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우, 손예진 주연의 영화 "클래식"은 보는 내내 내 가슴에 절절이 파고들었다. 한성민이 부른 OST “사랑하면 할수록”을 듣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린다.
조승우가 맹호부대 마크를 달고 월남 전쟁으로 가는 기차를 타고 갈 때 내가 맹호부대 출신이라 그런지 조승우의 아픈 마음이 절절이 파고든다.
전역을 앞둔 전쟁터에서 손예진이 준 목걸이가 떨어져 찾아서 줍다가 눈에 부상을 입어 실명을 한 채 귀국한 조승우가 손예진과의 재회의 순간에 실명한 것을 숨기기 위해 미리 만남의 장소에 가서 정상적인 사람처럼 행동을 하였지만 손예진이 그 사실을 알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너무도 애절하다.
대전교도소에서 근무하던 어느 날 저녁 천주교 사동을 순시하던 중 거실에서 한성민의 “사랑하면 할수록”이 흘러나오는데 살며시 가서 들어보니 천주교 미사때 성가를 부르는 수용자들이 부르는 노래였다.
“노을 지는 언덕 너머 그대 날 바라보고 있죠.
차마 말하지 못한 내 마음을 이미 알고 있었나요?
왠지 모르게 우리는 우연처럼 지내왔지만
무지개 문 지나 천국에 가도 마음 하난 변함없죠.
사랑하면 할수록 멀어짐이 두렵기만 해도
이것만은 믿어요.
끝이 아니란 걸
이제야 난 깨달았죠.
사랑은 숨길 수 없음을
우연처럼 쉽게 다가온 그대
이제는 운명이 된 거죠
사랑하면 할수록 멀어짐이 두렵기만 해도
이것만은 믿어요.
끝이 아니란 걸
끝이 아니란 걸“
어찌나 애절하게 잘 부르던지 나는 복도에 조용히 멈춰 서서 그들의 노래를 몇 번이나 듣고 있었다.
비록 흉악한 죄를 저지르고 온 저들이지만 나름대로 가슴 속에 묻어 둔 사연들이 있으리라 이런 생각이 들어서 그런지 수용자들이 부르는 노래가 더욱 애절하게 다가왔다.
1990년 초로 기억되는 어느 날 나는 레스토랑에서 한 여자와 마주앉아 있었다. 내가 처음으로 마음을 주었던 가장 사랑했던 사람, 하지만 나는 그 사람에게 제대로 내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고 상처만 주었던 사람이었다.
난 그 당시 경제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전혀 성숙되지 않았고 준비되지 않았던 사랑하는 사람을 품을 자격이 없었던 막연하게 성직자의 꿈을 꾸었던 27세의 답답한 청년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수도원에 들어간다는 말을 하였으나 그 사람을 내가 얼마나 사랑하는 줄도 몰랐고 그 사람의 마음보다는 내 감정에 충실했던지라 그냥 주저리주저리 두서없는 말을 늘어놓았던 것 같다. 잡을 자격도 없었고 능력도 없었다. 무기력하게 현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뿐이었다.
이십여년이 지난 어느해 겨울 나는 우연히 그 사람이 내가 사는 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얼굴 한번 보고 싶어서 근처까지 갔다가 차마 못보고 그냥 오고 말았다. 그렇게 몇 번이나 볼 수 있었으나 차마 못 보곤 했던 세월이 어느덧 30여년이 다 되어가고 있다.
그 세월만큼 한성민의 “사랑하면 할수록”은 내 가슴 속에 더 애절하게 파고든다.
“그때는 몰랐습니다.
사랑이 무엇인지를…….
말로는 사랑한다 했지만,
나만의 생각, 자존심만 내세울 뿐이었습니다.
그때는 몰랐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얼마나 아파하는 지를 …….
내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쏟아놓는 말들이
사랑하는 사람의 가슴에
얼마나 깊은 상처를 남기게 되는지를…….
20여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이제는 어렴풋이나마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랑이 무엇인지를…….
어렴풋이나마 깨달은 지금,
애절한 마음으로
그 시간 속으로 들어가 보려 하지만
지나가 버린 시간 되돌릴 수 없어
회한의 마음 깊어만 갑니다.
어쩌면, 다시는 볼수 없을지도 모르는 사람,
그 사람을 향한 몸짓 커져만 갑니다.
그때는 몰랐습니다.
사랑하는 이의 아픈 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