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더
살아야 할 이유
내일은 좋은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니까 :)
Habibi
حبيبي
아랍권에서 사용되는 단어로, 사전적 설명에는 '나의 사랑'의 의미로 설명되어 있었다. 'Habibi' (حبيبي) is an Arabic word that literally means 'my love' (sometimes also translated as 'my dear', 'my darling', or 'my beloved'. 'Habibti' (حبيبتي) is the female counterpart of 'Habibi'.
그러나 그녀가 사용하는 의미는 'Babe' 에 가까운 것 같았다. 두 단어가 비슷하게 섞여 쓰였기 때문이다.
신기하게도 19살의 그녀에겐
그가 무척 귀여운 모양이었다.
화요일, 수요일, 목요일, 금요일
그는
그녀의 수 많은 음성을 듣고
하루 동안 두 사람이 주고받을 수 있는
텍스트 양의 한계가 궁금할 만큼
무수하게 쏟아지는 메세지들과
충분한 통화를 나누며
비가 억수로 쏟아지던 날
물 웅덩이 가득한 운동장에서
남자 아이들과 축구를 하고
한 겨울 추위가 극심한 날
미친척 친한 친구와 둘이
반팔 반바지를 입고 등교를 하고
좋아하는 그녀가
저 멀리 슬쩍 나타나기만해도
망부석처럼 굳어버리던
하루종일
정신없이 쏘다녀 매달 한 번씩
실내화와 실내화 주머니를 잃어버려
"100개를 사주면 졸업하겠지..."
말씀하시던 부모님 대화를 엿들었던
참으로 대책없는 소년이었던
학창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다.
잠든 그에게
모로코 시간 저녁 9시
한국시간 새벽 5시에 울리는 전화
아기같은 그녀의 목소리
그녀는 알고 있을까
이미 꿈 속에서 그녀를 꿈꾸고 있었음을
그에게 영혼을 바쳐 줄
어떠한 그녀를 기다리며
일하며 잠드는 그이기에
그녀라면 그의 모든 시간
그 어떠한 시간도 실례될 수 없음을
그녀가 아무리 뜨겁게 사랑해도
아무리 많이 메세지를 보내도
그의 뜨거움과 그가 쏟아낼 수 있는
텍스량에는 한 없이 미칠 수 없음을
그녀가
보내는 단순한 메세지 하나와
웃음을 담은 전화 한번 한번이
그에게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임을
그녀는 알고 있을까
그는 그녀에게 설명해주었다
19살의 그녀는
그의 상상 이상으로
그가 그녀를 사랑하는 것보다 더 많이 더 뜨겁게
그를 사랑한다 자신한다
그러나 그는 잘 알고있다
그 누구도 자기 자신만큼은
뜨거울 수 없음을
그는
사랑스러운 작은 불덩어리인
19살 그녀의 마음이 고맙다
얼마든지 :)
사랑스러운 작은 불덩어리인 그대여
얼마든지 더 뜨거워주게
할 수 있는 한 그대의 모든 뜨거움으로
이곳은 태초부터 마그마이니
그 한계와 제한이 없다네
2024.05.24
그 날이 꿈엔들 잊힐리야
영혼은
그토록 찾아 헤매였다.
참지 않고 마음껏 사랑을 쏟아 부어도
그만큼 더 큰 사랑을 쏟아 부어줄 이를,
작은 불빛을 믿고 감정의 명령에 따라
용감히 절벽 아래로 뛰어내릴 수 있는 이를,
흰 종이 같이 순수한 아이처럼
좋아하는 이를 보곤 두 팔을 활짝 펼쳐
달려가 안기며 마음껏 사랑한다
외칠 수 있는 이를,
영혼은
그런 이를 만난 순간,
구원받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가 살면서 만났던
그 어떤 누구보다
용감했던 여인은
19살의 여인이었다
로미오와 줄리엣을 써냈던
셰익스피어를 떠올리며
그가 다시 한 번 감탄했던 것은
그가 10대들의 피에 담긴 본질을
통찰해냈기 때문이었다
10대 아이들의 피가 이끄는
격정적이고 감정적인 사랑들은
때론 죽음까지 닿아있어
말리기 쉽지 않고
거기엔 이성적 계산이 낄 자리가 없다
그 아이들에게
왜 서로를 사랑하는지
서로 알게 된지 얼마나 되었는지
물어봐도 아무 소용이 없다
그 아이들은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우리 둘이 서로를 만났잖아요"
세상엔 아이들만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믿음의 광활한 세계에는
이와 비슷한 영역이 있다
믿음은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것과 비슷하다
허공으로 몸을 던지면
받아준다고 누군가 말했다 하자
그 말을 믿고
그대는 절벽 아래로 떨어질 수 있는가?
