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목소리엔
매양 찔리는 구석이 있었다
이제 우리 이름으로 부르는 것은
그만두도록 해요
석 달째 되던 밤이었다
담장처럼 돌아서는 그 목소리가
여간 따가운 것이 아니었다
불청객처럼 한참을 서성이다가
나는 애써 이름을 잊고
너, 하고 불러 세웠다
여민 매무새를 풀어내고
내 성(姓)이며, 명(名)이며
차례로 벗어둔 채 날을 샜다
밝아온 아침엔
잠긴 목으로 밤 간을 묻고
비산(飛散)된 낱말들로 세면을 했다
아마 이름을 잊을 일은 없을 거야
석 달 하고 하루 째 되던
아침이었다
너, 하며 맺어지는 배웅이
역사처럼 아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