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대학에 소속된 산업디자인과 공과대학에 소속된 산업디자인의 차이를 소개해보고자 해요. 저는 학부는 미대, 석사는 공대에서 나왔고 둘 다 산업디자인을 공부했어요. 석사에서 연구 분야는 HCI였고요.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에는, ‘미대는 알겠는데, 공대에도 디자인과가 있다고?’ 하며 놀라는 분들이 많으실 것 같아요. 사실 저도 그중 한 명이었거든요.
제가 공대에도 산업디자인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때는 대학교 교수님의 백그라운드를 들었을 때였어요. 저의 석사 학교를 졸업하신 분이셨죠. 사실 처음에는 왠지 공대 디자인이라고 하면 심미성은 신경 쓰지 않을 것 같고, 개발 프로그래밍과 이런저런 수학이론만 다룰 것 같다는 편견이 있었어요. 하지만 그건 제 오해였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제가 감히 교수님을 평가할 수는 없지만, 심미성, 기술 그리고 아이디어 모두를 하나도 빠짐없이 디테일까지 챙기시는 분이셨고 무엇보다 모든 수업들을 재밌게 이끌어가셨어요. ’ 재밌는 게 재밌는 거다!‘라는 신념을 행동으로 보여주시는 분 같았죠. 그분 덕에 공대에 대한 편견도 깨졌었답니다. 아니, 오히려 더 좋아졌죠.
그래서 제가 느낀 두 과의 차이점을 말해보고 싶어요. 물론 미대와 공대의 차이가 아니라, 사람의 차이, 지역의 차이, 시기의 차이 등 여러 부수적인 차이들이 포함되어 있을 수도 있죠. 그러니 모든 학교에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은 아니라는 점 유의해주세요.
첫째, 미대는 기본적으로 심미성을 다루는 수업이 많고 공대는 개발을 다루는 수업이 많다.
두 산디는 같은 이름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다루는 수업의 기본이 다르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디자인과여도, 여전히 공대 안에 있는 디자인과는 개발을 많이 다뤘어요. 친구들도 기본적인 프로그래밍은 어느 정도 다 할 수 있었고, 과거에 하지 않았더라도 금방 배워서 적용할 줄 아는 응용력을 갖추고 있었어요. 반대로 미대 안에 있는 산디는 심미성과 아이디어를 더 중요하게 보는 것 같았어요. 그 이유는 직접 제품을 제작, 후가공, 개발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인식이 있었던 것 같거든요. 그 대신 그 영역은 외주로 진행하는 경우가 더 많았고요. 물론 소수는 직접 진행하기도 했지만요. 이외에도 미대를 다니다 보면 시각디자인, 영상디자인과 수업을 같이 들으면서 심미성과 감각을 기를 수 있는 수업들이 많았어요. 저 또한 자연스럽게 다른 과 수업을 들어보면서 심미성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많았고요. 그와 다르게 공대는 심미성을 다루는 수업의 수는 상대적으로 적었어요. 하지만 산디를 전공하면서도 산업공학, 컴퓨터공학, 기계공학 등을 부전공으로 공부할 수도 있었어요. 그렇게 개발에 대한 지식을 넓게, 깊게 키울 수 있는 기회도 더 컸던 것 같아요.
둘째, 미대는 예고/미술특화반/일반고 출신, 공대는 영재고/과학고/일반고 출신이 많다.
자연스러운 차이일수도 있지만, 학생들의 배경이 조금씩 달랐던 것 같아요. 미대에는 고등학교, 심지어는 중학교 때부터 예술을 공부하던 친구들이 많았기 때문에 예술에 대한 공부도 더 깊게 해 오던 친구들이 많았어요. 반대로 제가 졸업한 공대는 대부분이 과학고 출신 친구들이었기 때문에 수학과 과학에 대한 지식이 풍부했어요. 그래서 그런지 연구를 하면서 이과 지식을 많이/적게 다루는지에 대한 차이가 있을 뿐, 필요한 타이밍에 적재적소로 활용하는 친구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답니다.
세 번째, 미대는 교수님들의 배경이 아트/에이전시 설립/유명 디자이너 제자/작가, 공대는 개발자/연구자/작가가 많다.
저는 과를 볼 때, 교수님들의 배경 그리고 그분들의 연구 방향성이 그 과가 추구하는 방향성과 밀접한 연결관계를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학생들이 보고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교수님들의 배경을 살펴보았어요. (특히 이 부분은 지극히 개인적인, 그리고 시기에 따라서도 바뀔 수 있는 내용이기 때문에 참고만 해주세요.) 먼저 미대는 대기업에서 일하시다가 자신의 에이전시를 설립하신 분들이 많으셨고, 해외에서 디자이너로 일하셨던 분, 작가로 활동하시는 분 등 실무 감각과 사업적인 부분까지도 함께 다루는 분들이 많으셨던 것 같아요. 이와 다르게 공대는 회사에 소속되지 않으시고 계속 연구직에서 일해오신 분들이 많으셨다는 느낌을 받았고요. 요즘에는 작가분들, 개발자로 대기업 회사 다니시다가 오신 분들도 간혹 볼 수 있었어요.
같은 과의 이름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다양한 배경과 다른 커리큘럼을 갖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그래서 두 과의 사람들이 만났을 때 더 큰 시너지가 날 수 있다고 보기도 하고요. 어느 쪽이 더 좋다는 생각은 없고, 자신이 더 추구하는 방향성이 있다면 그쪽에 더 가까운 학교를 선택하면 좋을 것 같아요. 다음 글은 제가 일본 교환 연구원으로 다녀온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해요. 도쿄 공대 후기부터 갔던 이유, 그리고 방법까지 공유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