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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랑호 Aug 16. 2024

여름휴가를 가다. 2

엄마들이 더 신난 시골 여행

막내딸의 친구들과 옥과 여행을 2박 3일 하기로 했다. 

옥과는 전남곡성에 있는 작은 마을로 막내딸 친구 외할머니가 사는 곳이다. 

이번여름 방학은 학교 공사로 인해 두 달 정도 되어서 긴 방학 어떻게 잘 보낼까 생각하다 시골 체험하면 좋은 것 같다고 엄마들 모임 하면 할머니에게 물어보라고 그냥 말했었다. 

지나가는 말로 했던 말이라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언니 엄마가 삼촌한테 말해서 와도 된대요" 

"시골에 놀려가도 된다고?" 

"그런 거 같은데요" 

친구의 엄마는 나와는 아이들 어릴 때부터 친하게 지낸 언니 동생사이이다. 

"진짜로 우리 가도 되나?" 

"엄마집은 그날 손님이 와서 안되고 삼촌집에서 가면 된데요" 

"삼촌집에 우리가 가면 민폐 아닐까? 다시 정확하게 한번 더 물어봐" 

"그럼 다시 한번 더 물어보고 얘기할게요" 


며칠 후 정말 와도 된다고 답이 왔다. 


"근데 어떻게 가지? 버스로 가야 하나? 차로 운전해서 가야 하나?" 

"그러게요 어떻게 가지요?" 

차를 운전해서가면 2시간 40분 정도 걸리고 고속버스로 가면 5시간이 걸렸다. 부산에서 광주 가는 버스를 타고 다시 옥과로 오는 버스로 갈아타고 가야 하니 시간이 많이 걸린다. 

"애들 배낭여행하는 건 어때? 가방 하나씩 매고 버스 타고 가는 거야" 

"재밌겠는데요" 

"나도 결혼하고는 고속버스를 타본 적이 없어 한번 해보고 싶은 데" 

"보통 엄마집에 갈 때 어떻게 가?"  Y동생에게 물었다. 

"새벽 6시 첫차 타고 가요 그럼 11시, 12시쯤 도착해요." 

"그럼 우리도 첫차 타고 가볼까?" 


일단은 세 가족 엄마들과 아이들로 8명이 고속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다. 

버스를 여러 번 타야 해서 더운 날씨에 아이들이 힘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되어서 차로 갈까 하는 고민도 같이 가지고 있었다. 


우리 집에는 9인승 카니발이 있다. 8명이 충분히 타고 갈 수 있다. 하지만 엄마들 세명 중에 장거리 운전을 해본 사람이 나밖에 없다.

운전을 좋아하지 않아 나는 30분 넘어가면 운전을 하지 않고 어머님과 병원 갈 때는 어쩔 수 없이 먼 거리를 가기는 하지만 장거리는 주로 남편이 운전한다.

2시간 넘는 운전은 자신이 없었다. 


계획만 세워 놓고 각자 휴가를 다녀왔다. 나도 통영으로 가족과 여행을 다녀왔고 돌아오는 날 막내딸이 열이 났다. 

통영여행은 토요일에 돌아왔고 옥과 여행은 월요일로 계획되어 있었다.  

막내가 계속 열이 나면 가지 못하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다행히 토요일에 병원에 다녀와서 인지 일요일에는 열이 나지 않았다. 


일요일 낮에 Y동생이 버스 좌석표를 단톡방에 올려서 자리를 고르라고 했다. 

저녁이 될 때까지 버스로 갈 것인지 차로 갈 것인지 하는 문제로 단톡방이 시끌 시끌했다. 

막내딸의 상대가 좋지 않아서 버스로 가는 거는 약간 무리인 것 같아 답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S동생과 교대하면서 운전하기로 하고 차로 가기로 결론을 냈다.  

단톡방에 아무나 운전 보험도 들어놓았고 내일 아침 9시 차로 출발을 올렸다. 


여행 가는 날 아침 막내딸이 또 열이 났다. 하루 괜찮더니 열이 다시 올라왔다. 

"열나는 데 시골에 갈 수 있겠어?

"응 나 갈 수 있어 멀쩡해" 

"열이 39도인데 멀쩡하다고" 

막내딸은 여행은 꼭 갈 거라고 얘기한다.

