. 책을 읽을 때 프롤로그나 목차를 읽지 않고 본문부터 읽는 나지만, 법조항만큼은 연혁, 개정 이유를 꼼꼼하게 챙겨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헌법 제1조에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되어 있다. 책에서는 국가권력은 가장 강력한 힘으로, 국민에게 복종할 것을 요구한다고 기술했다(p15). 이와 같은 국가권력이 정당한 이유는 그 권력이 주인인 국민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수의 뜻이 국가 의사로 수용되는 현실에서 다수의 뜻이 항상 옳은 것만은 아니다. 결국 다수의 의견은 소수에게 자신들의 의견을 강요함으로써 폭력성을 나타내게 된다. 사람들은 상식적으로 옳은 것을 선택할 것으로 보이지만, 저마다의 경험이 다른 것처럼, 모두의 상식이 하나로 규정되지는 않는다. 더불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상식을 저버릴 수 있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또한 강력한 권력을 가진 누군가에 의해 국가 권력이 사유화될 수도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모든 국민이 자유롭고 평등하게 자신의 의견을 펼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열린 마음으로 서로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소통해 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헌법 제9조에는 '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공동체 의식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공동체는 다양성과 포용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는 듯하다. '우리가 남이가?' 말처럼 인간은 어디에 소속되어 있을 때 편안함을 느낀다. 이 '우리'라는 울타리에서 튕겨져 나갈까 봐 자신의 신념과 가치관에 반하는 행동을 하고, 나와 의견이 다른 누군가에게 배타적이고 폐쇄적인 행동을 할 수 있는 것이 인간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어느 조직이나 어느 사회나 규칙과 법은 명확하고 훌륭하다. 단지 그것을 집행하는 자가 어리석을 뿐이다. 우리가 국민으로서 현명한 판단력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모든 법은 누군가 그것으로 이득을 본 이가 있기 때문에 만들어졌다는 것을 잊으면 안된다.
법은 정말 동전의 양면 같다는 것을 많이 느낀다. 모든 사람이 만족하는 법은 없다. 공정하고 형평성 있게 법을 집행한다고 해도 선의의 피해자는 있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내 경험상 법이 엄격 할수록 소위 없는 사람들이 더 피해를 본다. 그렇다고 법을 융통성 있게 적용하면 재량남용에다 법을 우습게 아는 사람들이 판을 치게 된다.
책을 읽었지만 명쾌한 결론이 나지 않는다. 마음이 더 무겁다. 하지만 이런 고민을 하는 것 자체가 의미 있지 않을까. 민주주의는 완벽한 제도가 아니라 끊임없이 발전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했다. 내가 헌법을 완전히 안다고 내가 나답게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헌법이 흔들릴 때 삶의 중심을 잡아주는 것도 아닐 것이다.
그래도 적어도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우리가 추구해야 할 방향이 어디인지는 알 수 있지 않을까. 완벽한 세상은 없겠지만, 조금씩이라도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노력만큼은 포기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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