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먼지
- 1편에 이어 -
지속가능한 소비문화 확산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는 너울너울 스튜디오의 멤버, 규빈치와 다윤이다. 이 인터뷰는 총 2편에 걸쳐 다룬다.
너울너울 스튜디오는?
너울너울 스튜디오는 지속가능한 소비문화 확산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는 크리에이티브 크루다. 인스타그램에 여러 브랜드들의 친환경 관련 소식을 포스팅하고, 정기적으로 발행하는 뉴스레터를 통해 친환경 브랜드의 이야기를 심도 있게 다룬다. 이외에도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업사이클링 제품을 제작하기도 한다. 가장 최근에는 맥주 찌꺼기로 만든 쫀드기 ‘헤이쬰’을 만들었다.
Q.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너울너울 스튜디오의 다윤입니다. 그림쟁이란 이유로 비주얼 아티스트라는 거창한 역할명을 갖고 있어요. 너울너울 크루로 활동하면서 그림을 그리고, 물감을 만들고, 그림 공간을 운영합니다. 나와 우리, 자연을 해하지 않으며 살아가는 방법을 고민해요.
Q. 어쩌다 너울너울 크루를 시작하게 되셨나요?
처음엔 이불속에서 너울너울 레터를 읽는 것으로 월요일 아침을 시작하던 구독자였어요. 처음 너울너울을 만든 규빈치와 루다다를 와이퍼스라는 플로깅 단체에서 만났는데 이렇게 좋은 생각으로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젊은이들이 있다니 참 기특하다는 팬심으로 지켜보고 있었죠. 하하. 그러던 중 둘에게 같이 너울너울을 하자는 제안이 왔고, 저와 찐이라는 새 크루가 추가되어 새롭게 브랜딩된 너울너울 스튜디오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친환경 라이프를 추구하는 사람으로서 같은 가치를 공유하고 공감하면서 능동적으로 뭔가를 만들어낸다는 게 많이 설렜어요.
Q. 지속가능한 소비문화, 제로 웨이스트, 친환경과 같은 키워드에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되셨는지 궁금해요.
어렸을 때 잠시지만 환경운동가를 꿈꿨어요. 북극에서 석유 시추를 반대하는 그린피스 대원이 되고 싶었는데 어린 나이에 그게 왜 그렇게 멋있어 보였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인간 그 이상의 무언가를 위한다는 게 충격이었을까요. 그림 그리는 사람이 된 후에도 환경에는 쭉 관심 갖고 있었는데 최근 몇 년 사이에 더 적극적으로 행동하게 된 것 같아요.
Q. '착한 소비', '지속 가능한 소비'라는 범위가 굉장히 넓잖아요. 굳이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다루시는 이유가 있을까요?
너울너울 레터는 환경이나 지속가능성에 대해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대상으로 하는데, 그런 사람들이 환경에 접근하기 쉽게 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브랜드 소개라고 생각했어요. 환경에 관심 갖기 시작하다 보면 무얼 하는 게 안 좋은지, 왜 안 좋은지,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갑자기 많은 정보들을 접하잖아요. 맞는 얘기지만 어쩔 땐 잔소리 같이 느껴지기도 하더라고요. 일개 소비자인 나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 같기도 하고요. 하지만 착한 브랜드가 어떤 사람의 어떤 철학으로 만들어졌는지, 어떤 가치를 추구하고 무슨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지를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환경과 지속 가능한 소비에 대해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요. 사람들에게 현 상황과 문제를 먼저 알려주기보다 새롭게 소비할 수 있는 것을 소개함으로써 흥미 유발도 될 것 같고요.
Q.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가 있나요?
제가 가장 사랑하는 취미가 요가와 미술인데, 요가 브랜드 중에선 만두카, 미술 브랜드 중에선 틴토레토요! 어디서 왔고, 얼만큼 머물다 어디로 가는지를 생각했을 때 아쉬운 점이 없는 브랜드예요.
만두카는 매트부터 의류까지 오직 요가인들을 위한 브랜드인데, 오래 쓸 수 있는 좋은 제품을 환경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공정으로 만들어요. (그리고 여담이지만, 만두카 코리아의 대표님도 참 멋진 분이세요!)
틴토레토는 ‘크루얼티 프리’인 제품들을 생산하는 이탈리아의 붓 브랜드예요. 다람쥐나 족제비털 같은 천연모가 아닌 인조모 붓들은 대체로 퀄리티가 떨어지는데 틴토레토의 크루얼티 프리 붓은 천연모와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 사용감이 정말 신기해요.
