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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버스앤러버스 Dec 20. 2021

연말엔 다이어리-

에디터 콜리

  연말 연초, 바야흐로 다이어리의 계절이다. 사실, 내년 다이어리를 구매하기 이전에 올해 다이어리가 첫 몇 장만 끄적인 상태 그대로 남아있는 경우가 다반사이긴 하다. 하지만 내년을 기다리는 설렘 가득한 마음을 행동으로 표현하기에 NEW 다이어리를 장만하는 것만한 게 없다. 프로 계획러든 즉흥러든 일단 구매하고 보는 이 다이어리에서도 각자의 취향은 여실히 드러난다. 평소 성향이 다이어리 취향에서 드러나기도 하고, 다이어리에 대해 확고한 자신만의 규칙이 있기도 하다. 2022년을 기다리며, 에디터들이 각자의 취향이 듬뿍 담긴 다이어리를 자랑해 본다.



콜리 


 다이어리에 관한 나의 취향 

  손으로 이것저것 만들고 꾸미는 걸 엄청 좋아하는 편이라, 완벽한 '다꾸'는 아니어도 글에 색연필 그림을 곁들이는 것을 좋아한다. 그림을 그리려면 화려한 디자인의 다이어리보다는 내 일기와 그림을 담을 수 있는 깔끔한 스타일을 선호하게 된다. 줄글을 적다보면 문장의 높이가 점점 올라가는 편이라 가로줄이 필수로 쳐져 있어야 한다. 거기에 더해 세로줄까지 있는 그리드 형태면 더 좋다. 다이어리계의 민초파/반민초파가 만년형/날짜형 다이어리 취향이라면 나는 확고한 날짜형 다이어리파. 다이어리를 알록달록하게 꾸미는 데에는 관심이 없어도 글씨를 정갈하게 쓰는 것에는 꽤나 예민한 편인데, 만년형을 쓰며 내가 오늘의 날짜를 직접 기입하다가 삐끗하기라도 하면 내용을 적기 전 이미 기분이 팍 상해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른 2022년 다이어리 

  3년 간 같은 시리즈의 다이어리('별별일상 다이어리')를 사용해 왔는데, 다꾸스타그램을 구경하다가 대부분 6공 다이어리를 쓰는 것을 보고 뒤늦게 6공 다이어리 유행에 탑승했다. 흰색 반투명의 초깔끔한 바인더를 골랐고, 속지는 코넬로 선택했다. 특히 내가 선택한 코넬 속지는 본문 부분에는 가로줄이 있지만 키워드를 적는 부분은 무지라서 그림을 그릴 수 있다. 내년에 영국으로 교환학생을 갈 예정인데, 하루의 일기를 적으며 그날 먹은 영국 음식이나 보았던 멋진 풍경을 그림으로 담기에 적합한 다이어리 같다. 사진은 친구들과 함께 하는 독서 모임을 대면으로 진행했을 때, 카페에서 먹은 음료들을 책 내용 요약본 옆에 그려본 것이다.


 다이어리에 담고픈 내년 나의 다짐 

  아무래도 다이어리 꾸준히 쓰기. 매일 쓰는 건 정말 귀찮지만 써서 모아두고 나면 이만한 자산도 없다. 특히 교환학생은 인생에 다시 없을 경험일 테니 최대한 많은 기록을 남겨두고 싶다. 로망에 그칠지 모르지만 교환학생 일기를 잘 쓰고 잘 모아서 출판하고 싶은 바람도 있다. 교환학생 시절 블로그에 쓴 글을 모아 책을 출판한 언니가 있는데, 어찌나 멋져 보이던지!





