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도쿄공업대학(東京工業大学), 일본에서는 '토코다이(東工大, 동공대, Tokyo Tech)'로 줄여서 불리는 메구로구에 위치한 대학교에 연구교환생을 다녀왔어요. 지금은 도쿄 의과치과대학과 합병해 도쿄 과학대학(東京科学大学)으로 이름이 바뀌었지만요. 참고로, 도쿄공대는 1929년에 설립한, 일본의 카이스트라고 불리는 이공계 연구 중심 국립대학이에요.
오늘은 저처럼 석사 때 교환학생을 가는 이례적인 사례에 대한 소개, 그리고 후기에 대해 말해보려고 해요. 3가지 정도의 큰 특징을 추려볼 수 있었는데요.
3개월의 짧은 연구기간 (6~8월)
맞아요. 이 기간 안에 연구를 시작하고 마치기에는 사실 많이 짧아요. 보통 석사 연구기간도 최소 6개월은 진행하니까요. 하지만 짧다고만 판단해 버리고, 연구를 대충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소중한 기회를 잡았기 때문에, 좋은 마침표를 찍고 싶었어요. 그러다가 LBW (late breaking work)를 내기에는 괜찮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어요. LBW란, 연구를 진행하는 중에 과정에 대한 논문을 내는 거예요. 쉽게 말해, 리뷰어들에게 '나 이런 연구 진행하고 있는데 어때? 괜찮아? 어디 이상한 부분은 없어 보여?'라는 뉘앙스로요. 잘 패키징하고 싶었던 경험이었기 때문에, 그리고 포기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에 돌아와서도 논문을 계속 작성했어요. 그리고 감사하게도 이때의 연구를 HCI 분야 세계 최고 권위의 CHI 학회에서 LBW 논문으로 퍼블리시할 수 있었어요.
9개국의 아시아국 석사/박사들과 만남
제가 참여한 프로그램의 정확한 명칭은 'AOTULE (Asia - Oceania Top University League on Engineering) Summer program'이에요. 말 그대로 아시아에서 각 나라를 대표하는 공과대학 8개가 모이는 프로그램인데요. 대만, 홍콩, 태국, 베트남,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중국 그래서 8명의 각각 다른 국가에서 온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어요. 이때 만난 친구들과 지금까지도 연락하며 지내고 있고, 각자의 나라에 여행 갈 때나 워크숍 일정/세미나 소식 같은 것을 전할 때도 도움을 서로 주고받고 있어요. 사실, 저는 무엇보다도 연구자들이 모인 곳에 함께 있을 수 있다는 점이 좋았어요. 한국에서는 석/박사 친구들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매일 논문을 읽거나 연구에 대해 고민을 하는 제 모습이 낯설기도 했고 또래 친구들과 섞이지 못하는 것 같았고요. 마땅히 이런 고민을 어디에 상담을 하기도 어려웠어요. 하지만 이 프로그램에서는 특히 박사생들을 가까이 만나 볼 수 있었는데, 연구에 대한 고민을 나눌 수 있어 정말 행복했어요. 이미 그 길을 걸어본 사람들의 여유로운 조언도 들을 수 있어 참 감사했고요.
6번 정도의 회사/연구단지 체험학습
저희는 연구실에서 연구함과 동시에,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일본 대표 회사들을 방문하기도 했었어요. 기억에 남는 곳으로는 JR 전철 제조사, 철강회사(그렇게 뜨겁고 큰 불, 설계된 폭발은 처음 봤어요), 이공계 연구단지로 유명한 리켄 (riken, 理化学研究所)이 있었어요. 미술전공생인 제가 이토록 짧은 기간 안에 많은 연구단지와 회사를 방문한 것은 처음일 수밖에 없었죠. 앞으로도 다시는 할 수 없는 경험일 것이라 생각해 매 순간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답니다.
우리나라보다도 덥고 습하다고 유명한 일본의 여름. 그중 저는 가장 덥다는 7,8 월에 도쿄에 지냈었죠. 그럼에도 저는 이 교환학생 시기가 가장 행복하고 벅찼던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어렵고 떨리는 일들 투성이었지만, 나중에는 그것도 재밌는 추억이 되더라고요.
그럼 다음 이야기는 제가 왜 남들은 잘 안 간다는 석사 교환학생을 가려고 결정했는지, 그 이유와 신청 과정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들을 가져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