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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버스앤러버스 Dec 20. 2022

2022 로버스앤러버스 어워즈

에디터 콜리, 하레, 일영, 먼지

 로버스앤러버스의 2022년이 끝나갑니다. 우리의 첫 1년을 돌아보자는 의미로 <2022 로버스앤러버스 어워즈>를 준비했어요. 수치로 보았을 때 지난 여섯 호의 글 중 가장 조회수가 높았던 글은 <창간호, 연말>의 ‘강민경의 옷장’인데요. 갑작스레 늘었던 조회수에 신기하고 즐거워했던 기억이 나네요.

 조회수 같은 숫자를 살펴보는 것도 좋지만, 에디터들의 마음에 남은 이야기는 또 다를 수 있잖아요. 에디터 마음대로, 한 해의 기억에 남는 글, 소재, 디자인 등을 시상합니다. 2023의 연말에도 어워즈 시리즈로 반갑게 찾아뵐 수 있게, 내년에도 여러분과 함께 더 재미나고 좋은 글을 써볼게요.




[글 부문]

가장 애착이 가는 나의 글

콜리: 4호의 ‘알쏭달쏭 플랜트 베이스드’. 영국 교환학생 도중 쓰기 시작해서 한국에 돌아온 뒤 끝낸 글로, 플랜트 베이스드 개념이 존재하는 영국이었기에 생각할 수 있었던 소재라는 점에서 특별해요. 체험기에 가까웠던 다른 글들에 비해, 아예 모르는 개념에 대해 쓰다보니 새로운 세계를 알아가는 진정한 손민수가 된 기분이기도 했고요. 그리고 한국에서 플랜트 베이스드 개념에 대해 글을 쓴 사람은 내가 처음 아닐까? 라는 쓸 데 없는 착각도 있어요(검색해보진 않았습니다).

하레: 4호의 ‘발간과 발견 사이, 독립서점’이요. 여기저기 가장 많이 돌아다닌 글이거든요. 집 근처에서부터 의정부까지 멀리도 돌아다녔어요. 경주에 있는 독립서점도 갔었는데, 내용이 길어질까봐 다 적지는 못했어요. 그리고 최근에 ‘동반북스’에서 일일 책방지기들의 소감문을 모은 책을 선물로 보내 주셨는데, 그걸 다시 보니 또 생각나더라고요.

일영: 6호에 실린 ‘비트세대, 그 환희와 절망을 동경하게 되는 이유’요. <킬유어달링>을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했는데, 스스로도 왜 좋아하는지 이유를 잘 몰랐던 것 같거든요. 이 글을 쓰면서 그런 물음들이 대부분 정리되었어요. 제목도 글을 쓰다가 탁 떠오르더라고요.

먼지: 다들 최근 호를 추천하시는군요. 저는 창간호의 ‘야매 와인테이스팅 도전기’요! 이 글 쓰려고, 서울을 가로질러 와인도 사왔고요. 갑작스레 에어비앤비를 빌려서 친구들과 다같이 와인 테이스팅을 했었거든요. 정성 가득한 글이예요.

 

    가장 힘들었던 글  

콜리: 이번 호, 7호의 ‘편지 쓰기 좋은 계절, 겨울’. 손민수할 만한 활동이 비교적 명확하지 않고, 윤희에게의 ‘독립영화’스러운 느낌에 편지라는 소재가 더해지니 자꾸만 글이 지루하고 감성적으로만 흘러가는 것 같아서 방향을 잡는 게 힘들었어요. 끝까지 마땅한 제목이 떠오르지 않았다는 점도 절 곤란하게 했고요.  

하레: 4호의 ‘바쁠수록, 명상’이요. 수없이 바쁘게 몸을 움직이고 뇌를 굴려야 할 것 같은 현대 사회에서, 조용히 시간을 보내기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더라고요. 제 성격상 ‘명상을 못 하는 것’ 또한 견디기 힘든 일이었고요. 뭐든 잘해내고 싶은 욕심이 마음 한켠에 늘 있나 봐요.

일영: 3호의 ‘턴테이블 없이 LP 즐기기’. 가장 기대했던 체험 중 하나였는데, 음악을 음미하고 말로 표현해내는 게 정말 어려웠어요. 늘 좋은 음악을 들어도 ‘너무 좋다’ 생각만 했지, 어떤 부분이 어떻게 좋다고 말해본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음악적 지식 베이스가 없었던 것도 물론..!

먼지: 4호의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시네필' 되어 보기”. 전주 국제영화제를 개인적으로 굉장히 즐겁게 다녀와서, 글도 재밌게 잘 써질 줄 알았는데 글이 좀 산으로 갔었던 것 같아요. 가서 봤던 영화 내용을 줄줄이 썼다가 컷 당하기도 하고, 영화를 추천하려니 쥐어짜내게 되더라고요. 아마 이때의 어려움이 5호에서 컨셉을 바꾸게 되는 데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싶네요!


