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붕어도 애완동물이 될 수 있을까

신시아라일런트의 <금붕어>를 읽어주고

by 강승숙

글을 쓰자고 하면 시무룩한 어린이들도 기르던 동물 이야기를 쓰자고 하면 눈빛이 달라진다. 그만큼 할 말이 많은 것이다. 동물을 키우는 어린이는 동물을 기르면서 겪은 생생한 서사가 있다. 동물을 기를 수 없는 처지라면 기르고 싶은 갈망으로 인해 쓸거리가 있다.


굳이 동물을 기르거나 기르지 않더라도 친구가 기르는 고양이, 이모가 기르는 강아지, 길에서 만나는 고양이가 있기에 또한 할 말이 있다. 나는 어린이들의 이런 경험을 한 번쯤 풀어낼, 마중물 같은 동화 하나를 갖고 있다.


'신시아 라일런트'의 동화 <살아있는 모든 것들> 실려있는 단편 '금붕어'다. 신시아 라일런트는 여러 작품을 냈지만 나는 이 동화집을 각별히 아낀다.


이 동화집을 처음 읽으면서 동화를 쓰고 싶은 열병을 앓기도 했다. 동화집에 실린 이야기 한편 한편은 예민하거나 슬픈, 잊히지 않는 추억을 건드린다.


'은퇴'는 어린이가 아닌 퇴직 교사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어쩔 수 없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은퇴를 한 교사는 비슷한 처지의 늙은 개와 살면서 허방을 짚는 듯 하루하루 쓸쓸하게 살아간다. 건조한 일상을 보내다 우연히 어린이들을 만나게 되고 이들을 통해 새로운 기운을 얻는다.


이야기는 익숙한 풍경이나 관계를 다루고 있지만 작가가 섬세하게 그려내는 삶의 쓸쓸한 풍경, 여기에 불어넣는 온정은 인상적이다. 짧은 이야기마다 진한 서정이 들어있다. '숲 속에는 멧돼지가 있어'는 어린이들에게 읽어주지 못했지만 좋아하는 단편이다. 어린이의 두려움과 호기심을 섬세하면서도 감각적으로 잘 표현했다.


작품에 실린 동화 '금붕어'는 해마다 국어과 문학영역 수행평가를 볼 때 읽어준다. 주인공 엠마가 기르게 되는 동물은 강아지나 고양이, 토끼나 앵무새가 아닌 안고 어르고 할 수 없는 금붕어다. 감각으로 세상을 해석하고 이해하는 유년기에 촉감은 중요하다. 가방에 주렁주렁 매달고 다니는 인형만 봐도 어린이들이 얼마나 만지작거릴 수 있는 대상에 열광하는지 알 수 있다.


금붕어에 대한 나의 감흥은 주인공 엠마와 비슷하다. 금붕어는 살아온 경험 속에서 결코 친숙하거나 기르고 싶은 동물이 아니었던 것이다. 초등학교 시절 교실마다 어항이 있었다. 아침에 등교하면 죽어서 둥둥 떠 있는 금붕어를 수없이 보았다. 어항은 수시로 녹색 이끼가 끼었고 물을 누레지기 일쑤였다. 쓰다듬을 수도 없는, 그래서 친해지기 어려웠던 금붕어가 풍기는 비릿한 냄새는 오랜 기억으로 남아있다.


주인공 엠마도 당연히 금붕어가 키우고 싶은 애완동물 목록에 없다. 금붕어는 싫고 좋고를 떠나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동물인 것이다. 엠마는 강아지나 고양이를 기르고 싶어 한다. 아무리 그 절실함을 호소해도 엄마와 아버지는 좀처럼 허락하지 않는다. 부모 모두 변호사이기 때문에 경제적인 문제는 아닌 듯하다.


엠마가 애완동물을 가지고 싶어 하는 마음에 공감이 가요. 왜냐하면 저도 애완동물을 가지고 싶은데 부모님이 싫어하셔서 지금까지도 애완동물 같은 것들을 못 키우고 있어요. 햄스터라도 키우고 싶었는데 엄마가 싫어하셔서 햄스터도 못 키우고 있어요. (5학년 빈혜연)

엠마 부모님을 원망하듯 바라보는 어린이들에게 질문을 했다.