일영


 다이어리에 관한 나의 취향 

  다이어리를 애초에 꾸준히 쓰지도 않고, 큰 애착이 없는 편이다. 예전에 썼던 다이어리들도 어디에 있는지 잘 모르겠다. 나중에 집 정리할 때 유물처럼 나타나서 나를 추억에 잠기게 해 줬으면 좋겠다. 하지만 잘 쓰지는 않아도 다이어리 자체는 매년 구매한다. 나에게 다이어리의 용도는 생각을 내던져 놓는 공간이다. 살다 보면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지금 떠오르는 모든 것들을 머릿속에만 담아 두기에 벅찬 순간이 종종 오고, 그럴 때는 생각을 머리 밖으로 끄집어내야 한다. 완벽하지 않은 글이라도 일단 적다 보면 무언가가 해소되기 때문이다. 나중에 그 글들을 되돌아보는 순간도 굉장히 좋아하는데, 좋았던 순간은 더 소중해지고, 힘들어서 벅찼던 마음은 ‘그때 뭐 이런 걸로 그렇게 힘들어 했을까' 하며 별 거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이런 이유로 내 다이어리에는 드문드문한 감정의 파도, 혹은 의미없는 낙서만 남아있다.

 

 그래서 좋아하는 다이어리 

  1순위는 무조건 디자인이다. 위에서 말한 경우를 빼면 다이어리는 거의 관상용이기 때문에, 글이 쓰고 싶어지는 디자인이어야 한다. 두번째로, 나에게 제약을 줘서는 안 된다. 다이어리를 절대 정기적으로 쓰지 않기 때문에 유동적으로 글을 끄적일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그래서 지금 쓰고 있는 다이어리는 스테이셔너리 브랜드 'ALL WRITE'에서 충동적으로 구매한 이것.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흰색과 빨간색의 조합, 빈티지한 폰트가 마음에 들어서 데려왔다. 내지에 연도와 일자는 일체 없이 요일만 나열되어 있고, 메모장으로 사용할 수 있는 내지도 많아서 자유도가 높다. 한 마디로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다이어리다. 

 

 다이어리에 담고픈 내년 나의 다짐 

  좋아하는 일들을 벌이고 한껏 들뜬 마음을 다이어리에 담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조금이라도 어릴 때, 잃을 것이 많지 않을 때 하고 싶었던 일을 하나라도 더 해봐야겠다. 보통의 기준에 맞지 않더라도 내가 신나서 할 수 있는 일, 하루종일 생각해도 지치지 않는 일을 찾아나가기!





하레


 다이어리 취향 

  계획 세우기를 좋아하는 탓에 다이어리보다는 플래너나 체크리스트를 쓰는 편이다. 매일매일 규칙적으로 일기를 쓰지도 않고 꾸미는 일에는 더더욱 관심이 없는 편. 하지만 연말이 되면 늘 새로운 기대와 함께 다이어리를 고르곤 한다. 그동안 내게는 꽤나 명확한 다이어리 선정 기준이 있었다.

만년형이 아닐 것, 즉 날짜가 기록되어 있을 것
위클리가 세로로 길지 않을 것
모눈이나 밑줄이 있어 글씨를 쓸 때 삐뚤어지지 않을 것
다이어리 한 권으로도 다양한 기능을 하도록, 이것저것 쓸 기록란이 있을 것

등등 꽤 강박적인 기준들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 내가 강박적이어서 이런 다이어리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다이어리만 써서 강박적 성향이 짙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름 열심히 지켜 왔던 빡빡한 기준에서 벗어나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고른 2022 다이어리 

  먼슬리와 위클리로만 구성된 '셰클리프'의 2022 다이어리. 위클리에 날짜가 따로 기입되지 않고 그때그때 필요한 분량을 채우면 된다. 무난하게 지나간 날은 넘어가고, 특별한 날은 그만큼의 지면을 할애할 수 있다. 그동안 일기를 쓰지 않아 빈 상태로 넘어가는 페이지들을 견디지 못했는데, 그런 죄책감을 덜어낼 수 있으면 좋겠다. 먼슬리는 간단한 체크리스트 플래너로 사용할 예정. 


