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장애 수용자

by 지와 사랑

교도관들이 가장 처우하기 힘든 부류 중 하나가 지적장애 수용자인데 이들에게 거실 형편상 이들을 대부분 혼거 시키는데 같은 방 수용자들에게 이용당하고 폭행을 당하거나 놀림거리가 되기도 하여 담당 교도관들이 거실 지정에도 신경을 많이 쓴다.

D교도소에 근무할 때 가장 난이도가 높은 미지정 수용동 근무자 B는 상담을 많이 하여 영치금이 없는 수용자들에게 사비로 구매물을 넣어주기도 하고 수용자들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고충을 잘 해결해주기도 하지만 다른 수용자들을 괴롭힌다거나 관규를 위반하며 지시에 따르지 않는 수용자들에게는 엄정하게 대하는 사람이었다. 남들이 데리고 있기 꺼려하는 문제수용자들이 자신의 사동에 와도 마다하지 않고 기꺼이 받아들였는데 그중 한 명이 다른 수용자들이 자신을 놀리거나 무시하며 폭행해 버리는 30대 후반의 K였다. K는 키는 크지 않지만 골격이 격투기 선수를 연상시켰으며 단순 무식한 반면에 인간적으로 대해주면 잘 따라오는 수용자였다. 폭행건으로 몇 번의 징벌이 있어 작업장 출역도 안되고 사동에서 골칫덩어리였는데 B직원이 인간적으로 잘 대해주자 B직원이 하는 말을 잘 들었고 무척 잘 따랐다. 또 한 명은 20대 중반의 지적 수용자 J였는데 혼거실에서 여러 번 폭행당하고 영치금을 갈취당하는 등의 피해를 입어 독거시켜야 하는데 거실 사정이 여의치 않아 혼거 시킬 수밖에 없는 사정이라 담당근무자 B의 고민이 컸다. 고민 끝에 B가 K를 불러 단단히 주의를 주고 J를 잘 데리고 있으라고 당부하였고 J에게는 K를 형님같이 생각하고 잘 지내라는 말을 하여 두 사람을 2인 거실에서 함께 생활하게 하였다.

K와 J는 한 달 넘게 사이좋게 잘 생활했고 직원들은 B의 거실 지정을 신의 한 수였다고 칭찬하였다. 그런데 두 달쯤 지났을 때 일이 터지고 말았다. 그 수용자들이 있는 사동이 속한 팀에서 야근을 하던 때였는데 밤 10시쯤 되었을 때 담당근무자가 얼굴이 피범벅이 되어 만신창이가 된 J를 데리고 온 것이다.

코뼈가 부러진 것 같기도 하고 피범벅이 된 왼쪽 얼굴 상태가 안와골절이 의심되어 외부병원에 나가봐야 할 것 같아 당직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외부병원에 내보낸 후 K를 불러 어찌 된 일이냐? 고 물어보니 K가 추가 건 소송 서류를 받았는데 한글을 잘못 읽어 J에게 읽어 달라고 부탁했더니 J가 처음에는 잘 읽어주더니 나중에는 "바보 같은 놈이 이것도 못 읽냐?"라고 놀리며 얕잡아 봐서 하지 말라고 해도 어린놈이 자꾸 놀려서 화가 나서 주먹으로 J의 얼굴을 때렸다는 것이었다. K가 J에게 잘 대해주자 J가 K를 만만히 보고 약을 올렸는데 하지 말라고 해도 계속 같은 말을 반복하자 참지 못하고 주먹을 휘둘렀던 것이다.

밤 12가 다되어서 인근 대학병원에 나갔던 J가 돌아왔다. 결과는 예상대로 안와골절이었다. 얼굴이 시커멓게 멍들고 부어올라 며칠 후 수술을 받기로 하고 들어왔는데 J에게 폭행당할 당시 상황을 물어보니 바보 같은 놈이 한글도 읽을 줄 몰라서 내가 읽어 주었다면서 웃는 것이었다. 천진난만한 지적장애 수용자였다.

다음날 아침 담당근무자 B가 출근하여 둘이 계속 잘 지낼 줄 알았는데 일이 터졌다며 아쉬워하였다.


