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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버스앤러버스 Apr 20. 2022

만우절 기념, 이건 '안 취향'

에디터 하레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평소 ‘취향’이라는 단어를 주로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내 기준에서 ‘취향’은 긍정적인 의미로 더 자주 쓰이는 것 같다. 부정 표현으로 ‘싫어하는 취향’이라는 말보다는 ‘취향이 아니다’라는 말이 더 자연스러운 것 같으니. 그러나 개인적으로 무언가를 특별히 좋아하는 것이 하나의 취향이라면 반대로 특별히 좋아하거나 즐기지 않는 것, 또는 아주 싫어하거나 꺼리는 것도 취향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만우절이 있는 4월을 맞아, 에디터들의 ‘취향이 아닌 것’을 알아보자. 물론 콕 집어 ‘싫어하는 것’을 다루지는 않는다. <로버스앤러버스>는 다양한 취향을 지향하는 잡지이므로, 실수로라도 속칭 ‘취X’을 하고 싶지는 않다. 카테고리를 나누어 자기와 안 맞거나 어울리지 않는 취향에 대해 이야기해 보기로 했다. 자기 취향을 돌아보고, 취향(이 아닌 것)을 갖게 된 계기나 이유를 생각해 보면 지금의 좋아하는 취향이 보다 명확해질 수도 있으니까!




옷 스타일

하레 레이스나 프릴 달린 옷. 옷 자체가 싫다기보다는, 그걸 입은 제 모습을 감당할 수가 없더라고요. 물론 남의 시선에 신경 쓰지 말고 입고 싶은 걸 입어!라는 메시지는 동의하지만, '진짜 내 옷 아니다' 싶은 걸 입어 본 사람들은 알 거예요. 이건 옷에 내가 구겨져 들어간 수준이구나... 남의 시선이고 뭐고 당장 거울 앞의 저를 보는 제 시선을 견디지 못하겠어요. 가디건도 안 입습니다. 가디건을 입으면 묘하게 환자 아니면 간호사 느낌이라서요.

콜리 힙한 옷…? 셔츠나 가디건, 재킷 같은 비교적 포멀한 스타일을 좋아하다 보니 파격적인 색이나 디자인을 가진 트렌디한 옷들은 입어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오히려 나랑 너무 반대인 것 같아서 한 번쯤 큰맘 먹고 시도해보고 싶은 마음 아시는지! 차이의 수준을 넘어서면 동경이 되는 건지 뭔지.

먼지 하늘하늘한 옷들은 잘 안 입게 돼요. 막 프릴이 달려있거나, 레이스가 달려있거나 샤랄라한 느낌이 드는 옷들이 있잖아요. 왠지 그런 옷들을 입으면 안 맞는 옷을 입은 느낌이에요. 제 행동도 뚝딱거리게 되는 느낌?

일영 딱 붙는 옷! 특히 붙는 바지는 정말 안 찾게 되는 것 같아요. 최소 배기핏은 되어야 입습니다. 제 체형에 그게 훨씬 어울린다는 걸 알게 된 후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어요.




음악

하레 저는 정통 발라드를 잘 안 들어요. 노래방에서 부르기는 그만한 게 없긴 한데, 굳이 플레이리스트에 담아 듣진 않는 것 같네요. 저는 리듬감이 있거나, 하우스 장르처럼 샤~하고 또롱또롱한 음악을 좋아해서 플레이리스트에 담아 두는 것은 그런 종류가 많아요. 대신 이런 음악은 절대 노래방 가서 못 부르는 타입!

콜리 판을 깔아줘도 신명 나게 놀지를 못하는 타입이라, 클럽 음악이나 힙합 같은 둠칫둠칫 리듬의 장르에 약해요. 제 기준 음악에서의 최대치 흥은 케이팝 정도에서 가능합니다.

먼지 전 힙합이요. 중학생 때만 해도 쇼미더머니를 좋아하는 학생이었는데요, 요즘은 잘 안 들어요. 요즘은 대신 밴드 음악을 훨씬 많이 들어요. 비트의 중독성에서 기타 리프의 중독성으로 옮겨갔다고 하면 맞을까요? 제가 말하고도 웃기네요. 

