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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버스앤러버스 Apr 20. 2022

기념일 밸런스게임

에디터 콜리

  우리는 생각보다 기념일을 자주 마주한다. 특히 곧 오는 5월은 가정의 달이라고 불릴 정도로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로즈데이, 성년의 날 등 여러 기념일이 많은 달이다. 나라에서 정한 공식 기념일 말고도, 연인 사이의 기념일, 가족 간의 기념일 등 우리는 수많은 기념일을 챙기며 살아간다. 말 그대로 무엇을 ‘기념’하는 특별한 날인만큼 각자가 기념일을 대하는 태도도 다양한데, 이 태도와 생각의 차이가 기념일을 둘러싼 논쟁으로 번지기도 한다. 기념일을 챙겨야 하는지부터 어떤 기념일을 보내고 싶은지, 기념일에 특정한 상황이 발생하면 어떻게 할 건지 밸런스게임을 통해 상상해보자.




0. 나는 온갖 기념일을 잘 챙기는 편이다: 빼빼로데이에 꼭 빼빼로! 3월 3일 삼겹살 데이도 챙겨야 함! 

VS 기념일에 신경 쓰지 않는 편이다: 꼭 다 챙겨야 하나!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전자: 콜리, 먼지

  매일을 소중하게 여기며 사는 것도 좋지만, 기념일에 의미 부여하는 건 다른 얘기다. 몇몇 날들을 더 특별하게 생각하고 그에 맞는 이벤트를 즐기는 건 삶을 더 재미나게 사는 방법이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기념일일 경우, 평소와 다른 것들을 하며 고마움을 표하거나 서로의 소중함을 다시 느낄 때 더욱 사이가 돈독해질 수 있다. 기념일을 챙기려다가 이 밸런스 게임처럼 의견 차이로 싸우지만 않는다면…

후자: 하레, 일영

  세상이 챙기는 기념일은 사실 나와 상관 없는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특히 상업적인 목적으로 만들어낸 날인 경우가 많다. 그런 것들을 일일이 다 챙기는 건 그들의 목적에 놀아나는 게 아닐까! 나와 관련된 기념일이라고 하더라도, 그 날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지 꼭 상대에게 선물을 준다거나 이벤트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크게 기념일에 상관하지 않고 매일 충실하게 살면 그만이다.




1. 기념일을 너무 챙기고 싶은 사람 vs 기념일을 챙기고 싶지 않은 사람… 누가 맞춰야 하나? 


전자: 콜리, 먼지

  기념일을 챙기는 건 노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나는 기념일을 챙기고 싶은데 상대는 챙기기 싫어할 때 서운한 마음이 드는 건 내가 의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챙긴다는 게 꼭 어마어마한 스케일만을 말하는 것도 아니다. 나도 이 날을 중요하게 여기고 당신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마음의 표현을 확실하게 해달라는 것 뿐이다. 사실 챙겨달라고 자꾸 매달리는 내가 더 비참하다ㅠㅠ

후자: 일영

  잘 챙기지 않는 사람한테 기념일을 챙겨달라는 게 얼마나 부담인지 모른다. 억지로 챙기는 기념일이 의미가 있나? 기념일에 특별한 걸 하지 않는다고 해서 상대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게 아닌만큼, 챙기지 않는 스타일도 존중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념일에 크게 의미부여하지 않는 대신, 평소에 서로 잘하면 되는 거 아닐까.




2. 매일매일 애정 표현하지만 딱히 챙기는 기념일은 없는 사람 vs 평소에는 무뚝뚝해 보이지만 한 번할 때 어마어마한 스케일의 이벤트를 해주는 사람


전자: 콜리, 먼지, 하레, 일영

  날짜를 하나 정해서 가능한 모든 의미 부여를 하고 이벤트를 여는 게 늘 서로에게 충실한 것보다 중요한지 모르겠다. 아무리 가끔의 기념일을 잘 챙겨도 평소에 애정을 확인하지 못한다면 허울처럼 느껴질 뿐이다. 원래 이런 소소하고 일상적인 기억들이 모여 태산이 되는 법이다! 매일 받는 애정 표현에 내가 익숙해지지만 않으면 될 것 같다.

