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비아 반 오먼 글 그림/ 월천상인
실비아 반 오먼/월천상인
네델란드 동화작가 실비아 반 오먼이 쓴 “사탕”이란 동화는 파란 표지처럼 티 없이 맑은 친구의 우정을 아름답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흰 바탕에 검은 먹선으로 쓱쓱 그린 그림은 군더더기 없이 유쾌합니다. 이 동화책에는 두 친구의 아주 평범한 일상이 나옵니다.
바람이 살살 불고 실록이 우거진 어느 날 오후, 친구 오스카에게서 공원에 놀러가자는 문자가 왔어요. 요리스는 사탕을 준비해 갈 테니 같이 먹자고 합니다. 오스카는 커피를 준비해 간다고 했어요. 하지만 요리스의 자전거 바퀴가 터지는 바람에 늦게 도착하고 말았어요. 한참을 기다렸을 텐데 오스카는 이렇게 말합니다.
“저런, 고생했구나.”
그 말을 듣는 순간, 둘은 참 좋은 사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좋은 친구란 상대방의 마음을 먼저 헤아리는 것이니까요.
“우리 사탕 먹을까?”
요리스가 제안을 하고, 오스카는 파란색 사탕도 있냐고 물어봅니다. 둘은 오물오물 사탕을 먹고 커피를 마십니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는 두 친구가 참 사랑스럽습니다. 파란 하늘같은 파란 사탕을 먹으니 하늘나라가 궁금해집니다.
“정말 있을까? 죽으면 하늘나라에 간다고 하잖아.”
“글세..... 난 있을 것 같아.”
“그럼 우리도 가게 될까?”
“만일 네가 간다면 나도 갈 거야. 그러면 우리 다시 만날 수 있겠지.”
“그곳에 갔을 때 다 잊게 돼서 서로를 알아보지 못한다면.....”
요리스가 말을 잇지 못합니다. 그때, 오스카가 대답하지요.
“그럼, 그때 다시 친구하자!”
하늘나라에서 다시 친구가 돼서 사탕을 나누어 먹자고 합니다. 하늘나라엔 사탕이 없을까 걱정하는 친구를 위해서 사탕을 준비해 가겠다고 말합니다. 요리스는 커피를 가져가겠다고 하고요.
두 친구는 천국에 가서도 사탕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이렇게 이야기꽃을 피우겠지요. 결국 천국에서 먹자고 한 사탕을 지금 먹고 있으니 지금 이곳이 천국입니다. 동화책을 다 읽으면 공원이 천국처럼 보입니다.
우리의 눈은 너무 먼 별들도 보지 못하지만, 너무 가까이 있어도 안보입니다. 그래서 안타깝게도 곁에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르지요. 가족이 그렇고, 친구가 그러하며, 오래 같은 공동체에 속한 사람들이 그렇습니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곁에 있는 사람들이 사랑스럽게 보이고 더없이 소중해집니다.
저는 노인이 된 분들의 이야기를 참 좋아합니다. 아직 젊은 제게 인생에서 지금 챙겨야 할 중요한 것을 깨닫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82세 할아버지가 된 소설가 '커트 보니것'의 에세이<<나라없는 사람>>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는 젊은 제게 이렇게 말해주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삼촌이 있었다. 아버지의 남동생인 고 알렉스 삼촌이었다. 그는 아는 게 많았고 현명했다. 우리가 한 여름에 사과나무 아래서 레모네이드를 마시면서 윙윙거리는 꿀벌들처럼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을 때면 삼촌은 불쑥 이렇게 큰 소리로 외쳤다. ‘이게 행복이 아니면 무엇이 행복이랴!’”
곁에 있는 사람과 같이 맛있는 걸 먹고,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 그것이 행복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다. 그것을 제대로 알기만 해도 세상은 일순간에 천국으로 변할 텐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