일영 저도 힙합이요. 제가 힙합 정신이랑 좀 안 맞는 사람인 것 같아요. 저에게는 좀 자극적이랄까요…




영화/드라마 

하레 코미디 요소 없는 로맨스나 점프스케어(갑툭튀) 있는 호러 영화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로코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킬링타임용으로 아주 가-끔 보는 편이에요. 정통 로맨스는 아예 과몰입하거나 심드렁하게 봐서 안 보고요. 호러나 스릴러 영화는 미묘한 압박감과 공포심을 건드리는 것이나, 퇴마물 등의 오컬트 장르가 더 좋아요. 갑툭튀로 놀라게 하는 건 하수라고 생각합니다.

콜리 겁이 원체 많아서 공포물을 전-혀 못 봅니다. 추리 쪽은 좋아해서 어째저째 약간의 스릴러물까지는 보겠는데, 작정하고 무서운 영화들은 못 보겠어요. 술 마신 김에 에라 모르겠다 하고 영화 ‘곤지암’을 본 게 제 인생 처음이자 마지막 공포영화입니다. 그리고 다시는 안 보고 싶어요. 정말 궁금한 영화 중에 ‘미드소마’가 있는데, 아마 평생 못 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먼지 저는 제 마음이 괴로워질게 확실한 영화를 잘 못 봐요. 폭력 그 자체를 묘사하거나 제가 피해자의 고통을 상상하게 만드는 영화라면 잘 못 보겠어요. 범죄를 다룬 영화는 좋아하는 편인데 말이죠.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제가 로맨스를 좋아하는 편은 아닌 것 같아요. 노트북 같은 유명한 로맨스를 봤는데, 큰 감흥은 없더라고요. 

일영 국내 상업영화/드라마를 잘 안 봐요. 결말 부분에서 갑자기 감동 가족극이 되거나 약간 과장된 연기가 나올 때가 있는데, 그럴 때 저 혼자 낯을 가리게 되더라고요. 그런 오글거리는 맛이 한국 영화/드라마의 묘미일 수도 있지만, 저는 그냥 다른 작품을 찾으러 가고 싶어져요.




취미

하레 오랜 시간을 들여도 결과물이 시원찮을 수도 있는 취미는 조금 어려워요. 개인적으로 눈에 보이는 아웃풋이 없으면 의욕이 없거든요. 예를 들면 낚시라던가… 그리고 오히려 너무 빠져들 것 같아서 멀리하는 취미는 수집 종류. 워낙 장비병도 있고 강박적인 성격이라 '모으지 못하면 죽음뿐'이라는 느낌이 될 걸 너무 잘 알아서 취미로 갖지 않으려고 해요.

콜리 흥미의 대상이 금방 바뀌는 편이라, 일정 정도 이상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입문자 단계에 들어설 수 있는 취미를 안 좋아하는 것 같아요. 꼭 배워보고 싶은 악기 중에 드럼이 있는데, 드럼 학원에 다닌 친구가 처음 한 달은 아무 리듬도 배우지 않고 동그란 판을 기계적으로 두들기기만 한다고 해서 마음 접은 적이 있어요.

일영 손으로 섬세하게 만드는 걸 못 해요. 제 손 안에서는 모든 작은 재료들이 빠져나가는 것 같아요. 바느질은 저에게 최악의 취미라고 할 수 있어요. 그래도 떨어진 단추는 달 줄 알아서 다행이지만요.

먼지 전 유독 게임을 잘 안 하는 편인 것 같아요. 그래서 게임 이야기가 나오면 공감대 형성이 좀 어려워요. 아는 척하기도 하지만요. 스포츠도 게임의 일환이라고 한다면, 스포츠도 마찬가지예요. 차라리 다 같이 운동을 하면 했지, 승부를 내는 취미는 안 하게 돼요. 




음식

하레 토마토! 멜론! 참외! 여름 과일을 별로 안 좋아해서 엄마한테 매번 혼납니다. 식감이랑 향에 예민한 편이라 가지 나물이나 고사리나물도 안 먹어요. 다른 나물은 없어서 못 먹고… 가지 튀김을 스무 살 넘어서 처음 먹었는데, 배신당한 기분이었어요. 가지가 이렇게 맛있는 것이었다니. 그리고 싫어하는 것과는 별개로 씨 있는 포도나 수박, 뼈 치킨, 게장처럼 먹는 데 손 많이 가고 깔끔하게 안 먹혀서 쓰레기 많이 나오는 음식은 조금 많이 귀찮아하는 편이에요.

