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 수용 사동에서

by 지와 사랑

5년여 전 D교도소에 근무할 때 사회적으로 비중 있거나 사고 위험이 매우 높은 수용자들을 좁은 거실에 한 명씩 생활하게 한 사동이 있었는데 책임감 있고 가장 근무 잘하는 직원들을 선발하여 근무하게 하는 곳이었다.


무기수 공안사범(정치범), 사회적으로 크게 물의를 일으킨 종교의 교주(성폭행범)은 나름대로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절제하며 조용히 생활하는 편이었으나 니코틴 살인 사건, 술에 취해 내연녀와 다툼 끝에 출동한 경찰관들을 살해하여 언론에 크게 보도된 자들 그리고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어 다른 수용자들과 함께 수용할 수 없으며 통제가 되지 않는 문제수들의 거실을 지나다 보면 세상에는 별의별 사람들이 다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자포자기하다시피 하여 씻지도 않고 말을 붙여도 대답도 하지 않는 수용자, 망상에 사로잡혀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행동을 하는 수용자들과는 말을 섞기도 힘들었다. 며칠 전까지 멀쩡하게 택시운전을 하다 구속된 사람이 정신적으로 이상을 일으켜 TV 등 기물을 파손하고 일정기간 문제행동을 계속하기도 하는 등 상상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수용자들이 많았다.


그들이 정상적으로 돌아오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무기수들이나 장기수들의 대부분은 한동안 교도소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직원들을 괴롭히며 힘들게 하곤 했다. 통상적으로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르면 공장에 나가 작업을 할 정도로 좋아지는데 Y도 그런 수용자 중 하나였다.


D교도소 독거실에서 어두컴컴한 곳에서 머리도 감지 않고 씻지도 않은 모습으로 말을 붙여도 대답도 하지 않고 말을 붙이기도 께름칙한 자포자기 하다시피 하여 폐인이 되어 있던 Y를 다시 만난 건 3년 후 원래 근무하던 C소로 복귀한 후 작업팀장을 할 때였다.

C교도소는 독거실이 부족하여 독거실이 나올 때마다 서로 독거실로 들어가려고 경쟁이 치열했는데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인해 독거실을 격리 사동으로 운영하다 보니 독거실이 부족하였다. 2인 거실 또한 부족한 상태였는데 무기수들이나 장기수들이 7,8명이 함께 생활하는 거실에서 단기수들과 함께 생활하다 보니 사고 위험성도 많아 무기수와 장기수들을 독거실과 2인 거실로 옮기는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내게 상담을 요청한 Y를 만난 것이다.


Y는 D교도소 독거실 구석에서의 음산한 폐인의 모습이 아닌 작업장에서 일하는 다른 수용자들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상태였으며 단정하고 예의 바른 모습의 Y를 보고 나는 사람이 이렇게 변할 수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내색을 하지 않고 대화를 시작하였다.

Y는 술에 취해 흥분한 상태에서 출동한 경찰관을 살해하는 등 범죄를 저지른 후 자포자기에 빠져 있었으나 어느 순간 종교행사에 나가 스님을 알게 되었고 스님의 권유에 의해 불경을 쓰면서 자신의 마음을 추스르게 되었고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면서 하루하루 보내고 있으나 7명이 함께 생활하는 혼거실에서 단기수들과 함께 생활하다 보니 어려움이 많으니 독거실에서 조용히 불경을 쓰면서 지낼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얘기를 하였다. 나는 Y가 생활 잘하고 있는 것은 알고 있으나 전체적인 상황을 봐야 하고 지금 당장은 안되고 기다려 보라는 대답을 하며 상담을 마쳤다.

교도관들은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수용자들을 대할 때 많은 갈등을 느끼게 된다. 저지른 죄를 봐서는 혹독하게 다루어야 하건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고 국민의 법감정도 때론 수용자들에게 가혹하게 처우하기를 바라지만 때론 수용자들의 편에 서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교도관들은 데리고 있는 수용자들에게 사적인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공평하게 대해야 하고 수용생활을 잘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Y도 폐인 상태에 놓여 있다가 어느 순간 담당 교도관의 권유에 종교집회에 나갔을 것이고 그곳에서 좋은 스님을 만나 변화되었을 것이다.

독거실 수용자 중 변화되지 않는 수용자들도 많다. 다른 수용자들을 폭행하거나 위협하고 상습 자해 등 문제를 일으키며 교도관들에게도 위협을 가하며 작업장에 출역하지 않고 혼자 지내는 수용자들이다.

외국인 무기수 A는 온갖 기행을 일삼으며 직원들을 괴롭혀 정신질환 수용자로 직원들이 거의 포기하다시피 했는데 운동시간에 함께 운동하며 친하게 지내던 미국인 수용자가 출소 후 이 사람에게 "더 이상 또라이 짓 하지 말고 마음 잡고 작업장에 출역하며 정상적으로 살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는데 알고 보니 A가 정신병자처럼 행동하면 출소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거짓 행동을 하였으며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교도관들을 속여 왔던 것이다.

Y와 같이 변화된 사람으로 이끄는 것이 교도관들의 역할인데 쉽지 않은 일이다. 조금은 위축되었지만 오늘도 A는 독거실에서 나오지 않고 있고 Y는 아침마다 작업장 창문을 열고 웃는 모습으로 내게 인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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