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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랑호 Apr 02. 2024

만보 걷기가 지겨워질 때쯤

헬스 12개월 등록했다.

만보 걷기를 시작한 지 2년이 넘어가고 있다. 어떻게 2년이란 시간을 매일 만보를 걸었는지 내가 생각해도 모를 일이다.

만보 걷기를 하면서 내가 바람을 맞으며 걷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걸 알았다.

산책하면서 살랑살랑 걷는 것을 좋아하지 빠르게 걸으며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오랜 시간 만보 걷기를 하면서 깨달았다.

그쯤 되니 만보 걷기도 권태기가 찾아왔다.

햇빛이 뜨거워 걷기 싫고 바람이 많이 불어 걷기 싫어지고 매연 속을 걷는 것을 더 싫었다 이유는 다양했다.


게으름을 이겨내려고 생각한 것이 만보 걷기인데  여름에 걷기는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조금만 걸어도 쉽게 지쳐서 더는 바깥에서 걸을 수 없어 실내 만보 걷기를 선택했었다.

TV 보면서 앉아 있지 않고 걷기를 시작해서 만보를 채웠다.

같이 만보를 걸었던 지인은 실내 만보 걷기는 운동이 안된다고 몇 번을 말했다.

그래도 실내가 좋은 걸 나에게는 이게 맞는 방법인 거 같다고 말을 했다.

가볍게 뛰는 듯이 걸으면 허리의 살들이 흔들리고 종아리도 탄탄해해 졌다.

몸에 가볍게 땀이 흐르면서 혈액 순환이 되는지 얼굴에 열이 확 났다.


여름내 실내 걷기로 만보를 채웠다.

가을이 되니 갑자기 단풍구경도 하고 싶고 바람도 쐬고 싶어 밖으로 나가서 걷고 싶었다.

차를 몰고 가까운 뒷산 쪽에 주차를 하고 걸어 올라갔다.

오랜만에 가는 길이라 산으로 올라가는 길이 낯설고 왠지 으스스하게 느껴졌다.


두 사람이 산을 내려오고 있었다.

앞에서는 남자분이 뒤에는 할머니 한분이 내려오고 있었다.

할머니에게 이쪽으로 가면 길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올라가면 화장실도 있고 길이 있다고 한다.

할머니가 혼자 왔냐고 물어보셨다.

"혼자 왔어요?"

"네 혼자 왔어요"

"혼자 산에 오면 안 돼요. 요즘 이상한 사람이 많아서 큰일 나요"

"아, 네"

"결혼을 했어요? 아가씬인가?"

"결혼했어요."

"아휴 결혼했으면 남편이나 친구랑 오지 혼자 다니지 마세요"

"그런 어르신은 왜 혼자 오셨어요?"

"난 아들이랑 왔지, 큰아들하고 왔어요. 작은 아들은 따라다니지를 않아 저기 앞에 가는 사람이 내 큰아들이지요 가끔 쉬는 날 같이 산에 가려고 와요"

"좋은 아드님을 두셨네요 산에도 같이 오고요"

할머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산을 내려와 차를 갔다.


혼자 산에 가는 거는 안될 것 같고 도시의 매연 속도 걷고 싶지는 않았다.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다 안 되겠다 헬스장을 등록하자.


헬스를 해 보려고 한번 상담받은 적이 있는 헬스장으로 향했다.

전에 상담받을 때는 키 크고 젊은 강사가 있는 데 이번에는 관장으로 보이는 듯 한 사람이 있었는데

운동과는 거리가 멀게 생겨서 관장처럼 보이지 않고 사장처럼 보였다.

"전에 상담받은 적이 있는데요 헬스 등록 좀 하려고요?"

관장처럼 보이지 않는 사람이 능글능글하게 웃으며

"한 달은 8만 원 3개월을 얼마~"

"12개월은 얼마인가요? 지인도 12개월 사게 등록했다고 하던데요?"

"행사는 5월에 끝났는 데 음~네 그 행사 가격으로 해드릴게요" 하며 느긋하게 말했다.

"네~ 등록 주세요"


한 달 하면 8만 원, 12개월은 490,000원 카드결제하면 10% 붙어 539,000원에 등록했다.

12개월 행사 중이라 저렴하게 한 달에 45,900 정도 된다.


"언제부터 운동하실 생각이세요?"

"내일부터 당장 할게요"

"운동기구 사용하는 법은 오면 천천히 알려 드릴게요"

"네"

산에 갔다가 으스스해서 12개월로 헬스장을 등록해 버렸다.

내일부터 만보 걷기 대신 헬스를 잘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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