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도쿄공대라는 일본의 카이스트라고 불리는 학교로 교환연구를 다녀왔어요. 도쿄대의 공대가 아니라, 도쿄공대라는 별도의 학교예요. 두 학교는 한국으로 보면, 서울대와 카이스트 같은 느낌이라고 해요.
석사 때 교환학생을 가는 사례는 흔하지도, 아니 사실 거의 있지도 않아요. 추천하지 않는 분들도 많고요. 그럼에도 가고 싶었던 이유와 갔다 와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공유하고자 해요.
1. 도쿄에 살아보고 싶다
20대 초반에 일본 한달살이를 한 적이 있어요. 공동생활을 했었고, 돈이 많지도 않았지만 매일 새로운 풍경을 보는 재미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때의 경험을 다시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마침 그 타이밍에 도쿄 교환연구 프로그램 안내 메일을 받게 되었어요.
2. 도쿄 학교를 다녀보고 싶다
대학생 때, 교환학생으로 타마미대라는 도쿄의 미대로 교환학생을 가고 싶어 했어요. 하지만 교환학생은 말 그대로 교환의 개념이기 때문에, 두 명이 서로의 학교로 이동을 해야 되는 룰이 있었죠. 그래서 TO가 있는지 없는지가 중요했어요. 하지만 몇 년간 타마미대와 교류가 리스트에 없길래, 교환학생 관리처에 전화해서 물어보니 자신들도 잘 모르겠다는 답변을 받았어요. 답답하고 궁금한 마음에 직접 타마미대에 이메일을 보냈어요. 그때 아쉽지만 저희 학교와 더 이상 교환 자매 협정을 진행하고 있지 않다는 답변을 들었죠. 이때 가지 못해서 아쉬웠기 때문에, 학교 경험을 이후에 기회가 생긴다면 꼭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그러던 중에 프로그램 안내 메일을 받았고, 지원해야겠다 생각했죠.
3. 일본의 연구 환경을 알고 싶다
학교를 다녀보고 싶다는 마음의 연장선일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사실 일본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의 연구 환경에도 관심이 있었어요. 연구 환경은 연구자에게 중요한 부분이고, 학교마다 매우 다르다고도 들었기 때문이에요. 아이디어를 냈을 때 실패해도 괜찮다고 이끌어주는 문화인지, 얼마 큼의 지원비가 나오는지, 주제 선정이 자유로운지 등 현실적인 조건들도 중요하고요. 하지만 이런 내용은 그 학교의 내부로 가지 않고서는 알아내기 어려워요. 미국은 상대적으로 커뮤니티가 크고 교류가 활발하기 때문에 이런 내용을 가끔 들을 수 있었지만, 일본에 대해서는 알기가 어려웠어요. 그래서 직접 경험해 보고 장단점을 깨달아보고 싶기도 했어요. 이공계 자연 과학 연구 성과가 뛰어난 일본의 유명한 학교는 어떨지도 궁금했고요.
이 세 가지 동기를 가지고 지원을 하게 되었고, 다행히 대표로 선정이 되어서 가게 되었어요. 하지만 지원 과정은 난이도가 어렵다는 느낌보다는, 막막함이 컸던 것 같아요. 저는 그럴 때마다 교환 담당 부서의 선생님께 전화해서 물어보곤 했었는데요. 자신의 일처럼 최선을 다해서 도와주신 선생님 덕분에 자신감을 얻고 준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 과정에 대해 아래에 짧게 정리해 놓을게요.
1. 영어 점수 제출 (일어 점수는 선택)
저는 가지고 있었던 토익 점수를 제출했었어요. 일어 점수는 없어서 제출하지 않았고요. 일어가 부족해도, 논문은 영어로 작성하니 연구는 영어로 할 수 있어요. 그리고 교수님들은 영어를 대부분 하실 수 있기 때문에 교수님과의 소통에서는 문제가 적을 확률이 커요. 하지만 랩실 친구들과 친해지기 위해 기본적인 일어는 공부해 가면 좋다고 생각해요.
2. 원하는 랩실 탐색 및 3 지망까지 제출
저는 가장 처음에 들었던 의문이 '나는 산업디자인과인데, 이공계 자연과학 연구로 유명한 도쿄공대에 내가 갈 수 있는 랩이 있을까?' 였어요. 하지만 다행히 담당자 선생님께서 도쿄공대의 교환연구 담당처에 물어봐주셨을 때, 그런 제약은 없다고 하셨어요. 다만, 제가 가고 싶은 구체적인 랩실을 찾아야 됐고 그 랩실의 명을 적어야 하는 칸이 있었죠. 그때 도쿄공대에 있는 랩실 최소 20곳의 홈페이지를 다 들어가서 샅샅이 확인했던 기억이 나요. 그리고 제 분야와 연관 있는 연구를 하고 있는 랩실을 찾을 수 있었어요. 다행히 1 지망으로 적은 그곳에서 연구를 할 수 있었어요.
저에게 있어 교환연구생을 과거로 다시 돌아가도 할 거냐고 물어보면, '그렇다'라고 말하고 싶어요. 물론 이것을 위해 휴학도 해야 됐었고, 코로나 시기 끝무렵이었기 때문에 마스크 껴여했고, 더운 날씨에 양산 쓰고 다녀야 됐던 경험이었어요. 모두에게 꼭 필요한 경험도 결코 아니고요. 하지만 이때의 경험이 저에게는 도움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고, 조금 더 행복하게 만들어줬다는 것에는 의심이 없어요.
어떤 일이든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가끔 스스로가 잘하고 있는지 의심이 드는 것에 충분히 공감도 되고요. 그래도 자신의 마음이 가리키는 방향에 귀 기울여 보기를 추천해요. 직감적으로 나에게 좋은 것은 느낄 수 있다고도 생각하거든요. 그 마음에 자신감을 줄 수 있는 글이었기를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