내가 생각하는 ‘내 글’ 최고의 문장!

콜리: “SNS에서 요즘 가장 핫한 곳을 꿰고 있는 사람도 멋지지만, 이렇게 깊이가 있는 집을 자신만의 리스트에 담아둔 사람도 참 매력적이다. 이 사람도 그 가게처럼 마음을 깊게 쓰는 사람이 아닐까, 싶기 때문이다.”
5호, ‘마음 가득 시나몬롤’의 마지막 부분이요. 늘 마무리가 고민인데, 카모메 식당의 분위기를 살리면서 글을 잘 끝낸 것 같아 마음에 들었어요.

하레: “현재란 내가 인지하는 찰나의 순간에도 후다닥, 지나가버리는 허상의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우리는 스스로를 현재에 매어 두어야만 한다. 찰나일 뿐인 현재에 살아 있는 나를 인식하고 그 순간순간을 깊이 있게 산다는 것은 결국 삶의 모든 시간에 뿌리내리고 산다는 것이다.” 골머리를 앓았던 명상 글의 결론 부분인데, 지금 보니 무슨 현자처럼 써 놨네요.

일영: “하지만 이들이 마냥 환희에 차 보이는 것은 아니다. 자신들이 그리는 이상을 향해 환희하면서도, 꽉 막힌 기성세대와 제도에 부딪힐 때면 날개가 꺾인 듯이 절망한다. 젊은이들의 이런 무력함은 좀 쌉싸름하다. 말하자면 달콤쌉싸름한 낭만이다.”

비트세대를 떠올리면 느껴지는 이 감정이 뭔지 며칠 골머리를 싸매다 나온 문장인데, 꽤나 정확하게 쓴 것 같아 한 표를 던집니다.

먼지: “나보다도 나이가 많은 위스키를 볼 때면, 그 병 안에 담긴 시간을 감히 가늠하고 싶어진다. 그 깊은 풍미는 그 어떤 것이 아닌 오직 시간만이 해낼 수 있는 것이므로.” 위스키 최고!   



[소재 부문]  

선정되지 못해 아쉬운 주제 혹은 소재

콜리: 저는 소재 중 '향'이요. 여러 호에서 자주 언급되었던 소재인데, 오히려 훗날 소재를 정하기 어려운 호가 있다면 그 때 써먹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밀리고 밀려 결국 선택 받지 못했어요. 언젠가 꼭꼭 도전하고 싶은 소재예요.

하레: 미싱과 리폼. 꾸준히 밀고 있지만 정작 도전은 못 하고 있는 소재에요. 제가 장비병도 있고 완벽주의도 심해서, 가벼운 마음으로는 도저히 시작하지 못할 것 같아요. 하지만 언젠가는 꼭 해보고 싶습니다. 원데이 클래스라도!

일영: 영화 <위대한 개츠비>요. 이 작품만의 오묘한 분위기를 풀어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주인공들이 워낙 호화로운 생활을 누리다 보니 체험할 거리가 뾰족하게 떠오르지 않았어요.

먼지: <홍콩>이라는 주제도 좀 아쉬워요. 원래 영화로 컨셉을 잡기 전에 나라나 도시를 컨셉으로 잡는 것도 이야기해봤거든요. 그런데 도저히 뭐가 안나오더라고요. 비행기 타고 갈 수도 없고… 사실 영화 <중경삼림>을 좋아해서 아이디어를 냈던 건데, <중경삼림> 역시 따라할만한 소재가 부족해서 탈락했어요. 팬심은 팬심으로만 두기로 했습니다.   


    손민수하고 싶은 다른 에디터의 소재, 혹은 내가 다시 써보고싶은 소재

콜리: 3호, 에디터 먼지의 ‘캡슐옷장 만들기 프로젝트’. 평소 내가 가진 옷들로 입으면 좋을 조합들을 핸드폰 메모장에 적어두는데, 캡슐옷장은 ‘잘 돌려 입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스킬처럼 느껴져서 손민수해보고 싶어요. 활용도가 낮은 옷들에 가끔씩 눈이 가는 내게 차라리 질 좋은 기본템을 사, 라고 상기시키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요.

하레: LP, 전통주, 위스키. 어쩐지 술 좋아하는 사람처럼 보일 것 같은데… 하지만 저는 호불호가 흐릿한 사람이라 스스로 감상을 풀어쓰는 일이 어렵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에, 더 훌륭하게 쓸 수 있는 사람들이 써 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일영: 필름카메라요. 방구석에 선물 받은 토이 필름카메라를 묵혀두고 있는데, 아깝지 않게 잘 찍어야 한다고 생각하다 보니 꺼내지를 않게 되어서요. 반강제로라도 알쏭달쏭한 필카의 매력을 느껴보고 싶어요.