후자:

  평소에 많은 애정 표현을 하지 않더라도 크게 한 번 성의 표현을 하면 그걸로 행복할 것 같다. 이런 큰 이벤트들은 당연히 기억에 남고, 이 기억으로 관계를 계속해서 이어나갈 수 있다. 그리고 기념일과 이벤트가 꼭 물리적인 걸 말하는 건 아니지만, 기념일을 선물을 받는 것도 솔직히 좋다! 무엇보다 무뚝뚝하고 애정 표현을 적게 한다는 게 곧 일상 속에서 애정을 확인하지 못한다는 뜻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3. 10년지기 친구의 생일 vs 연인과의 기념일, 나는 이걸 챙긴다!


전자: 하레

  사랑보다 우정! 어쩌면 연인보다 더 오래 함께 할 친구와 소중한 날을 보내야 한다. 또, 보통 연인과의 데이트는 주에 몇 번씩 하면서 친구는 아무리 오랜 세월 함께했다고 해도 약속을 따로 잡고 얼굴을 보는 경우가 많다. 생일까지 같이 보내지 않는다면 친구를 서운하게 할 수도. 그리고 10년이나 친구였으면 생일마다 하는 어떤 리추얼이 생겼을 수도 있다. 연인이 생겼다고 그 리추얼을 하지 않는다면 그건 더더 서운하다.

후자: 콜리, 먼지, 일영

  연인과의 기념일은 우리 둘만의 날이다. 내가 안 챙기면 누가 이걸 챙기나! 상대 혼자 챙길 수는 없지 않나. 하지만 10년지기 친구에게 친구가 나만 있는 게 아니라면 친구는 다른 친구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그리고 슬프고 현실적이게도, 하던 연애가 끝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날 경우 우리의 기념일 날짜는 바뀐다. 이번 연애의 기념일이 우연히 내 친구의 생일과 겹쳐 연인과의 날을 택한다 해도, 연애 상대가 바뀌면 당장 내년 친구의 생일에는 내가 친구와 함께할 수 있다는 말이다. 친구에겐 미안하지만 이번 연애에서만 연인과의 기념일을 챙기자. 그리고 친구에게 소개팅을 시켜주자. 원한다면 친구도 다음 생일에는 연인과 함께할 수 있게…




4. 같이 보낸 기념일 사진으로 SNS를 도배하는 사람 vs 아무리 좋은 기념일을 보내도 절대 사진 같이 안 찍는 사람


전자: 콜리, 먼지

  나는 연애할 때 연애 중임을 티 내는 사람이 좋다. 티 내는 만큼 애정을 확인 받는 기분이랄까? 게다가 기념일 사진이니 무언가 특별하고 재미난 걸 했을 테고, 그걸 자랑하고 싶은 마음도 좀 있다. ‘도배’가 좀 부담스럽긴 하지만 그만큼 우리의 기념일을 행복하게 보낸 거라고 생각할 것 같다. 너무 좋아서 여기저기 그 사진을 올리는 게 좀 귀여워 보일지도 모른다!

후자: 하레, 일영

  사진을 찍고, 특히 그걸 SNS에 올려 자랑하는 게 우리가 보내는 시간의 목적이 아니다. 사진을 안 찍는 이유가 날 숨기고 싶어서라거나… 흔적을 남기고 싶지 않은 어떤 못되처먹은 이유가 아니라면 그깟 사진 안 찍는 것 쯤이야! 내 기억에만 잘 남기면 되지. 오히려 예쁜 사진을 남긴다고 구도 잡고 수백장 찍어대는 데에 시간을 쓰다가 날을 망칠 수 있다.




5. 기념일마다 물건으로 선물을 잘 주지만 편지는 한 장도 써주지 않는 사람 vs 매일 장문의 편지를 써주지만 편지 외의 선물을 주지 않는 사람


전자: 하레, 먼지

  편지는 그 자체로만 의미가 있을 뿐 어디 써먹을 데가 없다. 그리고 연인 사이의 기념일일 경우 헤어지면 더더욱 그 편지는 쓸데없는 한 장의 종이일 뿐이다. 편지를 받아서 어디 상자 같은 데 넣어두고 묵히는 것보다 오히려 쓸모 있는 물건을 선물로 받아서 그걸 쓸 데마다 상대를 생각하는 게 상대한테도 더 의미 있지 않을까? 게다가 선물이라고 다 성의 없는 것이 아니다. 세심하게 챙긴 선물 하나가 백 마디 말보다 더 나을 때가 있다. 무심코 지나가면서 이야기한 물건을 선물로 받았을 때의 감동이란!