 내년 나의 다짐 

  다이어리에 조금 더 너그러워지길. 정확히는 다이어리에 저지르는 나의 실수들에 너그러워지길 바란다. 사람이 살다보면 글씨를 삐뚤게 쓸 수도 있고 계획을 안 세울 수도 있고 날짜를 빼먹을 수도 있고 하는 거지 뭐...(손을 벌벌 떨면서) 그리고 보다 가볍고 기분 좋은 감정으로 다이어리를 채워 보고 싶다. 나쁜 감정의 무게는 무겁고 그렇기에 그들은 지상에 쉽게 매인다. 대2병을 세게 맞은 해의 다이어리는, 그런 감정들을 볼펜을 통해 종이 위에 묶어 놓는 수단이었다. 사실 붙잡아 두어야 하는 것은 무게가 가벼운, 훅 날아가 버릴 수 있는 감정들인데. 흘려보낼 것들은 흘려 보내고 소소한 행복들을 두고두고 기억할 수 있는 2022년의 다이어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먼지


 다이어리에 관한 나의 취향과 그래서 좋아하는 다이어리 스타일 

  매년 꼭 다이어리를 구매했었다. 그리고 다이어리를 잘 쓰는 사람이고 싶었다. 그래서 한 때 마스킹 테이프와 각종 스티커를 구매하기도 했었고, 열심히 플래너를 써보겠다며 각양 각색의 형광펜을 쟁여놓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나는 그런 꾸밈을 꾸준히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 이젠 정말 순수하게 기록과 관리를 위해 다이어리를 사용하고 있다. 내가 사용하는 다이어리는 2가지다. 일기장과 스케줄러. 

 어떤 다이어리를 좋아하냐면, 나는 군더더기 없이 필요한 내지만 군더더기 없이 갖고있는 것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예를 들어 일기장인데, 독서기록도 있고, 미래 계획 세우는 칸도 있고. 그런 걸 좋아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나는 그렇게 선호하지 않는다. 깔끔한 다이어리가 가장 좋다. 이것저것 여러 종류의 내지가 포함되어있으면 개인적으로 조금 정신사납더라. 채우면 채운대로, 비우면 비운대로 일년을 돌아볼 수 있기에 만년형보다는 날짜형을 더 선호한다. 

  일기장부터 소개하자면, '하루끝 하루시작'이라는 다이어린데, 2년째 일기용으로 위클리만 사용한다. 이 아이는 불필요한 페이지 없이 딱 먼슬리, 위클리만 반복되는게 마음에 든다.  한 칸이 적당한만큼만 널찍하다. 너무 작아서 아쉽지도 않고, 너무 커서 채우기 부담스럽지도 않다. 동시에 날짜형이다. 

스케줄러에 대해서는 특별한 취향이 없는데, 역시나 깔끔한 걸 좋아한다. 쓸 수 있는 칸이 넓어야 하고, 일정 관리하기 편해야한다. 만년형을 안좋아한다고 했는데, 일기장과 달리 스케줄러는 일년 단위로 구매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어쩔 수 없이 만년형을 사용중이다. 

 

  내가 쓰는 스케줄러는 'Field Note'의 '56-Week Planner'다. 한 7월쯤, 한 편집샵을 방문했다가 첫눈에 반해서 구매한 애인데, 앞 뒤로 들어간 안쪽 표지 내용이 매력적이다. 얘는 먼슬리도 메모페이지도 없이 오로지 이 위클리 페이지만 있는데, 딱 일주일의 스케줄과 할일을 적어서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이 편하다.   


 내년 나의 다짐 

  하루 일과 중 하루를 정리하고 다음날을 위한 계획을 세우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한다. 잘 준비를 하지 않고 어쩌다 잠드는 날이 많아졌다. 그러다보니 하루하루를 흘려보내는 기분이 든다. 내년엔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기 위해선 새해를 기다릴게 아니라 오늘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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