먼지: 저는 콜리가 썼던 요리와, 플랜트 베이스드 소재가 탐나요. 건강하게 잘 먹는 것에 늘 관심이 많은데, 요리는 정말 못하거든요. 비건 식당도 가보고 싶고요. 여러모로 재밌을 것 같아요.




[자투리 부문]  

가장 취향에 맞았던 인스타그램 게시글 디자인

콜리: 1호의 ‘야매 와인 테이스팅 도전기’. 사실 가장 취향이라기보다는 가장 애정이 가는 게시글이에요. 일렬로 놓인 와인 병 5개가 뒷배경과 또렷하게 구분이 되지 않아서, 포토샵으로 누끼를 따지 못하고 아이패드 그림 그리기 어플의 지우개 툴을 활용해 직접 손으로 배경을 지워냈다는 비하인드가 있거든요. 손이 많이 간 게시글이에요.

하레: 2호 <發>의 디자인이요. 특히 ‘여는 글’이랑 ‘전화에 대한 단상’ 포스트가 마음에 들어요. 쨍한 단색 배경에 덜렁 있는 한자와 전화기가 깔끔해 보이면서도 재밌게 느껴져요.

일영: 6호 <킬유어달링>의 디자인. 타자기 폰트를 쓰자는 에디터 콜리의 천재적인 아이디어 덕분에 완성됐어요.

먼지: 4호 <phenomena>의 디자인이 전반적으로 마음에 들어요. 콜라주 아이디어를 냈었는데 요리조리 실현시켜준 천재만재 일영과 콜리에게 감사를 보냅니다. 특히 브로콜리가 아주 귀여워요.

-> 저희 인스타그램으로 놀러오세요! 팔로우도 해주세요! @robbersnlovers


로버스앤러버스에게 전환점이 된 글 혹은 소재

콜리: 6호의 두 [&] 글들! 이전까지는 & 파트를 한 명의 에디터가 도맡아서 썼는데, 6호부터 에디터 토크라는 새로운 형식을 취해 보았어요. 주어진 주제에 대해서 깊고 얕게 진지하게 즐겁게 맘껏 수다를 떨고, 그 수다가 밖에 내보일 만큼 온전한 글로 재탄생되는 과정이 우리만 할 수 있는 특별한 방식이라고 느껴졌어요.

하레: 저도 콜리와 같이 <킬 유어 달링> 편에 있는 에디터 토크 글이 기억에 남네요. 같은 내용을 가지고 이런저런 수다를 떠는 일이 너무 즐겁더라고요. 같은 주제로도 다양한 생각이 오고가잖아요. 그리고 저 빼고 다들 F라 일단 공감을 잘 해줘요.

일영: 다같이 오니기리를 만들었던 귀여운 특집 글. 에디터 공동기획의 새로운 장을 열어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각 에디터들의 성향이 반영된 오니기리들, 보러 가시죠!

먼지: 아무래도 5호 카모메 식당을 기점으로 저희 컨셉이 바뀌었잖아요. 저는 그 중에 여는 글을 꼽고 싶어요. 그 전에는 주제들을 요리조리 엮어서, 어떻게 보면 억지스러운 연결을 자연스럽게 하려고 골머리를 앓았었는데, 5호부터는 그럴 일이 사라졌죠.  




[2023년 부문]  

    2023년 새롭게 손민수 해보고 싶은 것!  

콜리: 운동! 새로운 사람도 만나고 몸도 움직이는 취미가 갖고 싶어서 탐색 중인데, 확실한 취미가 있고 심지어는 그게 동적인 취미일 때 사람이 멋있어 보이더라고요. 저도 운동을 좋아하고 잘 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 내년에 시도해 보려해요.

하레: 오… 너무 많은데요. 저는 아무래도 살아서 돌아다니는 손민수… 보드게임, 스케이트보드, 자전거, 클라이밍, 주짓수, … 하고 싶은 게 많긴 한데, 무엇보다도 가장 손민수하고 싶은 건 어떤 것이든 한 분야에 파고들어 전문적인 지식이 있는 사람이요. 그리고 근육빵빵맨이 되고 싶습니다.

일영: 베이킹. 출퇴근길에 사람 때문에 쌓이는 분노를 베이킹으로 정화하고 싶어요. 광기의 베이킹에 미리 도전합니다.

먼지: 기록이요. 올 한해는 기록을 많이 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중간에 일기도 듬성듬성 썼고요. 내년에는 기록을 꾸준히 해보고 싶어요! 다이어리나 지르러 가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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