그것이 악마의 음성인지? 신의 음성인지?
그것이 시험인지? 믿음인지?
신에게 생을 통째로
완전히 던지는 것은
그와 같은 일이다
그것은
종교생활이나 종교시설에
열정적으로 또는 신실하게 다니는 것과는
조금 다른 영역의 일이다
그것은
생 전체를
절벽 아래로 집어 던져본 이들만이
절벽 아래로 떨어지면서
알게 되는 영역이다
그런 믿음의 영역이 있다
거기엔 누구도 잘 알지 못하는
신과 인간 사이에 생기는
그 어떤 관계가 있고
지옥의 불같은 무서운 사랑이 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무엇을 해도
현재 어떠한 길을 가고 있어도
그와 그분의 관계가
그리 유치하고 틀에 박힌
관계가 아님을 알고 있었다
심지어 그가 무슬림이 되어도 말이다
두 존재의 관계는
두 존재만이 아는 영역인 것이며
그것은 서로를 믿고
절벽으로 떨어져 본 이들만 아는 세계이다
19살의 여인은
단 하루 만에
더 많은 것을 줄 수 있다
처음이라는 것이 그렇다
처음 해보는 연애가 그렇고
처음 해보는 사랑은 더 그렇다
겁이 없고 제한이 없다
절대적이고 영원하고 유일하고 그것이 전부다
세상의 거절을 당해본 적 없는 아기들이
온 세상이 자신에게 인사해주고
온 세상이 자신을 사랑해줄거라 믿으며
밝은 얼굴로 인사를 건네듯이
아이들은
어른들이라면 결코 할 수 없는
무서운 약속들을 할 수 있다
그것을 지킬 수 있고 없고를 떠나
그러한 약속들을 주고받아 볼 수 있는
이들은 축복받은 이들이다
이 세상 그 어느 누구도
그러한 고백들을 더 이상은 주고받지 않는
성숙한 세상이 온 것인가?
사랑에 빠졌을 때조차
그러한 고백을 할 수 없다면
도대체 그러한 고백은 언제 할 것인가?
너무나 짧은 시간
살다 죽는 생명으로서
영원히 그 누구에게도
그러한 고백을 할 수 없다면
시는 왜 존재하며 노래는 왜 부르는가
나는 결코
19살 그녀의 용감한 고백을
잊지 않고 가볍게 여기지 않는다
왜냐하면 나 자신이
어린아이의 무서운 고백을 하고
그 무서운 고백을 따라
무섭게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냥 어린아이처럼 믿고
절벽 아래로 떨어지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19살 그녀는 진지했고
무서운 약속을 하나 요구했다.
지킬 수 없을 불가능한 요구였다.
그 아침 7시
휘트니스 러닝을 하러
올라가는 계단에 서서
그리고 오늘 하루 종일
참 겁 없는 두 아이들은
하루종일 참 겁 없는
이야기를 주고 받았고
그리고 겁없는 약속들을 맺었다.
