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선생의 오늘 May 31. 2023

무기력증


나는 남들과 다르게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사유의 깊이를 더하고자 철학을 배웠고,

일상의 번민을 덜어내고자 요가를 했으며,

반복되는 매일의 의미를 찾고자 글을 썼다.


종종 삶이 재미없다고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삶은 원래 그렇노라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리곤 더 나은 삶을 향한 의지와 실천 그 어디 사이,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하루에 당위성을 부여하곤 했다.


하지만 문득 이 삶이 지겹고 무겁다고 느껴질 때 즈음,

스스로 선택했다고 믿은 이 모든 과정들이,

사실은 나의 욕망을 따라 산 것이 아닌

타인의 욕망을 쫓아온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남보다 뛰어난 성취, 지위, 명성에 눈이 가려진 채

순수한 재미와 호기심을 모르는 어른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나 자신과는 점점 멀어진 채,

누군가의 그림자만 흉내 내는 꼴이 되었다.


이제야, 질주하던 트랙에서 벗어나

재미를 찾으려 하니

삶을 향한 에너지는 갈 곳을 잃고

허공에 이리저리 방황 중이다.


우리는 이것을 무기력이라 하는가.






매거진의 이전글 보상 심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