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강희 동시, 아파트
어른들이 쓴 외계어 같은 시를 어떻게든 해독해 보려고 애쓰다 지쳐 다시 동시로 돌아온다
동시는 무딘 일상에 균열을 내고 순수한 바람을 불어넣는다. 퍼석해진 감성에 맑은 물방울 하나 떨어뜨린다.
하지만 때로 좌절한다. '아파트'같은 시를 읽으면 시인의 천재성에 감탄하고 나의 무딘 감각에 한숨을 쉰다.
날마다 아파트를 보며 많기도 하다, 왜 이렇게 지어대나 같은 뻔한 생각을 했다. 그런데 유강희 시인은 아파트를 외로운 아파트로 바라본다.
맞다, 그 안에 사는 이들은 이웃 없는 고립자들이다
몇 년을 살아도 이웃이 없다. 이사를 와도 이사를 가도 반기거나 슬퍼하는 이 없다
시인은 말한다. ' 누가 좀 불어 주세요'
미동도 안 하는 딱딱한 시멘트 안 딱딱한 이웃들을 말랑하게 만들 하모니카는 누가 불어줄까......
시를 읽으면 아파트 안 사람들이 걸어 나와 서로 손을 잡을 것만 같다.
시를 필사하고 수요일, 지인들에게 전송을 했다,
‘외로운 하모니카’에 살다 보니 마음도 외로워지네요... 바람처럼 가볍고 자유로운 마음으로 외로운 하모니카 사이를 날아다녀야 하겠지요?
(줄임)
우리 학교 바로 옆에 새로운 아파트가 입주를 시작해서 전학 오는 아이들이 있어요. 학년말에 전학 오니 반 분위기도 어수선하네요.
요즘 아이들은 부모님의 일자리를 따라 이사를 하고 전학을 하는 게 아니라 새집을 따라 전학을 하네요. 새로운 하모니카는 누가 아름다운 연주를 해 줄까요?
그렇다, 이젠 부모님 직업보다 새 아파트에 입주하면서 전학을 한다,
인천 후배가 답글을 보냈다.
아파트를 보고 하모니카를 떠올리다니.. 제가 사는 아파트는 꽤 큰 단지니까 외롭지는 않겠지만 함께 연주하면 엄청 큰 소리가 나겠어요..
언니랑 00초에서 잠시 하모니카 배웠던 생각도 나네요. 언니랑 있으면 배우고 생각할 일이 많았는데, 그 시절이 참 그립습니다...
후배답장을 읽으며 오래도록 잠들어있는 상자 속 하모니카가 떠올랐다. 언제 다시 불게 될까
도서관 일을 하는 지인에게 답장이 왔다.
하모니카가 외로웠군요 정말 세워보면 아파트 모양이지요 하모니카 소리는 쓸쓸하기도 하고 밝기도 하고....
저도 아파트에 살지만, 차가운 도시의 상징이기도 하다 싶다가도 엘리베이터에서 인사를 나누고 먼저 내리시라 하거나 짐을 잔뜩 들고 뒤뚱거릴 때 잠시 멈춰서 기다려주는 이웃의 마음에 지쳤던 하루가 가벼워지기도 합니다. 가볍고 얕은 사랑이지만
그것에 의지해 살아가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작은 소리로 하모니카를 이미 불고 있을지도요.
우리가 무심해서 눈치를 못 챘을지도요...
기운 나는 답장이다. 누군가 작은 소리로 하모니카를 불고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겠다. 거기에 내 하모니카 소리도 보태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