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를 하다가 근무시간이 끝날 때쯤 술값을 계산하던 손님과 시비가 붙었다.
과정은 생략하겠다.
핵심은.. 취객들 특유의..
바로 말이 안 통한다는 점이었다.
했던 말을 하고 또 하고, 또 하고..
이제 끝났나 싶으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오고..
중간에 뭔가 문제가 있어서 컴플레인이 들어왔었다. 그러나 정작 그 사람들은 정작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냥 앞으로 조심해야 될 것 같다고, 알고나 있으라고 해주는 말인 듯했다. 실제 분위기가 그랬다. 나갈 때까지 그것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없었으니까.
안 되겠다 싶어 사장을 불렀다. 둘이 얘기하라고. 나는 그때 옆으로 빠졌어야 했다. 가만히 옆에서 듣고 있다가 손님의 조금은 지나치고 무례한 언행이 도가 지나치다는 생각에 끼어들어 중재를 했고, 거기서부터 싸움이 벌어졌다.
참으려 했다.
어쨌든 차분하게 말로 해결하려 했는데, 이 사람이 어느 순간 반말을 하더니 욕을 하기 시작했다.
난 옛날에는 그런 일이 생기면 어쩔 줄을 몰라했었다. 손님이 뭐라 하면 무조건 굽신굽신.. 정말 멘붕이 왔었다. 사과를 하기에만 바빴었다. 내 잘못의 유무를 떠나서 손님이 화가 났으니까, 회사에 컴플레인을 걸면 큰일 나는 줄 알고 있었으니까. 몇 년 전 백화점 주차장 모녀 갑질 사건처럼 무릎까지 꿇거나 하지는 않았었지만, 그에 못지않게 정말 사태를 잘 마무리하려고 했었다. 사건이 해결될 때까지 머릿속에는 그 생각뿐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어떤 에세이집을 본 적이 있다. 나도 내 마인드에 변화가 생길 쯤이었다. 그는 말했다. 백화점 주차장 모녀 갑질 사건을 알게 된 후 분개하면서 자기 같으면 똑같이 욕을 해주고 때려치우고 만다고.
꼭 그 책을 읽어서가 아니라, 난 언젠가부터 인간 같지 않은 놈들,
똑같은 대우를 해줘야 한다고, 그렇게 생각이 바뀌었고 그렇게 해왔다. 언젠가부터. 물론 나와 부딪힐 때 만이지만.
어쨌든..
그 미친놈은 나갈 때까지 사장님과 사모님을 붙들고 말도 안 되는 어깃장을 부렸다.
뭐 무릎이라도 꿇으라는 말인가? 어처구니가 없다.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나 때문에 중간에서 난처해진 건 사장님 내외였다. 정작 난 순하디 순한 사장님 내외가 별다른 말도 못 하고 쩔쩔 매시길래 편을 들어준다고 중재를 했던 것인데. 정말 그 인간이 반말이나 욕을 하지 않았다면, 그 자리에서 얼마나 긴 시간 동안 더 이야기를 했을지 모른다.
오늘 같은 일을 겪을 때마다 음주의 폐해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아니 그것도 아닌 것 같다. 원래 그런 사람이었던 거라고 생각한다. 그 사건 한 번에 그 사람의 이미지는 그런 걸로 낙인이 찍혔다.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궁금하다. 아마 언젠가는 똑같이 당할 거라고 생각한다. 무릇 사람은 항상 말과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
같이 왔던 여자가 더 웃긴 것 같다. 일행이 술에 취했으면 얼른 다독여서 데리고 갈 생각을 해야지. 옆에서 거들다니.
그 사람은 설마, 요즘 같은 세상에 고객으로서 갑질을 하고 싶었던 걸까. 그렇게 밖에는 생각이 되지 않는다.
이래서 내가 그런 사람들을 싫어한다. 어딘가에 뭘 먹으러 가면 괜히 자주 온다고 아는 척, 사장님 아는 척, 종업원이랑 친한 척, 먹다가 뭐가 나오면 업주들을 배려하는 척 조곤조곤 얘기하는 척! 그런 인간 들치고 뒤끝이 깔끔한 인간들을 못 봤다.
어딘가든 가서 뭔가 마음에 안 들면 안 가면 그만이다. 뭐 사장이랑 잘 안다고 주의해야 될 점을 얘기해준다거나 하는 건 쓸데없는 짓이다. 먹다가 파리가 나왔어도, 자기 말대로 크게 불쾌하지 않았다면 그냥 옆으로 치워놓고 먹으면 그만이다. 못 믿을 사람들도 있겠지만 난 실제로 그렇게 한다. 뭔가 마음에 안 들면 안 간다. 그게 속편하다.
그런데..
다 지나고 진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좀 참았어야 했나?
하지만 난 아직도 내가 한 행동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살면서 참고, 참고, 또 참아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을 텐데..
고작 이런 일로..
참고 굽신거릴 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