Q.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사람들은 멋이 없을 것 같다는 오해를 받기도 해요. 안 사고, 안 쓰고, 재활용해서 쓰고… 이런 것들은 멋지지 않을 것 같다는 세간의 편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전보다는 확실히 사람들의 관심이 많아지면서 편견도 생기는 것 같아요. 안 사고, 안 쓰는 것만이 제로 웨이스트는 아닌데 말이에요. 사람이 살면서 소비를 하는 건 당연하잖아요. 그저 어떤 것을 사고 어떻게 쓰는지가 중요한 거죠. 커피를 한 잔 마시더라도 공정무역 원두로 내린 커피를 텀블러에 담아 마시는 것처럼요.
맞아요. 아무래도 잘 모르다 보니 이런 오해도 생겨나는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더 많은 사람에게 매력적으로 보이려면, 환경을 위한 소비가 정말 '힙하고 쿨한 것'으로 보여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다윤님은 더 많은 사람이 환경을 위한 소비를 하기 위해서 어떤 게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
환경을 생각한다는 건 공감에서 시작한다고 봐요. 아직 한국은 기후위기로 인해 생계가 흔들릴 정도는 아닐 수 있지만, 전 세계에서 가장 적게 탄소를 배출하면서도 기후위기의 직격탄을 받는 아프리카를 보고 그 심각성을 느낄 수 있는 그런 공감 능력이요. 그래서 전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공감과 문제 해결 능력이 큰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관심사가 환경에서부터 동물권, 결국엔 인권까지 연결되는 거죠. 요즘엔 공감이 타고난 능력이 아니라 연습을 통해 키울 수 있는 지능이라는 주장과 함께 그 중요성이 대두되는 것 같은데, 환경을 위한 소비문화가 ‘힙하고 쿨한 것’ 일뿐만 아니라 ‘더 나은 삶을 사는 공감 능력’이라는 인식도 더해지면 좋지 않을까 합니다.
Q. 그렇다면 다윤님이 생각하는 지속가능한 소비는 무엇인가요?
내가 사용하는 것이 어디서 왔고, 얼만큼 머물다 어디로 가는지 한 번쯤 생각해 보는 거요. 소비에 좋고 나쁨, 옳고 그름을 명확하게 따지기엔 우리의 생활은 꽤나 복잡하기도 하고, 결과에 따라 자책하며 스트레스받기도 쉬워요. 주위에 항상 말하고 다니는 거지만, ‘신경을 쓰고 있다’ 정도만으로도 가치 있다 생각해요.
'더 나은 삶을 사는 공감능력'이라는 말이 참 인상 깊네요. 내가 사용하는 것이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는지 생각해볼 수 있는 것도 그 공감능력과 연관이 깊다는 생각이 들어요. 무엇보다 스스로 자책하지 않는 것, 지치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Q. 크루 활동을 하기 전과 후에 삶에서 가장 달라진 게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크루가 본인에게 갖는 의미도 함께요.
사실 전 개인으로 작업하기를 좋아하지 남들과 소통하며 프로젝트를 만드는 걸 좋아하진 않았어요. 너울너울을 시작할 때 가장 큰 걱정도 ‘내가 사람들과 꾸준하게 뭔가를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어요. 하지만 막상 해보니 이런 활동이 삶의 에너지가 될 수 있다는 걸 느껴요. 그리고 너울너울 활동이 패턴화된 일상에서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돼요. 아이디어를 내는 게 가장 어렵지만요. 하하.
성인이 되어서는 스스로 성장하고 있다고 느낄 때가 잘 없는데, 너울너울 크루원들과는 내가 지금 새로운 것을 하고 있음으로 인해 스스로 발전하고 있는 느낌을 들게 해요.
사실 너울너울은 저 포함한 크루원들 모두가 각자의 본업이 있는 상태에서 하는 사이드 프로젝트예요. 그래서 아무래도 본업처럼 프로젝트의 진도가 빠르지 않기도 하고, 일이 바쁘거나 컨디션이 안 좋을 땐 너울너울이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해요. 그렇다고 중단하기엔 저에게 도움되는 것이 많아요. 그리고 제가 이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게 너무 뿌듯해요. 꾸준히 늘어나는 구독자들이 우리가 만드는 콘텐츠를 봐준다는 책임감도 크고요.
Q. 너울너울 크루 활동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해요.
레터에 소개된 브랜드 관계자들과 구독자들을 초대해서 ‘지속 가능한’ 파티를 하고 싶단 생각을 작년부터 했는데 코로나가 지나가면 더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보려고요. 너울너울이 구독자들에게 일방적으로 소통하는 틀에서 벗어나 구독자들끼리, 혹은 브랜드들끼리 소통할 수 있는 장이 되고 싶어요.
