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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와 사랑 May 18. 2024

잃어버린 아내 35

날아가고 싶다

  밤새 아내가 잠꼬대인지 망상이지 수없이 중얼거리며 큰소리를 치기도 하더니 새벽녘엔 "날아가고 싶다."는 말을 계속 반복하였다. 혼자 걸을 수 없는 답답한 마음을 표현한 것 같아 마음이 짠했다.

  10여 년 전 어머니가 뇌출혈로 쓰러지신 후 걸음을 제대로 걸을 수 없게 되었을 때 가뜩이나 귀도 안 들리는 데다 한쪽 다리가 마비되어 재활병원에서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상심이 크셨던지 "나 죽으면 화장해서 높은 곳에 가서 뿌려라 훨훨 날아가게"라는 말씀을 하셔서 아프게 들었는데 아내가 새벽에 날아가고 싶다는 말을 하니 어머니의 모습이 떠오르며 가슴이 저려왔다.


  나도 미치도록 날고 싶은 때가 있었다. 젊은 날 앞이 보이지 않는 방황의 어두운 터널 속에서 "날개야 돋아라!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아보자꾸나!"라는 이상 시인의 날개를 수없이 되뇌던 시절이었다. 내가 날고 싶었던 것은 신체적인 장애 때문이 아니라 풀리지 않는 인생에 대한 답답함 때문이었다.


  어머니와 아내의 정신적 신체적인 장애를 겪으면서 건강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알게 되었고 나라도 건강해서 아내를 돌볼 수 있음에 감사드리고 있다. 보고 듣고 느끼며 걸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알게 된 것이다.


  어제 지인과 가족요양에 대한 얘기를 나누던 중 지인이 가족요양을 하며 몇 년간 배우자의 똥, 오줌까지 받아내며 돌보던 분이 번아웃이 되어 배우자를 요양원에 보냈다는 얘기를 하는데 지인이 무슨 얘기를 하는 줄도 모르고 웃고 있는 아내를 보니 슬픈 생각이 들었다.

  아내의 나이 50대인데 내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아내와 나의 얘기는 어떻게 결말을 맺을까? 온종일 우울한 생각을 떨치지 못하고 저녁 늦게 아들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 아들에게 아내 소녀가장 시절 때부터 고생했던 얘기를 들려주며 엄마 불쌍하게 생각하고 잘 해 드리라는 말과 만약 아빠가 엄마를 돌보지 못할 상황이 오면 니들이 떠안지 말고 아빠랑 엄마 요양원에 보내라 니들은 아빠 엄마의 굴레에서 벗어나 니들 인생 살라는 말을 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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