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이 두들겨 맞은 것처럼 아팠다. 살자고 한 운동인데 이러다 죽는 건 아닐지 걱정이 될 정도였다. J는 지난 2월 필라테스를 배우기 시작했다. 사원증 재발급을 위한 증명사진을 찍으러 간 날, 오른쪽 어깨가 상당히 내려갔다는 얘기를 들었다. 실제로 증명사진 속 J의 어깨는 눈에 띌 정도로 기울어져 있었다.
'헉, 이건 아니다.'
지금 교정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사실 교정되지 않아도 좋다. 지금보다 더 악화되지만 않으면 괜찮았다. 1대1 레슨은 비용이 많이 들었지만, 배드민턴을 10년 넘게 한 경험으로 운동에서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잘못된 자세로 운동을 하면 안 하니만 못했다.
처음 체육관에 간 날, 몸 여기저기에 스티커를 붙이고 사진을 찍었다. 배드민턴이 한쪽으로 하는 운동인데다, 부상을 많이 당했던 터라 몸의 균형이 틀어진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심한 줄은 몰랐다. 거북목도 심하고, 어깨도 많이 처져 있었으며, 엉덩이 중심도 맞지 않았다.
평소에 잘 쓰지 않던 근육을 사용해서 그런 걸까? 필라테스를 하고 나면 몸살을 한다. 배드민턴을 할 때는 팔과 다리에 집중된 통증이 있었지만, 필라테스는 전신이 두들겨 맞은 듯이 아프다. 몸은 노곤하고, 의욕조차 생기지 않는다. 지난 시간에는 도중에 다리에 쥐가 나서 한동안 움직이지를 못했다. 지금도 살짝만 힘을 줘도 종아리 근육이 단단히 굳어버린다. 배드민턴을 배울 때 코치님으로부터 몸이 너무 뻣뻣하다고 부상 조심하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역시나 필라테스 강사님도 같은 말씀을 하신다.
“에구~ 이놈의 통나무! 몸치에 박자치까지!”
배드민턴을 너무 열정적으로 했던 것 같다. 하긴 운동하러 다닐 때, 주변 사람들이 '저러다 회사 그만두고 태능선수촌에 들어가는 거 아냐?' 하고 놀릴 정도였으니, 할 말이 없다.
그래도 배드민턴만 생각하면 J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무언가지를 그렇게 열심히 했다는데 자신이 대견스러웠다. 새로운 사람도 많이 만났고, 대회 나간다고 여러 지역을 다니기도 했다. 사람 많은 곳은 무조건 싫어한다고 생각했었는데, 같은 취미, 같은 열정을 가진 사람들과의 모임은 언제나 즐거웠다.
배드민턴 대회라도 하는 날이면 체육관에 돗자리를 깔고, 준비한 음식을 클럽 사람들과 먹고 마셨다. 마치 국민학교 운동회같았다. 3등안에 들면 손등에 찍어주는 스탬프를 받기 위해 악착같이 뛰었었다. 성인이 된 지금, 그때의 열정을 배드민턴에 쏟고 있었다. 선수들의 열기와 응원객들의 환호로 가득찬 체육관에서 파트너와 같이 뭔가를 해냈다는 성취감이 J를 들끓게 만들었다. 대회에서 받은 상품은 찬조품으로 척척 내놓을 때의 뿌듯함이란! 배드민턴을 그만둔지 5년이 되어가지만, J는 가끔 그때의 열기가 그리웠다.
지금 이렇게 몸이 아픈 건 영광의 상처일까? 필라테스를 시작한 지 얼마 안되어인지 아직까지 눈에 띄는 몸의 변화는 없다. 몸의 틀어짐이 심한만큼 교정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듯 하다. 하지만 괜찮다. 지금 몸이 이렇게 틀어진 게 과거의 흔적이라면, 그 또한 열심히 살아온 흔적일 것이다. 다만 이제는 좀 더 균형 있게 걸어가야겠다고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