후자: 콜리, 일영

  원래 물건보다 마음 아니겠나! 선물은 돈 주고 살 수 있는 거지만 편지는 돈 주고도 못 산다. 게다가 매일 장문의 편지? 엄청난 정성이다… 나도 그렇게는 못 한다. 편지들을 소중히 모셔놓고 그 정성과 애정에 감동해서 맨날 읽어볼 것 같다. 내게 필요한 물건은 내가 사겠다!




6. 화려하고 공개적인 곳에서 즐기는 기념일 vs 둘만 아는 곳에서 소소하고 오붓하게 즐기는 기념일


전자: 먼지

  원래 기념일은 특별한 맛에 즐기는 거다! 돈을 팍팍 쓰고 좀 과한 게 아닌가 싶더라도 그 순간을 화려하게 즐겨야 직성이 풀린다. 크리스마스엔 마음에 드는 식당을 예약하고, 한껏 꾸미고 만나 멋진 야경도 보고 사진도 많이 찍어 기억에 남기고 싶다. 기념일은 기념일 다워야지. 그리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한 장소가 있다면 그건 그 곳이 좋기 때문이다. 모두가 좋아하는 멋진 장소에 가서 기념일을 즐기는 건 당연한 일!

후자: 콜리, 하레, 일영

  왁자지껄하고 사람 많은 곳에서 기념일을 보내면 우리만의 기념일이라는 느낌이 안 든다. 우리끼리 조용한 곳에 있어야 대화가 되고 분위기도 좀 잡히는 거다. 불꽃놀이가 터지고 큰 음악소리와 사람들 떠드는 소리 때문에 귀가 먹먹한 곳에서 ‘뭐라고? 잘 안 들려! 사랑한다고? 그래 나도!!!’’라고 외치고 싶진 않다.




7. 더현대서울에서 만나기로 한 기념일, 검은색 정장에 장미 100송이를 들고 기다리는 애인 vs 검은색 롱패딩에 트레이닝복을 입고 기다리는 애인


전자: 하레, 먼지, 일영

  더현대서울은 참 애매한 곳이다. 아주 편한 옷차림의 사람은 없지만 그렇다고 세상 열심히 꾸미고 가는 곳도 아니다. 그래도 기념일에 롱패딩과 추리닝이라니! 용납할 수 없다. 난 한껏 꾸미고 나왔는데 애인이 저 꼴로 나왔다면… 나만 진심인 것 같아 그 날 하루종일 기분이 안 좋을 것 같다. 차라리 좀 뚝딱거리고 조금은 창피하더라도, 정성이라도 보이면 좀 귀여울 것 같다. 대신 나도 한껏 꾸미고 가서 장미 100송이를 프러포즈용으로 받은 척 해야할 수도.

후자: 콜리

  아무리 더현대서울에 꾸미고 놀러 온 사람들이 많다지만 정장과 장미다발은 아무래도 아찔하다. 검은색 롱패딩과 추리닝은 폼이 나진 않지만 계절이 여름만 아니라면 무난하게 사람들 틈에 녹아들 수 있지 않을까. 오히려 너무 편해보여서 더현대서울을 밥 먹듯 가는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다.




8. 기념일에 애인이 예약한 파인 다이닝에서 식사까지 마쳤는데 계산은 안하는 애인 vs 김밥천국에서 풀코스 식사를 사주는 애인


전자: 콜리, 먼지

  기념일에 김밥천국이 웬말인가. 특별한 날이니만큼 멋진 식당에 가서 분위기를 즐기고 싶다. 애인이 식당을 찾고 예약까지 했으니 계산은 내가 하지 뭐! 계산대 앞에서 눈치 주는 애인은 별로지만 차라리 내가 먼저 계산하겠다고 나서면 괜찮지 않을까. 이번엔 내가 사고, 다음엔 네가 사는 거다.

후자: 하레, 일영

  나보고 계산하라고 눈치 줄 거면 차라리 김밥천국 풀코스가 낫다. 물론 꼭 내가 아닌 애인이 계산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애인이 직접 찾아서 예약까지 하길래 대접 받는 기분으로 갔는데 계산대 앞에서 모른 척하면 얼떨떨할 것 같다. 김밥천국을 가더라도 우리끼리 즐기면 그걸로 충분하다. 김밥천국에서 풀코스 사주는 애인이라니… 좀 귀여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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