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문장을 이해한다는 것

by 조카사랑

수험영어만 공부했던 나에게는 문제의 정답만 맞추면 되는데 굳이 정확한 해석이 왜 필요한지 이해할 수가 없었

외국 작가의 책을 읽다보면 우리나라에도 분명 비슷한 상황이 있는데 다른 의미로 해석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여자들이 친구와 손을 잡고 다니는 경우가 많지만, 외국에서는 동성애자로 간주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판타지 소설을 좋아하는 나의 입장에서 판타지 소설을 처음 읽을 때 헷갈렸던 부분이 동일하게 명명하지만 생김새가 다른 생물체를 이해해야하는 경우였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DRAGON(용)"이다. 내가 아는 용은 엄청 큰 뱀처럼 날개가 없고, 미끈하고 긴 몸을 가지고 있고, 큰 강의 물줄기처럼 구불구불한 형태로 승천하는 모습이었다. 이런 움직임을 《Dragon Masters #1》에서는 수영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표현했다.


How Shu flies very much like how one swims. (출처: 《Dragon Masters #1》 p.46)


이 문장을 읽고 어쩜 이렇게 동양의 용이 나는 모습을 잘 표현했을까 감탄했었다.


반면 서양의 "DRAGON"은 큰 날개가 달려있고, 몸통도 엄청 크며, 입으로 불을 뿝는다.(대부분의 드레곤이 그랬다.) 동양의 '용(龍)'과 서양의 'dragon'은 생김새뿐 아니라 상징, 성격, 문화적 의미가 다른데, 'dragon'으로만 칭하니 책을 읽으면서 웬지 모르는 괴리감을 느낀곤 했었다.


챗GPT에서는 이런 문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The dragon is a symbol of our people.” → "용은 우리 민족의 상징이다."


이렇게 번역하면 혼동 여지가 있다고 문화를 반영하고 더 정확한 해석을 위해 아래 문장처럼 표현하라고 했다. 새로 제시한 문장은 동양의 용이 나타내는 신화적인 요소가 잘 드러나서 마음에 들었다.


“The Korean dragon (yong), symbolizing power and harmony, is central to our cultural identity.”


덧붙여 《삼국유사》나 《화엄경》 번역 등에서는 보통 "dragon (yong)" 같이 병기하거나 “East Asian dragon”이라는 식으로 문화적 구분을 분명히 한다고 하니, 이렇게 또 하나를 배우게 된다.


이런 문제는 사람마다 저마다의 개성이 있듯 내가 아무리 영어지식이 많아진다고 해도 어느 정도의 간극은 존재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 간극을 조금이라도 좁히기 위해 더욱 열심히 공부를 하는 수밖에 없을 듯하다.


다음의 문제는 바로 '명확한 해석'이었다. 영어 관련 글을 쓸 때 몇번 언급한 적이 있지만 나는 '명확한 해석'이 어떤 걸 말하는지 모르고 있었다. 조카에게 과외를 받을 때도, 유튜브 영상을 볼 때도, '대략적인 내용만 알면 되는 거지, '정확한 해석'은 또 뭐야?'하고 속으로 짜증내기 일쑤였다.


'그래서 나보고 어떻게 하라고?'


방법론을 중시하는 내게 문제를 던져주고 '알아서 답을 찾아봐라'라는 방식은 불신만 안겨줬다. '그건 원래 영어를 잘하는 사람들이나 하는 거고, 수험영어만 공부했던 나에게는 문제의 정답만 맞추면 되는데 굳이 정확한 해석이 왜 필요한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20년 넘는 직장생활에서 개조식 문장으로 보고서를 쓰다보니 '주어+목적어+서술어'의 완전한 문장을 표현하는 것이 너무 어려웠고, 특히 두 세개의 개조식 문장으로 서술어가 포함된 완전한 문장으로 연결하는 것이 너무나 힘들었다.


다행히도 이러한 습관은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150년 하버드 글쓰기 비법(송숙희, 유노북스, 2022)》에 보면 아래와 같은 문단이 있다.


