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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선아 Apr 10. 2023

바야흐로 봄의 제전이 막을 내리는 중입니다.



차를 밀어내며 출발하자 바닥에 흩어진 꽃잎이 앞 유리창을 치고 들어와 찰싹 소리를 내며 사라졌다. 지나치게 가까이 다가오는 것에 깜짝 놀라 눈을 감는 찰나.



부서진다.


부서지는구나, 봄이.



피어나는 것만이 할 수 있는 유일의 축제 기간이 부서지며 제자리로 돌아간다.

내년 이맘때쯤 지구를 한 바퀴 돌아오는 너는 밀물처럼 하얀 파도를 피웠다가

어딘가에 있을 빈자리로 가서 또 봄을 전해주겠지.



매년 돌아오는 네게서 들리는 소리는 멀리 어느 곳의 계절이 남긴 것일까.

모래 위에 쓰인 누군가의 낱말이 실려오는 것일까.

개화의 소리는 바닷물이 차오르는 소리.



발만 스치고 갔던 지난 봄과 허리까지 잠긴 작년의 봄.

한방울 적시지도 못하고 지나친 올해의 봄.

짠물에 처박혀 만타 가오리를 따라다니던 어느 봄.

그 한가운데서 물이 되고 싶다고.



매번 새 모습이 되는 것은 너일까 나일까.


매번 부서지는 것은 너일까 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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