그리고 너울너울 레터가 지속 가능한 소비의 가이드북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계절이 바뀌어 옷을 사려고 할 때, 혹은 친구 생일에 착한 선물을 하고 싶을 때 어떤 것이 좋을지 사람들이 찾아볼 수 있는 가이드북이 되면 좋겠어요.
와, 멋진데요. '지속 가능한' 파티를 하게 되면 저도 참석하고 싶어요. 열심히 구독하고 있거든요. 하하. 지금도 너울너울 레터로 새로운 정보를 많이 얻고 있는데, 더 아카이브된 이후에 가이드북으로 활용해도 정말 좋겠어요. 응원합니다.
다윤님은 너울너울 스튜디오 크루 멤버이기도 하지만 어몽트리 그림공간(@among.trees.art )을 운영하고 있는 화실 사장님 겸, 미술 선생님이시죠. 본업에 대한 질문도 드리고 싶어요.
Q. 어몽트리 그림 공간을 그림 이상의 가치를 추구하는 자연친화 미술공간이라고 하셨어요. 어떤 의미이고 어떤 가치를 추구하시는지 독자에게 설명해주세요.
이곳은 분명 그림을 그리는 공간이지만 환경을 생각하며 작업한다는 의미를 담고 싶었어요. 어몽트리를 처음 브랜딩하면서 다소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환경’과 ‘미술’을 어떻게 함께 녹일 수 있을지 고민하던 게 생각나네요. 자연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부족함 없는 취미생활을(특히 그림을) 누릴 수 있다고 믿어요. 이 공간에 오시는 분들에게 그림뿐만 아니라 환경에 대한 관심을 유발하고 함께 실천할 수 있는 방식을 공유하고 싶어요.
Q. 이 같은 공간을 마련하게 된 계기가 궁금한데요.
저만의 작업과 수업 공간을 갖고 싶다는 생각은 예전부터 있었지만 코로나 시국에 예기치 않게 실업자가 된 것을 계기로 예상보다 빠르게 실현됐어요. 이전에 일하던 곳도 취미 화실이었는데요, 일회용 팔레트와 컵, 티슈가 엄청나게 버려지는 공간이었어요. 수강생들도 많아 빠르게 돌아가는 시스템 속에서 차마 일회용품을 안 쓰겠다 할 순 없더라고요. 그래서 항상 죄책감을 느끼며 일했었는데 이제 제가 공간의 주체자가 되었으니 제 가치관에 맞게 꾸려야겠다 생각했죠. 사실 환경을 생각하고 실천하는 것은 아주 소소한 일상에서부터 시작하는 건데 전 그림을 그리고 가르치는 게 일상이다보니 이 공간에서부터 그런 가치를 추구하지 않으면 전 친환경적 실천을 하기 힘드니까요. 결국엔 제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합친 공간이 된 거네요.
Q. 인스타그램 계정을 보니 멋진 작업물이 많던데요, 소개하고 싶은 작업물이 있으시다면 공유해주세요!
최근 식목일에 그린 그림이 마음에 들었어요. 식목일이라고 정말 나무를 심는다는 건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식목일을 기념할 수 있는 나름의 방식을 찾은 거예요. 나무를 심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무를 아끼는 것부터 실천해야겠더라고요. 최근 큰 산불이 나기도 했고요.
아무래도 그림 그리는 공간이라 버려지는 종이들이 많은데 그것들로 직접 만든 재생 종이에, 또 직접 만든 물감으로 우리나라에서 기후위기로 사라져 가는 구상나무를 그렸어요. 재생 종이의 거친 질감과 탁한 색감이 자연물인 나무와 잘 어우러진 것 같아요.
Q. 수채물감, 재생종이를 직접 제작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화실 운영과 함께 진행하는 게 어렵진 않으신지 궁금해요. 품이 많이 들지만 계속하게 되는 매력이나 이유가 있을까요?
사실 전 물감 만들고 종이 만드는 게 정말 재밌어요. 하하. 일이지만 취미처럼 하기도 해요. 하면서 ‘이게 되네?’ 이런 생각이 들면서 신이 나거든요. 물감 같은 경우엔 판매도 하면서 찾아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더 잘하고 싶은 원동력이 되기도 해요. 아무래도 동물성 원료 없이, 묻거나 버려져도 안심인 성분들을 사용하다보니 아이들을 위해 구매하거나 비건인 분들이 구매해주세요. 이런걸 만든 제 의도에 공감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게 참 감사해요.
Q. 예술과 디자인은 환경과 함께 가기 쉽지 않은 분야인 것 같아요. 예술과 디자인이 환경과 함께 가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한 내용을 공유해주실 수 있나요?
