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친정에 돌아오니 눈앞에 보이는 하나하나에 얽혀 있는 수많은 얼굴들이 떠올랐다. 너무 빨리 세상을 떠나 고인이 된 선배들과 동료들.......
최근 몇 년 사이에 왜 이리 암에 걸린 직원들이 많은지 천안에 오는 것이 조금은 꺼림칙했지만 나는 천안으로 돌아왔다.
요즘 들어 가을 하늘이 너무도 아름답다. 구름 한 점 없이 깨끗한 하늘이 내 마음속 욕심을 정화시키고 갖가지 형상을 띤 구름의 모습이 너무도 신기하기만 하다.
이렇게 좋은 날에 운동장에 나와 있는 수용자들을 보고 있노라니 4,5년 전에 담당으로 데리고 있던 수용자들의 모습이 눈에 띄어 수용자들 곁으로 다가갔다.
몇 년 만에 만난 반가움을 표시하며 이런저런 얘기들을 하고 있는데 D소에서 계속 사고를 치고 징벌방을 드나들었고 다른 사람과 함께 생활하지 못해 독방에 있었던 수용자 한 명이 눈에 띄었다.
10살 무렵에 어머니가 살인죄를 저질러 무기징역을 받아 20년 넘게 여자교도소에 수용되어 있는 30대 중반의 수용자였는데 대전에서 몇 번 상담을 해주었던 수용잔데 뜻밖에 천안에서 만난 것이었다.
내가 그에게 다가갔더니 계장님이 어떻게 여기 계시냐? 며 깜짝 놀라며 반가워했다. 천안에 온 지 6개월여 되었고 취업장에 출역해 적응 단계라는 이 녀석 하는 말이 내 마음을 파고들었다.
"계장님! 천안은 참 이상한 곳이에요. 제가 세 번 사고를 쳤는데 세 번 다 훈계를 받았어요. D소에서는 비슷한 건으로 금치 25일을 받았거든요." 내가 "천안은 직원들이 어떻게든 수용자들을 끌어안고 가려는 곳이고 D소는 워낙 방대하다 보니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거야, 미지정만 900명이 넘잖아, 공장에 출역하려 해도 6개월 대기해야 하고 그러니까 사고를 치면 헤어날 길이 없지. 무식하게 크게 지었어. 천안은 다른 소에 비해 직원이 턱없이 부족하지만 소년교도소 시절부터 수용자들한테 잘해주고 수용자들과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이야"라고 말하며 "공장생활은 어떠냐?"라고 물어보니 괜찮다고 한다.
D소에서 이 친구가 첫 번째 징벌을 받은 사유가 잘 잘 때 코를 심하게 골아 다른 수용자가 "도대체 인간이야? 돼지야?"라고 말하자 덩치도 멧돼지를 연상시킬 만큼 큰 이 친구가 화를 참지 못해 싸움으로 이어졌고 그 후 계속 사고를 쳐 징벌방을 들락거리던 친구였다.
거실 생활은 어떻냐? 고 물어보니 코골이 방에 있어 다 같이 코를 골기 때문에 괜찮다고 한다.
지금 있는 공장에서 계속 있을 거냐고 물어보니 적응하며 살기로 했다고 한다. 천안에 와서 세 번의 훈계를 받을만한 행동을 했을 때는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해 의도적으로 독방으로 가려고 했던 것 같았다. 그런데 이제 어느 정도 적응을 해서 정상적으로 생활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친구에게 어머니는 잘 지내시냐? 고 물어보려다 아픈 상처를 건드리는 것 같아 차마 물어보지 못했다.
앞으로 자주 보기로 약속하고 소운동장 쪽으로 가기 위해 사동 앞으로 가니 수시로 교도소를 들락거리며 직원들 속을 썩이는 노인수용자 한 명이 직원과 함께 걸어오며 계속 무슨 소린지 중얼거리고 있다. 4년 전에 내가 담당했던 수용자인데 오늘도 직원에게 뭔가를 넋두리하고 하소연하며 요구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다가갔더니 나를 보고 "하나도 안 변하셨네요."라며 말을 건넨다. 제정신은 있다는 생각에 빙긋이 웃으며 "영감님도 하나도 안 변했네요"라는 말을 건네고 소운동장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