문장은 생각을 담아내는 그릇에 따라 의미가 달라집니다. 문장이 미흡하면 생각도 미흡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생각을 정리하는 단계부터 완전한 문장에 생각을 담아 버릇해야 합니다. 그래야 구체적이고 명료하게 생각하게 됩니다. 완전한 문장이란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미흡함이 없도록 기본 성분인 주어, 서술어, 목적어를 갖춘 상태를 말합니다. 직장 생활을 하며 요점만 전달한다는 구실 아래 키워드 몇 개를 엮어 쓰는, 이른바 '개조식 문장 쓰기'에 습관이 굳어지면 생각도 매번 엉성하게 합니다. 그러면 생각 한 줄 하기 어렵고, 문장 한줄 제대로 쓰기도 어렵습니다. - <150년 하버드 글쓰기 비법(송숙희 저)> -


영어공부만 계속했다면 이해하지 못했을 것을 글쓰기 관련 책에서 이해의 실마리를 찾게 되었다.


이때부터였지 싶다. 내가 영어문장 해석이든 글쓰기 문장이든 완벽한 문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것이. 이 뒤로 나는 영어문장을 해석할 때도 완벽한 문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정확하게 한 문장으로 완성되지 않는 문장은 내가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받아들였다.


그래서 지금은 어떻게 하냐고? 입으로 해석을 되뇌이고, 손으로 해석을 적는다. 앞에 나왔던 아래 문장을 예로 들어보자.


How Shu flies very much like how one swims. (출처: 《Dragon Masters #1》 p.46))


모르는 어휘는 없다. 'HOW'가 '~하는 방법'으로 해석되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럼 평소의 나라면 아래와 같이 해석하고 넘어갔을 것이다.


"Shu가 나는 방법은, 비슷하다, 수영하는 방법과" → 무슨 말인지 이해(!)는 되니까 패스!


하지만 정확한 해석을 한다면 "Shu가 나는 방법은 사람이 수영하는 방법과 매우 비슷하다."가 맞다.


물론 모든 문장이 한번에 이렇게 정확한 해석이 되는것은 아니다. 그리고 모든 문장을 이렇게 손으로 정확한 해석을 적지도 않는다.


그럼 어떻게 하면 될까? 나이들어서 뭔가에 도전해서 좋은 점은 욕심이 적다는 것이다. 시간이 많이 걸리고, 진도도 늦어서 답답하긴 하지만 그래도 괜찮다고 스스로 달랠 아량이 생긴다.


외국어 공부를 할 때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는 부분이 '단어장'을 만들어야 하는가 일 것이다. 많은 영어공부 관련 블로그나 동영상에서도 이 부분을 언급했고, 나 또한 영어 공부를 할 때마다 고민했었다. 단어 카드도 만들어보고, 영어원서마다 작은 노트를 따로 마련해 정리도 해봤다. 하지만 정리하는 데 시간도 많이 걸리고, 정리해봤자 제대로 활용하지도 못했다. 늘 한두 번 시도하다가 금세 흐지부지 포기해버렸다.


별도의 단어장을 만들어도 다시 본 적이 없어서 원서에다 바로 뜻을 적어둔 적도 있었다. 하지만 책에 줄 긋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 내가, 글자가 가득한 책을 보려고 하니 원서에 적힌 손글씨만 봐도 답답함에 숨이 막혀왔다. 《어린 왕자》, 《에드워드 튤레인의 이상한 여행》, 《크리스마스 캐롤》. 책에 한글로 뜻을 적어두었다가 마무리도 못한 책들만 늘어갈 뿐이었다.


[50대 영어원서 도전기]를 시작하면서 가장 크게 고민한 부분도 단어장이었다.

‘단어장을 어떻게 할까? 만들까? 말까?’ 인터넷으로 ‘영어단어 정리방법’을 검색해보고, 유튜브 영상도 찾아서 읽어봤다. 하지만 모두 한번씩 했던 방법들이었고, 다시 한다고 해도 실패할 확률이 많았다.

'그래도 단어장을 만들긴 해야겠지?' 그래서 내가 가장 오래 실천했던 단어 정리 방법을 선택했다. 중고등학생 때 사용했던 단어장 정리방법! 애용하는 'A5 옥스퍼드 노트'를 꺼내들었다.(중고등학생때는 연습장을 반으로 접어서 사용했었다) 'A5 옥스퍼드 노트'는 독서노트 작성할 때도, 일기를 쓸 때도 사용하는는 나의 최애 노트다.


지금부터 내가 단어장 만드는 방법 및 영어원서 읽는 방법을 말해보겠다.