그는 하루 동안
앞으로 묵직해지고
진지하게 일에 임해야하고
가장으로서 신중한 지혜를
발휘해야한다는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위로부터 다시 한 번
초월적인 힘을 끌어와야 하는가를
고민했지만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자기 자신의 힘으로
육체 그대로의 모습으로
묵직한 사람이 되어가고 싶었다
세속적인 삶을 살기로 했기에
더 이상 위로부터의 힘을 구하고
초월적인 힘을 빌려
삶을 살고 싶지는 않았다
그는 평소대로
오직 육체로
인간 스스로로 살기로 했다
화요일 수요일 목요일 금요일
4일이면 마음이 맞은 아이들이
겁없는 약속을 하기엔
충분한 시간인지도 모르겠다
19살 모든 것이 처음인
모든 것으로부터 보호된
아랍 모로코의 한 여인은
참 순수했다 놀라울만큼
살면서 처음이었다
그런 고백을 내가 아닌 상대에게서
그리고 나의 고백에 동일한 고백을
그렇게 겁 없이 답해준 상대는
살면서 처음이었다
그녀의 고백들로 인해
살아오며 겪여 온 많은 것들이
깨끗하게 씻겨지고
아무런 고통도 상처도 후회도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영혼이 꽉 차 오르는 것을 느꼈다.
처음으로 느끼는 기분이었다.
따뜻한 음식을 배불리 먹은 느낌.
가득찬 느낌. 허기짐이 전혀 없고.
더 이상 부족함이나 어떤 다른
갈망이나 욕망이 없는 느낌이었다.
그는 그 만큼이나 용기있고
무모하고 뜨겁게 타오르는
여인을 원했었다는 것을
그 순간 처음 깨달았다.
무엇을 알아서
경험해서 대단히 신뢰해서
절벽 아래로 뛰어 내리는 것이 아니다
반드시 인생이 그렇게 흘러가는 것이 아니다
그 아이들의 무섭고 놀라운 고백들이
시에서나 나올 것 같은 고백들이
무의미 할 것 같으며
약할 것 같지만
주고받는 고백들은
무언가를 강화시키며
더 강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리고 다른 차원으로 이끌어 가기도 한다
왜냐하면
그가 인생을
겁 없이 뱉은
무서운 고백을 따라
그리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는 생각했다
언젠가 로미오와 줄리엣을
원문으로 다시 한 번 읽어보아야겠다고
그리고 왜 자신이
여전히 십대의 영혼과
비슷한 모습을 지니고 있는지
그는 무척 궁금해졌다.
그의 영혼은
놀라울만큼 안정되었다.
따뜻한 것으로 가득차 있었다.
19살 여인의 작은 불덩어리가
자신이 더 많이 사랑한다는 고백이
겁 없는 아이같은 그녀의 고백들이
그리고 그 자신이 지금껏 품어왔던
한 여인에게 주고자 했던 고백들이
화요일 수요일 목요일 금요일
그리고 토요일의 새벽과 아침이었다
그는 의외로 차분했고 침착했다
그는 그녀를 책임지기 위해
자신이 감당해야 할 현실을
잘 알고 있었다
매일 꾸준히 해야 할
학습과 응용과 사업들의 발전
자신의 성장이 필요함을 잘 알고 있었다
글을 써서 책도 여러 권 내고
출판일도 잘 하고
유튜브도 즐겁게 하고
필요하다면 다른 일도 하면서
그녀를 맞이 할 준비를
차근차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상하게 평소처럼 조급하지 않았고
불안하지도 두렵지도 않았다
누군가 확고하게 믿어주었기 때문이다
어린 아이같이 맹목적으로
2024.05.24 금
2024.05.25 토
그 이틀이 그의 인생에서
어떤 날이었을까
그는
많은 아랍권 친구들을 만났던
6개월의 시간 동안
처음으로 그녀에게서
Habibi 라는 단어를 들었다
그리고 남자가
연인으로부터 그리고 아내로부터
들을 수 있는 모든 표현과 호칭을 들었다
19살의 고백이었다
그런데 왜 이토록
그의 마음은
묵직한 책임감과
강인함을 느끼게 되는 것일까
내 생애 처음으로
내가 그토록 듣고 싶었던
모든 고백들을 해주었던
뜨거운 그녀
Habibi
حبيبي
라고 나를 불러준 그녀
부디 아랍의 하늘과
부디 서방의 하늘과
부디 동방의 하늘과
부디 아프리카의 하늘과
부디 남미의 하늘과
그 모든 하늘 위의 하늘이
무력한 나와
생이 짙은 절망인 나와
아직 어리고 순수한 그녀를
불쌍히 여겨 자비를 베풀어주기를
평범한 삶이면 족하니
함께하게 해주시기를
그리해주시면
정말 착한 마음으로
선하게 살겠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