콜리 스스로 당당하게 편식쟁이라고 정의할 정도로 싫어하는 음식이 많아요. 버섯을 가장 싫어하는데, 마라샹궈의 흰 목이버섯과 팽이버섯은 먹고 나머지는 전부 안 먹습니다. 굴, 고수, 안 익힌 토마토, 씨 있는 포도 등등 셀 수 없어요. 아, 참치 같은 빨간 살 생선의 회도 별로 안 좋아해요…

일영 식감이 ‘무엥~’ 이런 음식들을 안 좋아해요. 닭발, 젤리, 비계 같은 것들이요. 딱딱한 음식이 좋은가 봐요. (하레: 헐 나도!!)

먼지 저는 콩국수요. 어릴 때 한번 먹고 별로 였던 기억이 있어서 그런가, 성인이 되고 나서도 안 먹었어요. 그런데 아마 지금 먹어보면 맛있을 것 같기도 해요. 워낙 뭐든 잘 먹어서요. 




콜리 고급스러운 향 취향을 가졌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데, 대부분의 향수 향을 다 별로 안 좋아해요. 다른 사람이 뿌린 향을 맡는 건 괜찮은데, 내 향수로 쓸 마음은 안 드는 경우가 많아요. 주로 달달한 향을 좋아하는 편이라 무겁고 진한 향에 매력을 못 느끼는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머스크도 제겐 그저 그렇습니다ㅠ

일영 저는 콜리님과 정반대로 무겁고 진한 향만 좋아해요. 그래서 가볍고 진한 향기를 안 좋아하는 편이에요. 생화 향기는 좋아도 꽃을 모티브로 한 향수는 싫더라고요.

먼지 저는 집에서 절간 같은 향이 나는 게 별로예요. 그래서 요즘 유행하는 인센스나 팔로산토 스틱 향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절이나, 서점 같은 남의 공간에서 절간 향이 나는 건 괜찮지만, 제 집에서는 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하레 플로럴한 향을 별로 안 좋아해요. 시트러스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최근엔 그것도 아닌 것 같더라고요. 약간 비에 젖은 풀 냄새 같은 그리너리한 향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라이프스타일 

하레 동경하지만 하지 못하는… 미라클 모닝. 저는 그냥 아침에 일어나는 것 자체가 미라클입니다. 얼마 전에 뱅크샐러드에서 하는 유전자 검사를 했는데, 예상한 대로 ‘롱 슬리퍼’더라고요. 근데 동시에 아침형 인간이라고 해서 나는 유전자를 거슬러 살아가고 있구나 싶기도 했습니다.

콜리 너무 이성적으로만 따지려고 하는 가치관? 마음을 둥글고 넓게 쓰는 것이 제 가치관 이상향이라서, 절대 손해 보지 않으려고 하는 삶의 방식을 지양하는 편입니다. 

일영 모든 걸 경제적으로 생각하는 사고방식이요. 예를 들어 가까운 사람들과 실없는 대화를 하는 시간이 경제적이지는 않지만, 저에게는 살아가는 데 정말 중요한 부분이거든요. 

먼지 시간 단위로 철저히 계획 세우는 삶은 적어도 당분간 살지 못할 것 같아요. 저는 '뼈P'예요. 계획은 중요하지만, 시간 단위로 철저히 세워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전 느슨하게 계획을 세우는 걸 지향하거든요. 오히려 학교 시간표처럼 철저히 계획을 세우면 저를 옥죄는 감옥같이 느껴져서 더 일이 손에 안 잡혀요. 하나라도 어긋나면 그냥 안 하게 되기도 하고요. 





  인간관계에서 '좋아하는 일을 해 주는 것'보다 '싫어하는 일을 하지 않는 것'이 진정한 배려라는 말이 있다. 한편으로 친구와 같은 것을 좋아할 때보다 같은 것을 싫어할 때 더 가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처럼 개인의 선호와 비선호의 영역에서, 비선호에 대해 알아가는 것이 때로는 더 필요하다.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그렇지만, 나 자신에 대해서도 그렇다. 


  '취향'과 '안 취향'의 구분은 땅따먹기 같은 것이다. 일단 개인의 영역 구분선을 그어 보고, 개인의 영역을 지키고 싶은 사람은 지키고, 넓히고 싶은 사람은 구분선을 기준으로 조금씩 넓혀 보면 된다. 한 번쯤 안 맞는다고 생각했던 것에 구겨져 들어가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사람이 항상 일관된 기계처럼 프로그래밍된 것도 아니고, 현실에서 우리는 얼마든지 의외성을 발견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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