나는 처음 영어원서 읽을 때 단어 노트를 만들지 않는다. 이러한 방식은 나의 공부 방법과도 같았다. 나는 학교 공부를 할 때 처음부터 끝까지 교재를 먼저 훑어보았다. 통독인 셈이다. 두번째 교재를 볼 때 교재를 꼼꼼하게 본다. 정독이다. 세번째 볼 때는 정리 노트를 만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교재와 정리노트를 펼쳐놓고 정리되지 않은 부분이나 누락된 내용을 확인한다. 이렇게까지 하고 나면 교재는 책장에 꽂아두고 이제는 정리노트만 본다. 시험의 중요도에 따라 추가 과정이 있기는 이 과정은 내가 제대로(!) 공부할 때 항상 거치는 과정이다.


영어원서 읽을 때도 비슷한 과정을 거친다. 먼저 영어원서를 전체적으로 읽는다. 챕터북이라 단어를 몰라도 대략적인 줄거리는 파악할 수 있다. 그런 다음 두 번째 읽을 때 영어원서를 한 챕터씩 읽고 오디오 북을 같이 듣는다. 이때 제대로 해석이 되는지, 이미지 연상이 되는지 확인한다. 세번째 읽을 때 단어 정리를 한다. 이때 뜻을 모르는 단어는 사전을 찾아보고, 영어 단어 옆에 발음을 적는다. 학생때는 영어발음기호를 적었다면 지금은 한글로 적는 것이 다를 뿐이다. 어차피 내 귀에 들리는 소리대로 발음할 수밖에 없으니 그게 더 효과적이었다.


이때 문장을 읽고 정확한 이미지가 그려지지 않는 문장도 같이 적는다. 모르는 단어는 없는데 해석이 애매한 것들은 파파고나 챗GPT에 입력해서 확인한다. 챕터북이라고 해도 생각보다 이러한 문장이 많았다.

《Dragon Masters #1》 속 한 문장을 예로 들어 보자.


She marched up to the horse.(출처: 《Dragon Masters #1》(p.3))

Drake의 어머니가 Drake를 궁으로 데려가려는 말탄 병사에게 다가가는 장면을 표현한 문장이다. 'march'를 '행진하다'라는 뜻이라는 것을 알고 있던 내게 이 문장의 정확한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파파고와 챗GPT에 해석해 달라고 했고 챗GPT의 해석이 더 정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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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단어정리가 끝나면 '하루 한 문장 해석 노트'를 작성한다.


이는 이번에 처음 시도해 보는 방식으로 그날 정리한 단어장에서 정확한 해석이 어렵던 한 문장을 발췌해서 챗GPT에 문장구조분석과 정확한 해석을 해 달라고 한다. 챗GPT에서 나온 내용을 노트에 별도로 정리하고 뒷장은 간단한 영어에세이를 작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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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에세이라고 해서 뭔가 그럴듯한 주제를 적지는 못한다. 이제껏 적은 걸 보면 거의 일상이다. 몇 시에 일어났고, 일어나서 뭘 했고, 내 취미는 뭐고. 그래도 비문이 가득하다. 이렇게 '하루 한 문장 해석 노트'까지 작성하면 그날 해야 할 분량은 마친다.


처음에는 매일 영어공부를 하겠다고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글도 써야 되고, 책도 읽어야 되고, 그림이며, 운동이며, 매일매일 해야 할 일들이 있다보니 벅찼다. 그래서 일주일에 3번만 하자고 정했다. 최소한 이틀에 한번은 하는 걸로. 하는 시간도 한번에 30분~ 1시간 내외로 한다. 욕심을 부려 많이 하다보면 다른 일정에 차질이 생기고, 하다가 지치기도 했다.


이렇게 해서 언제 영어를 마스터하나 싶겠지만, 이젠 나는 '영어 마스터'가 목표가 아니다. 영어 원서 읽기는 어느새 숙제가 아닌, 내 하루의 소소한 기쁨이 되었다. 단어 하나에 머무르고, 문장 하나에 멈추는 그 시간이 좋아졌다


공부 방법에 대해 적다보니 글이 많이 길어졌다. 다음 글에서는, 어떻게 영어가 ‘놀이’로 바뀔 수 있었는지를 이야기해보려 한다. 아무리 50대라도 놀 때는 유치하다. 유치해도 괜찮다. 진짜 즐거운 공부는, 바로 그 유치함에서 시작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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