-엠마 부모님은 왜 엠마가 그토록 바라는 애완동물을 사주지 않고 얻어온 금붕어를 키우게 한 걸까요......


생각할 시간을 주고 짝과 의논도 해보게 했다.

- 털 알레르기가 있지 않을까요

- 작은 동물을 책임감 있게 먼저 기른 경험을 가진 뒤 큰 동물을 키우게 하려는 거 같아요.

- 엠마가 전에 동물을 사줬는데 책임 있게 키우지 못했을 거 같아요. 그래서 쉽게 원하는 것을 들어주지 않는 거 같아요.


처음에는 자신의 슬픈 기억을 소환하며 엠마 부모를 원망하던 어린이들은 토의하고 적어보면서 부모님의 마음을 조금씩 생각할 여유를 얻었다. 토의를 한 날 독서록에 이렇게 글을 쓴 어린이가 있었다.


나도 엄마가 원하는 레고를 안 사준 적이 있다. 왜냐하면 그것은 만 원짜리였다. 나도 엄마가 왜 안 사줬는지 인정한다. 그래서 내가 돈을 모으려고 하고 있다. 이런 것처럼 엠마의 부모님 또 알뜰하다. 애완동물이 너무 비싸고 엠마 부모가 알뜰 왕이어서 더욱 안 사준 것 같다.(김지민)


단순한 바람, 바람이 이루어지지 않은 데서 오는 억울한 감정들을 누그러뜨리고 이성적으로 상황을 생각해 보게 된 것이다.


엠마 부모님은 어느 날 이웃 청년이 기르던 금붕어를 얻어온다. 청년은 이사를 가게 되었는데 더 이상 금붕어를 키울 상황이 아니었다. 청년의 사정도 있었고 엠마 생각도 나서 엠마 부모님은 금붕어를 받아온다. 금붕어 이름은 '조슈아'였고 아쉽게도 나이가 꽤 들었다. 앞도 잘 안 보인다. 엠마는 심드렁한 마음으로 금붕어를 대한다. 습관적으로 밥을 주고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금붕어 조슈아에게 관심을 주게 되었고 찬찬히 살펴보게 되었다. 그러다가 비늘이 떨어져 나갔거나 지느러미가 헤어진 것을 목격하게 된다. 묘한 충격과 함께 서글픔을 느끼게 된다. 그러면서 조슈아에게 조금씩 각별한 마음을 갖는다. 더 건강해지라고 약을 구해 주기도 하고 새우를 먹이기도 한다.


어린이들은 처음과 달리 엠마의 마음이 조금씩 변화되는 지점을 놓치지 않고 귀 기울였다. 금붕어 조슈아는 움직임이 점점 느려졌다. 어린이들은 결말을 예감한 듯 아, 안돼! 라든가 곧 죽을 거 같아요, 같은 말을 했다.


예상대로 어느 날 아침 엠마는 조슈아가 죽어서 물 위에 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엠마는 금붕어를 물에서 건진다. 그리고는 크게 놀란다. 어항을 누비며 움직이던 그 생명체가 너무나 가벼운 것에 놀란 것이다. 그 놀람은 슬픔으로 변한다.


도저히 금붕어 따위를 위해 눈물을 흘리거나 가슴 아파할 거라고 생각 못했지만 엠마는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마음이 아파오는 것을 느낀다.


다 읽어준 뒤 떠오르는 것, 느낀 것들을 쓰게 했다.


금붕어 조슈아를 살리려고 엠마가 여러 가지 약을 구하고 새우도 주고 한 것이 인상 깊었다. 마지막에 엠마가 조슈아를 쓰다듬을 때 뭉클했다. 나도 생일 때 받은 새우 다섯 마리를 키웠는데 자꾸 번식하다 죽어버린 기억이 있다. 그래서 엠마의 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경험을 떠올려 읽으니 내가 한 번 기르기도 한 것은 책임지고 길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또 관심도 많이 주고 예뻐해 줘야겠다.(김민아)


엠마는 죽은 뒤에야 처음으로 조슈아를 쓰다듬는다. 조슈아는 드디어 엠마의 애완동물이 된 것이다. 금붕어 조슈아는 엠마의 강아지, 또는 고양이가 되었다.


