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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묘염 Feb 05. 2024

신권으로만 바꾸면 새해 복을 더 받는가

명절이면 새 돈으로 바꿔가려는 손님들로 날마다 문전성시다. 오랜만에 만나는 손자손녀들, 자녀들 , 친척들에게 빳빳한 새 돈을 주고 싶은 그  마음은 좋다. 문제는 모두의 좋은 마음이 한정된 재화와 충돌한다는 거다.  공공선이 뭔지 판단할 수 없는 지위에 있는 나로서는 공리주의의 입장을 따를 수밖에 없다. 최대다수의 최대행복. 최대한 공평하게 많은 사람이 가질 수 있도록  수량을 정해서  권종당 20장씩 나눠 준다.
안타깝게도 그 결과는 최대다수의 최대불만이 되어 나를 멕이고 있다.  


천 원짜리를 오백 장 달라고 생떼를 부리는 사람에게  물었다.
-우리가 천 원 신권 천장을 보유하고 있는데 절반을 고객님을 주면 다른 사람들은 그만큼 못쓰게 되는데요?
-내가 먼저 왔잖아! 먼저 온 놈이 다 가져가는 거지!
-오백 장을 다 어디다 쓰는데요 만 원짜리 쓰세요
-헌금할 거야  새 돈은 명절에  나오니까 지금 받아서 두고두고 낼 거야!
하나님은 신권을 좋아하시나 보다. 빨리 온 놈이 다 가져가는 선착순 신권은 더욱 희소하긴 하겠지..

오는 사람마다  더 달라고 버티고서서 가지 않는다.  다른 사람도 함께 나눠 써야 한다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 오늘 이십 장 주면 오늘  집에 갔다가  내일도 모레도 매일 와서 가져가겠다는 사람들. 몰래 너희들 쓰려고 챙겨둔 신권 있는 거 다 안다는 사람들. 농협 우체국 타 은행 모든 곳을 돌며 온 동네 신권을 싹쓸이하고 있다고 자랑스레 말하는 사람들. 온갖 종류의 좋은 마음들을 다 보고 있다

.좋은 마음으로 하는 모든 일들이  언제나 선하다고 할 수 있을까?  좋은 마음이 미치는 범위가 지극히 협소하여  그 결과가 결국 가족 이기주의로 흐르는 것은 누구의 탓일까? 그저 자기 자식들만 생각하는 부모의 이기심이 문제인 걸까 아니면 용돈의 액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그저 돈 안 드는 새것으로 바꿔주는 것 말고는 해 줄 수 없는  선택의 폭이 문제일까.  어떻게 나이드느냐의 문제는  개인적 선택과 책임의 문제인걸까 선택할 것도 책임질 것도 허락해주지 않는 사회와 환경의 문제인걸까.

 일을하다 마주치는 모든 일들이 화가나다가도 한편으론 애처롭고 서글퍼질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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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지도를 돌리며 놀다가

"엄마 아프리카 어린이들은 먹을 것도 없어서 불쌍한 어린이들이래.나는 아프리카 좋아.나는 불쌍한 어린이들 좋아해. 내가 먹을 거 많이 나눠줄거야."라고했다.
이 난감한 문장을 어디서부터 고치고 가르쳐야 할 지 몰라서 순간 할말을 잃었다. 일단 출처를 넌지시 물어보니 할머니할아버지가  편식하고 안먹을때마다 아프리카의  배고픈 아이들 이야기를 하신것으로부터 시작된 것 같았다. 악의 없는 옛날 교육방식에서 비롯된 처참한 문장이였다. 시대가 바뀌었지만 나는 이 문장을  교정할 방법을  쉽게 떠올리지 못했다.  말이 막혀서 이틀간 고민하다가 어제 아이를 붙들고 아프리카 아이들이 불쌍한 아이들이여서 도와줘야 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들이고 우리가 그 피해에 책임이 있기때문에 돌려줘야 하는 거라고 얘기했다. 5세를 붙들고 하기에 쉬운 얘기가 아니라서 우리가 음식을 너무 많이 차지해서 그 아이들이 부족한거라는 식으로 단순무식하게 말을 했더니  그러면 내가 안먹는거 잘하는거네 내가 덜먹어서  다시 돌려주면 되겠네 라고 편식정당화 발언이 돌아왔다.

이게 아닌데.....얘가 내 머리 꼭대기에 있는 것인가 아니면 교육이 원래 이렇게 쉽지 않은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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