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글쓰기를 하는 요즘. 모임에서 하루 하나의 주제를 제공하고 나는 즉흥적으로 글을 써야 한다. 생각지도 못한 글쓰기 모임으로 브런치 연재글을 매일 업데이트하느라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
글력이 부족하니 주제가 주어져도 어디서부터 뭘 써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고, 간신히 끄적여 글을 쓰고 나면 하루가 지나간다. 많은 시간을 들여 쓴 결과물이다 보니 반응이 궁금해진다. 초반보단 라이킷 반응이 좀 늘었지만, 그래도 저조한 편이다. "공감 가는 내용이 부족한가 보다." 자기반성도 해보지만, 딱히 해결책도 모르겠다.
"공감을 이끌어내는 글. 어떻게 쓰면 좋을까?" "독자가 필요로 하는 글이 나에게도 존재할까?"
에세히 한 꼭지 분량의 글을 간신히 써내고 있으면서도 고민 한 번 거창하다. "이왕 쓰는 글이니 많이들 읽어주면 좋잖아." "잘 썼다고 칭찬해 주면 기분 좋은 건 사실이니까."
그래서 더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글력을 올리면서 동시에 독자의 NEEDS를 만족시키는 방법에 대해!!!! 이제 막 아장아장 걷기 시작해 놓고는 마라톤 출발선에서 스트레칭하고 있는 기분이지만, 요즘 제일 큰 고민인 건 사실이다.
끊임없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에 마침표를 찍을 작은 사건이 있었다. 바로 오늘 오후에 있었던 일이다.
학교를 마치고 온 둘째가 나중에 잠깐 나갈 일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니?"하고 대답하고 깜빡 잊고 있었다. 가족들이 저녁 식사를 해야 할 시간. 출장 간 남편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예상시간보다 좀 더 걸릴 거 같다길래 잠깐의 여유를 누렸다. 읽던 책을 꺼내 이어서 읽었고, 저녁 준비를 하던 주방은 보글거리는 소리만 작게 들렸다. 그런데 30분이나 일찍 도착한 남편. 출장 다녀온 남편 손엔 짐이 한가득이다. 빨래거리, 지역 소주에 과자까지. 저녁 식사 준비가 다 되지 않아 마음이 급해졌다. 그 와중에 둘째는 또 나간다고 설쳤다. 아까 나눈 대화는 까맣게 잊고선 어딜 나가냐고 물었고, 잠깐 친구 만나고 온다는 아이의 말에 아까 일이 생각났다. 저녁 먹어야 하니 일찍 오라고 당부한 후 바삐 저녁식사를 준비했다.
저녁밥상을 다 차리고 나니 둘째가 들어왔다. 엉거주춤한 자세, 뭔가 부자연스러운 행동. 평소답지 않았다. 우선 저녁을 다 먹고 둘이서 몰래 이야기를 나눴다. 아이는 계속 아무것도 아니라 그랬지만, 엄마 눈엔 아이가 숨기는 게 있어 보였다. 결국 집요한 엄마의 질문 끝에 아이는 작게 대답했다.
"버즈 라이브 샀어요." "친구한테? 친구 만난다고 나갔잖아." "아니요." "그럼... 혹시 당근마켓?" "아... 네." "아빠가 무선 이어폰 사준다 할 때 필요 없다고 하지 않았어?" "아... 네." "무선 이어폰이 필요했으면 아빠가 사준다 할 때 사지." "......" 대답 없는 아이의 얼굴에서 나는 대답을 듣고 말았다. "아빠가 고른 저렴한 무선 이어폰이 아니라 버즈 라이브가 필요했던 거구나." 놀란 아이가 나를 보는 눈빛에서 모든 궁금증은 해결됐다.
아이와의 대화 속에서 그동안 해답을 찾지 못해 답답했던 마음이 뻥 뚫렸다. 나는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고 내 글을 읽는 사람들이 좋아해 주길 바랐다. 공감해 주길 바랐다. 하지만 독자들은 내 글에서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이야기를 찾지 못했으니 공감하지 못했던 거다.
내 글에선 버즈 라이브가 없었던 거다.
생각나는 대로 아무거나 쓰는 게 아니라 범위를 좁히는 게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책에서도 특강에서도 좋은 글은 독자를 돕기 위해 쓴 글이랬다. 나는 오로지 내가 만족하는 글만 써댔으니 나는 '나만 돕는 글'을 쓰고 있었다. 내가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주제를 정하는 것부터가 독자의 NEEDS를 만족시키고 독자에게 읽히는 글을 쓰는 첫걸음일 테다. 그때 새롭게 다시 연재를 시작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