엠마 부모님은 엠마의 이러한 경험을 기다린 것일지도 모른다. 이제 엠마는 그토록 바라던 강아지를 선물로 받게 될 거 같다


금붕어 조슈아가 죽은 것처럼 나도 예전 학교에서 키우던 강아지가 다른 곳으로 가서 슬펐던 기억이 있다. 엠마가 금붕어를 싫어했는데 애정이 생기는 걸 보고 동화 <달려라 나의 고물 자전거>가 생각났다. 엠마와 조슈아 사이가 깊어지는 걸 보고 그렇게 느꼈다. 경험을 떠올리며 글을 읽으니 인물의 마음 알 수 있었다. 나의 강아지가 그립다.(김설)


김설 어린이는 내가 읽어준 동화 <달려라 고물 나의 자전거>를 떠올렸다. 새 자전거가 갖고 싶은 주인공은 가지고 있던 고물 자전거를 일부러 내팽개 친다. 고장 나게 하려는 속셈이었다. 그런데 고물 자전거가 말을 하면서 고물 자전거의 소원인 마지막 여행을 함께 하게 된다. 그 여정에서 주인공은 고물자전거에게 조금씩 애정을 느끼게 된다.


결국 주인공 어린이는 새 자전거를 마다하고 고물 자전거와 친구가 된다. 새것이, 업데이트가 새로운 버전이 더 좋은 시대에 헌 것, 고물, 늙은 것, 시시한 것은 좀처럼 마음을 주기 어렵다. 하지만 아주 작고 시시한 것을 통해 더 진한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엠마는 금붕어 조슈아의 마음을 차근차근 알아가는 것 같다. 꼭 이모집 강아지를 처음 만나는 것 같다. 그 강아지는 포메라니안이고 그 강아지도 시간이 지날수록 천천히 나에게 마음에 문을 열어주었다. 금붕어 조슈아가 죽고 엠마가 금붕어를 묻을 때 우리 엄마가 키우던 강아지가 죽은 일이 생각났다. 그 강아지를 본 적은 없지만 아쉬웠다.

엠마가 금붕어를 어떻게든 살리려고 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채송화가 죽기 전에 물도 주고 곰팡이 때문에 죽은 씨앗은 다시 씨를 심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금붕어를 보면서 이모네가 키우는 개도 생각났다. 포메라니안 말고 큰 개가 있는데 그 강아지가 아주 늙은 개여서 금붕어 조슈아와 비슷한 것 같다.(이효정)

엠마의 마음이 공감이 간다. 엠마가 죽은 금붕어 조수아를 만져주었을 때 나도 우리 강아지 생각이 났다. 나도 강아지가 죽었을 때 만졌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 강아지는 보송보송한 털에 작고 귀여웠다. 강아지는 작아서 면역력이 약해 병에 걸려 죽은 거 같다. 이 기억을 떠올리니 강아지에게 너무 미안하고 다시 만난 거 같은 기분이 든다. (이동호)


어린이들은 어머니가 기르던 강아지가 죽은 일, 자신이 길렀거나 친척 집에서 잠시 정들었던 살아있는 모든 것들을 떠올리며 동화를 감상했다. 그리고는 생명이 얼마나 소중한지, 어떤 대상에게 마음을 주는 일이 자신에게 어떤 변화를 주는지 깨닫는 듯했다.


어린이들은 금붕어 조슈아를 통해 자신이 사랑했던 애완동물을 다시 만나는 경험을 한다. 더 잘해주지 못해서 미안하고 그립고 하는 감정을 다시금 떠올린다. 그리고는 눈도 어둡고 움직임도 더딘 늙은 조슈아를 사랑하게 되는 엠마의 마음도 한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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