그래도 패션 업계에선 요즘 친환경 키워드가 떠오르고 있는데 예술 쪽, 특히 미술 재료학 분야는 아직 환경을 고려하지 않는 것 같아요. 환경을 주제로 표현한 작품들은 있지만 환경을 고려해서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작업하는 예술가들은 우리나라에서는 더더욱 보지 못했어요. 아마 대안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거예요. 저도 그랬거든요. 하지만 여기저기서 정보를 찾고 실험해보니 가능해요! 한국은 미술 재료학을 배울 수 있는 곳도 없으니 지속 가능한 미술 작업 방식에 대한 정보도 너무 없는 것 같아요. 미술 재료회사에서부터 저 같은 소비자의 니즈를 고려한 제품을 개발해주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Q. 그림공간을 운영하면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공유해주세요!
며칠 전엔 어몽트리에 오시는 수강생 분들과 함께 동해의 산불 피해 지역에 봉사활동을 다녀왔어요. 이제 어몽트리를 운영한 지 딱 일 년이 됐는데 이렇게 수강생 분들과 함께 외부 활동을 같이 한 건 처음이었어요. 같이 먼 곳에서 고생하고 오니 더욱 돈독해진 느낌이 들어요. 이런 착한 외부 활동을 앞으로도 지속하려고요.
Q. 그림공간 운영이나 미술과 관련해서 개인적인 목표가 있나요?
올해에는 공간 운영과 함께 제 개인 작업도 많이 해서 내년엔 전시를 하는 게 목표예요! 어몽트리가 미술계에 친환경 바람을 일으키는 대표주자가 되고 싶어요. 평소 당연하게 사용하는 물감과 종이가 왜 문제가 되는지를 알리면서 일반인들에게도, 전문 예술인들에게도 지속 가능하게 미술을 즐기는 방법을 알리려고 해요.
미술 이외에 관심 분야도 생겼어요. 제 커리어의 전부는 미술이었는데, 요즘 공간을 직접 운영하다 보니 ‘사업자’라는 새로운 자아가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공간 운영에 필요한 마케팅에 자연스레 관심이 가게 돼요. 관련된 책을 읽거나 주위에 학원을 운영하는 친구와 의견을 나누기도 하면서 초보 사업가로서 알아야 할 것들을 공부하는 중이에요.
Q. 환경을 위한 실천을 망설이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전 환경을 생각하고 실천하는 사람이 되면서 자존감이 높아졌어요. 스스로가 기특하거든요. 처음엔 거창해보이지만 막상 해보면 별 것 아니기도 하고 쉽기도 해요. 완벽하려는 부담만 갖지 않으면 정말 훌륭한 라이프스타일이 될 거예요.
Q. 저희 잡지는 남들이 가진 멋져 보이는 취향을 따라 해보는 ‘손민수' 잡지이기도 해요. 혹시 멋있다고 생각했던 다른 사람의 취향이 있으신가요?
전주에서 ‘불모지장’이라는 제로 웨이스트 & 비건 마켓을 주최하는 모아님이요! (인스타: @moa_road) 얼마 전에 어몽트리에 오셔서 친환경 물감 만드는 원데이클래스를 듣고 가셨는데 정말 대단한 분이에요. 불모지장 뿐만 아니라 제로 웨이스트 숙소인 ‘모악산의 아침’도 운영하세요. 자신의 철학을 오롯이 담아 일하고 생활한다는 게 멋져 보여요.
너울너울 크루 규빈치와 다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속 가능한 소비를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엄청난 시간 동안 고민한 흔적이 느껴진다. 이들이 말한 것처럼 오랫동안 애정할 수 있는 소비를 하는 것, 내가 사용하고 있는 물건이 어디서부터 오고 어디로 가는지 생각해보는 잠깐의 시간이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하다.
착한 소비는 마케팅에서 MZ세대를 페르소나로 잡을 때나 쓰는 말로 그쳐서는 안 된다. 사실 좀 더 절박한 생존의 문제기도 하다. 우리나라 국어에서 ‘착하다’는 말을 사실 희생하고 포기하는 것과 비슷한 용례로 사용해온 탓에 우리에게 아직 착한 소비를 하는 생활방식이 자리잡지 못한 것은 아닐까?
꼭 대단한 것을 해야지만, 꼭 뭔갈 포기해야만 가치 있는 소비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완벽하지 못하다고 죄책감을 느낄 필요도 없다. 그러기에 세상은 너무 복잡하다. 다만, 내가 조금 더 오래 사랑할 수 있는 소비를 하고, 그리고 소비한 물건의 생애가 어떠할지를 상상해보는 것. 그것이 가치 있고 책임 있는 소비로 가는 길이다.
1명의 완벽한 제로 웨이스터보다 100명의 불완전한 제로 웨이스터들이 더 세상에 큰 영향을 줄 테다. 우리 모두 힙한 제로 웨이스터가 되는 날이 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