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와 사랑 Aug 11. 2024

교도관 생활 하면서 가슴 아팠던 사건 7

가상화폐 투자 실패 후배들

  천안교도소에 근무할 당시 대전교도소에서 전입 온 9급 교도 Y는 연고지인 청주교도소 전출을 희망하였으나 행정착오로 천안으로 온 직원이었다.


  Y는 원칙적인 근무로 사동팀장이 7급 교위들보다 훌륭한 직원이라는 칭찬하던 직원이었다. 당시 관규 위반을 일삼으며 소내 질서를 무시하며 직원들을 괴롭히던 수용자 C가 있었는데 전과가 많아 S4급으로  청송2교도소에 수용생활을 마치고 출소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재범하여 연고지인 천안교도소에서 미결수용된 자인데 천안교도소 직원들은 몇 년 간격으로 미결수용되어 난리를 치는 C가 관규위반행위를 해도 큰 건이 아니면 못 본 체 눈감아 주었고 조사수용 시키려 팀사무실에 데려와도 팀장들이 처리를 안 해주어 C는 천안교도소에서 골칫덩어리였다. 그런 C가 슬슬 피해 다니며 움츠리게 만들었던 직원이 Y교도였다. Y는 수용자 C가 관규위반행위를 할 때마다 강하게 지적하였고 C가 큰소리를 치며 꼴통 짓을 하든 말든 개의치 않고 C의 관규위반행위 및 직원에게 큰소리로 욕하며 대든 상황을구체적으로 적시하여 팀장에게 보고하였고 팀장은 새파란 9급 교도의 기를 꺾을 수 없어 그대로 처리해 주었다. 고참 교위들 같으면 살살 달래서 C를 훈계 처리하곤 했는데 Y에게는 그렇게 할 수 없었다.


  Y와 함께 생활한 지 얼마 안 되어 내가 대전교도소로 전출가게 되었고 몇 달 후 Y교도가 승진시험에 합격하여 연고지인 청주교도소로 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무렵 천안에서 사고뭉치였던 수용자 C가 1심 재판을 마치고  항소하여 대전으로 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당시 대전교도소에는 사형수가 15명가량 수용되어 있었고 무기수 120여 명에 전국구 꼴통 수용자들을 포함하여 3,000명 넘게 수용되어 있음에도 이들을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어 수용질서를 어지럽히는 수용자들에게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었다.

   C가 수용될 미결 및 징벌사동의 2부 야간팀장이 나였고 일근 사동팀장은 천안 출신으로 C가 이송 와서 천안에서처럼 행동할 경우 강력하게 대응하여 조사수용하기로 작정하고 C가 오는 날을 기다렸다. 며칠뒤 야간근무를 하기 위해 미결, 징벌 사동으로 가서 일근 사동팀장과 인수인계를 하는데 일근팀장이 천안에서  C가 이송 왔다는 얘기를 하며 현재까지는 조용하고 고분고분한데 야간에 지켜보라는 말을 하며 퇴근하였다.

  다음날 아침 CC-TV로 C의 거실을 지켜보던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C가 기상하자마자 침구를 가지런히 개어 정리해 놓았고 아침식사 준비를 하는데 같은 거실에 수용되어 있는 수용자들에게 모범이 될 만큼 고분고분하게 행동하는 것이었다. 며칠 동안 C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았던 일근팀장과 나는 어이없는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천안에서 그리도 골통 짓을 하던 C가 대전에서는 모범수였다. 일근팀장이 내게 "형님! 쟤 우리가 알던 C 맞아요? 어떻게 저럴 수 있죠?"라는 말을 할 정도였다. 하루는 출근해서 탐실로 들어가니 C가 다른 수용자와 팀실에 나와 있기에 조사수용되는 줄 알고 '그렇지 네가 며칠을 가겠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일근팀장이 눈짓을 보내어 조용한 곳으로 갔더니 일근팀장이 C가 같은 방 수용자가 직원에게 욕했다고 신고했다는 말을 하며 소리 내어 웃는 것이었다. 천안에서의 개차반이었던 C가 대전에서는 상상도 못 할 행동을 하고 있는 웃픈 현실이었다.

  그렇게 대전에서 생활한 지 몇 달이 지났을 때 천안에서 청주로 전출 간 Y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였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아까운 후배가 왜 그런 선택을 했나 알아보니 가상화폐에 전재산을 투자했다가 실패하자 그랬다는 것이었다.

  몇 년 전 나와 같은 팀에서 근무했던 후배직원 J도 가상화폐에 몰빵 했다 전재산을 탕진하고 빚으로 생활하다 아는 수용자에게 몇천만 원의 돈을 빌렸다가 이런 사실이 상급기관에 알려져 조사를 받고 검찰에서까지 조사를 받으며 패가망신한 사례가 있다.

  가상화폐나 주식투자로 많은 돈을 번 직원도 더러 있지만 실패한 사례가 더 많은 것 같다. 모두들 성공하는 투자를 했으면 좋겠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나는 후배들과 아들에게 이런 얘기를 해주곤 한디.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투자하라."라고......




이전 06화 교도관생활 하면서 가슴 아팠던 사건 6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