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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그림자

뿔 또한 너

누군가의 길 한가운데,

밤늦은 심해의 시간을

가로막는 자여.


차가운 조명 아래

자신을 마주하며

잠시 멈춰 섰구나.


삐죽 솟은 뿔 또한 너를 닮아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바삐 지나던 너도

한없이 너를 보며

어여삐 여기는데


나는 이젠 아름다울 수가 없구나.

지금 아름다워질 수 없구나.


심해 저곳 어딘가 떨어진 내 어둠을

주워다 주면 아름다워질 수 있을까.


어둠을 품으면 나아질 수 있을까.

나아갈 수 있을까.

못났지만 아름다운 나와 마주할 수 있을까.

공원 불빛 아래 서서 길을 막는 자

답답한 마음에 공원을 걷다가

이름 모를 생명체가 제 길을 막아섰습니다.

바삐 가던 거 같은데 잠시 멈춰 서선

불빛 아래 마치 자신의 그림자를 바라보는 듯 한참을 서 있었습니다.

뿔 달린 자신의 모습을 마치 아름답다

감탄하며 바라보듯이 말이죠.

어느새 5일 차 방사선치료가 지났습니다.

치료 일수 앞자리도 바뀌었고

치료실 앞엔 모자를 지그시 눌러쓴

많은 환우들도 봅니다.

각자의 이유로 방사선실 앞에 앉아있는 분들을

하나하나 뵈니,

지금까지 치열했던 제 삶을 보는 거 같아서

가슴속 깊은 곳에서 용암이 올라오듯

뜨거운 무언가가 솟아오릅니다.

어두움. 막막함. 두려움.....

열심히 살았던 죄뿐인데

비참한 삶으로 이렇게 내 인생의 연출은

막을 내리는 것인 지,

농담으로 지인들에게

"전역 후 얼마 안 가 제 부고장 날릴 일 없도록

건강해질게." 헛소리만 던집니다.

아니 굳건한 다짐을 던집니다.

"괜찮아요. 좋아지겠죠. 감사합니다."

안부 묻는 이들에게 답하지만

사실은 아닙니다.

두렵고 또 막막하고 어둠입니다.

다만 어둠에 먹히지 않기 위해

처절한 몸무림을 치는 것뿐이죠.

몸에 그어진 선들과

여기저기 수술 자국들보다 더 힘든 건

마음 챙김인 거 같습니다.

환자들이 겪은 우울증이 제게도 여러 번

왔을 텐데 그런 걸 자각하고 챙길 삶이

아니었습니다.

무시하고 지나쳤던 것들이 몇 차례 사고의

트라우마와 암들로 점점 암세포처럼

커졌던 제 마음이었습니다.

혹시 일 년 안에 또 생긴 것처럼

내 몸 어딘가에 자라고 있을지도 모를

암에 대한 두려움이 스멀스멀 올라옵니다.

제대로 마주 해야죠.

이번에도 잘 이겨낼 수 있겠죠.


#마음챙김 #암 #세 번째 #수술 #우울

#공원산책 #곤충 #방사선 #환우

#극복기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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