 

어머님도 약속인데 안 가지는 못할 거고 병원 데리고 갔다가 주사 한 대 맞히고 가봐라고 하셨다. 어머님이 가지 말라고 할 줄 알았는 데 의외였다. 

버스가 아닌 차로 가기로 해서 더 곤란하기는 했다. 내가 가지 않으면 모든 게 취소되는 상황이었다.

열이 나는 애를 데리고 여행을 가도 될까를 고민하며 병원에 갔다. 


병원에 가서 수액을 맞은 후 열은 좀 내렸다. 

"선생님 어디 가야 하는 데 데리고 가도 될까요? 

"감기는 보통 3일 정도 열이 나는 데 2일이 났으니 가도 되지 않을까요 그래도 계속 열이 나면 다른 검사를 해보세요" 

단톡방에 열이 난다고 말을 하고 어떻게 할지를 의논했다. 

일단은 천천히 진료를 보고 나서 상황을 보자고 한다. 

아무도 안 가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 막내랑 처음 둘만 가는 여행이라 나도 꼭 가고 싶었는 지도 모르겠다. 

막내딸부터 갈 수 있다고 하니 약을 챙겨가는 방법밖에는 없었다. 


9시 출발은 12시 출발이 되었다. 

고속도로를 처음 타보고 톨게이트 요금표도 멀리서 뽑아서 안전벨트를 풀어야 했지만 순조롭게 옥과에 도착할 수 있었다. 

도착하니 4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Y의 친정엄마에게 인사를 하고 바로 삼촌이 사는 곳으로 향했다. Y친정엄마집과는 7분 거리에 있었다.

정말 산속에 외딴집처럼 작은 언덕에 위치한 집은 아담하고 예뻤다. 


다행히 수액 때문인지 막내딸은 열이 나지 않고 기침만 간간히 했다. 

산속의 조용하고 작은 집을 아이들과 점령하다시피 들어갔다. 


Y의 삼촌이 구워주는 솥뚜껑 위의 삼겹살과 산속에 풍경을 보고 저녁을 먹으니 3시간 운전해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을 먹고 Y의 외삼촌이 자리를 비켜주셔서 아이들과 엄마들만 남아서 노래를 부르며 놀 수 있었다. 오랜만에 노래방 기계를 보니 부를 수 있는 노래가 없었다.

겨우 노래를 하나 찾으면 딸은 노래를 부르지 못하게 했다. 12시가 넘도록 아이도 어른도 잠들지 못했다.


다음날은 Y의 외삼촌이 그늘막을 쳐주고 풀장을 만들어 주셔서 아이들이 놀 수 있었다, 

막내딸은 언제 아팠는지 하루 종일 친구들과 물총놀이도 하고 물장구도 치며 잘 놀았다. 

아이들보다 어른이 더 신이 나서 같이 물총을 쏘면서 놀았던 것 같다. 가족을 여행을 가도 물에 잘 들어가진 않는데 아이들에게 물벼락을 맞으며 놀았다. 


Y의 삼촌집에는 '자두'라는 귀여운 강아지가 있었다. 짓지도 않고 아이들 무릎에 올라가고 강아지를 무서워하는 S의 아들도 만질 수 있었다. 

엄마들이 노느라 정신없으니 Y의 친정엄마에게 한 소리를 들었다. 

"애들 먹을 거를 하나도 안 만들어 왔어요" 

하시며 이거 저것 만들어 주셨다. 

우린 진짜 놀려 왔다 아이들에게도 간단하게 먹이려고 생각했다. Y의 외삼촌과 친정엄마에게 대접만 받을 것 같다. 


가는 날에는 아쉬워서 5시쯤 출발해서 내려왔다. 내려오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막내딸이 열이 38도로 올라갔다. 해열제를 먹이고 출발해서 무사히 집에 왔다. 

갈 때 열나고 올 때 열나고 놀 때는 열이 나지 않아 막내딸도 친구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고 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처음으로 가보는 딸 친구 엄마들과 여행도 색다르고 재밌는 경험이었다. 엄마들이 더 신나게 놀았던 여행이었다.

다음에 겨울 눈 올 때 다시 오자며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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