나도 미지정 사동 근무 때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평상시 잘 지내다가도 갑자기 일어나 쌍욕을 하는 수용자 R이 있었다. 발작이 일어날 때 앞에 있는 수용자는 R이 자신에게 욕하는 줄 알고 같이 욕을 하다 싸움이 벌어지고 R은 주먹으로 정확하게 상대방이 얼굴만 가격하여 여러 차례 징벌을 받은 전력이 있었다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광무(가명)는 상담을 하기도 부담스러운 수용자라 그냥 방치해 두고 싸우면 조사, 징벌실로 보내고 징벌이 끝나면 다시 혼거실에 수용하고 이런 과정을 되풀이하고 있었다.

거실 지정 담당에게 광무는 혼거실에 두면 위험하니 독거 수용해야 한다고 요청하였으나 거실 지정 담당은 광무보다 심한 수용자들도 독거실을 못주고 있는 상태라고 말하여 차선책으로 2인 수용거실을 배정받고 담당실 앞 2인실을 광무의 방으로 정하였다. 나는 광무의 방에 다른 수용자를 들이지 않고 혼자 생활하게 하였는데 며칠 후 거실 지정 담당이 거실 사정이 안 좋으니 광무의 방에 다른 수용자를 넣어야 하니 누구를 보낼지 알려 달라고 하였다.

광무의 상태를 자세히 살펴보기 위하여 담당실로 불러 상담을 하는데 지장보살이 자신을 욕하고 비웃는다며 지금도 내 머리 위에서 지장보살이 자신을 비웃고 있다며 내 머리 위에서 쌍욕을 해대는 것이었다. 횡설수설하며 지장보살을 조심하라는 광무와 함께 생활할 수용자를 누구로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광무와 비슷한 또래인 영식(가명)이가 광무와 함께 있겠다고 자원을 하기에 이유를 물어보니 7인실에서 6명의 수용자 비위를 맞추느니 한 명에게만 잘하면 되는 2인실을 택했다는 것이었다.

영식이는 지적장애가 있지만 심하지 않았고 징벌 전력이 있으나 청소하는 것을 좋아하여 방에서 잠깐씩 나와 청소를 하도록 하면 사동 복도를 깨끗이 청소하고 사동 청소부들의 일을 도와주기도 하며 복도를 지날 때 방에 있는 수용자들과 인사를 하며 살갑게 대해 다른 수용자들과 말을 섞지 않는 문제수용자들도 영식이와는 대화를 하고 있었다. 방에서 못 나오도록 하면 답답한 마음에 사고를 치기도 하는데 잠깐씩 청소를 하도록 하면 밝게 잘 지내는 20대 후반의 수용자였다. 광무도 영식이와는 서로 존칭을 써가며 대화를 하는 사이였다.

영식이에게 광무가 네 얼굴을 보며 욕을 해도 너한테 욕을 하는 것이 아니니 무시하면 된다." 이것만 지키면 잘 지낼 수 있을 것이라는 주의를 주니 영식이가 알았다고 하여 둘이 함께 지내게 되었는데 영식이가 먹을 것도 챙겨주고 잘 대해주니 광무도 영식이에게 존칭을 써가며 잘 지냈다. 중간중간에 광무가 영식이를 쳐다보며 쌍욕을 해대도 영식이가 무시했고 그렇게 잘 지내나 싶었는데 한 달쯤 지나 갑자기 앞쪽 방에서 투다닥 소리가 들려 뛰어가 보니 광무와 영식이가 주먹다짐을 하며 싸우고 있었다. 공든 탑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한바탕 싸움이 진정된 후 영식이의 얼굴에 피가 되어 있었고 영식이에게 물어보니 "*새끼가 엄마 욕을 하잖아요."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날은 영식이의 상태가 안 좋은 날이었고 광무가 영식이를 보며 니 엄마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욕을 하니 영식이가 순간적으로 욕을 하며 광무를 공격한 것이었다. 다행히 다친 곳은 없었다. 나는 영식에게 다가가 꼭 안아주며 "영식아! 그동안 고생했다. 미안하다." 라는 말을 하고 영식이가 가고 싶어 하는 방으로 옮겨 주었다.


지적장애 수용자가 나이 많은 사람을 폭행한 사례도 있다 20대 초반의 지적장애수용자 S는 집에 가고 싶다며 울면서 엄마를 부르며 거실문을 차기도 하며 소란을 피우곤 하였는데 2인 거실에 함께 수용되어 있던 나이 많은 수용자가 잔소리를 하자 화장실로 끌고 가 폭행을 하여 나이 많은 수용자가 심하게 다쳐 병원에 입원하게 된 사건이었다.


거실 사정만 좋았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사고들이었다.



이전 03화접견실에서(내가 아직 용서를 안했는데 누가 용서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