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둘 맘의 신조
오늘은 아침부터 둘째가 일찍 일어나 짜증을 부렸다. 일단 뭐를 좀 먹여 허기가 가시도록 했다. 그런데도 자꾸 칭얼댄다. 그래서 어린이집 가기 전에 몇 번을 혼냈다. 그랬더니 선생님을 보니 평소보다 더 반가워하는 듯한 느낌?!
남자아이들은 솔직히 말로만 해서는 듣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물론 안 그런 애들도 있고, 여자애들도 가지각색일 수도 있지만, 적어도 우리 애들은 그렇다.) 너무 과하다 싶으면 아주 매섭게 혼내기도 해야 한다 생각한다.
아이들의 동심에 대해 너무 이상적인 생각들을 많이 하곤 하는 것이 요즘의 어떤 세태인 것 같은데, 좀 거칠게 표현하면 이 녀석들은 표준적인 인간상보단 동물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배고프면 짜증 내고, 졸리면 칭얼댄다. 근본적으로 자신의 욕구에 가장 충실하다는 말이다. 따라서 남을 배려하는 것이 불가능까지는 아니지만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다.
가정이란 곳에서는 그 욕구를 꽤나 만족스럽게 충족시킬 수 있다. 하지만 사회라는 것은, 바깥세상이라는 것은 그렇게 녹록지 않은 곳이다. 그래서 여기에 대한 훈련이 필요하다 생각한다. 그러니까 나는 이따금씩 냉혹한 바깥사람이 되기도 한다는 말이다.
내 자식이 귀하다는 말은 너무 당연한 얘기 같지만, 가끔은 완전히 반대로 생각하고 행동해 본다. 그러니까 의도적인 시련을 줘본다. 오늘도 봄바람치곤 꽤나 쌀쌀했지만, 나는 일부러 차로 등원시키지 않았다. 찬바람에도 익숙해지고, 견뎌낼 줄 알아야 한다. 설령 감기에 걸리더라도 그것은 그만큼 네 몸이 약하다는 뜻이므로 더 튼튼해지도록 힘써야 한다.
아들을 키울 때 가장 수월한 방법이 뭐일까? 답은 엄마가 웬만한 남자만큼 강해야 한다는 것. 단순히 신체적인 부분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정신적인 부분도 포함하는 것이고, 어쩌면 이런 부분이 더 중요하기도 한 것 같다. 그래서 남자들의 세계에 대한 어느 정도의 이해가 깔려 있으면 좋다고 본다.
나 역시 긴 세월을 여자로 살아왔고, 대체로 여자들과 많이 교류하면서 살아왔다. 그래서 어쩔 수 없는 유약함이라는 것이 있다. 어쩌면 우유부단함일 수도 있고, 너무 무리하지 말자는 어떤 적당주의일 수도 있다. 그런데 그런 마음가짐으로 아들을 대하다 보면 이 녀석들이 나약해지거나 반대로 완전히 제멋대로인 아이로 돼버릴 수 있다.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엄마도 무섭지만 엄마보다 더 무서운 사람들도 많다는 것을, 그렇지만 네 행동거지만 똑바르다면 그런대로 사회의 인정은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둘째는 아직 세 돌도 되지 않았지만, 엄마에게 참 많이 혼나면서 자랐다. 그래도 가끔은 어린냥을 부린다. 반대로 솔직히 첫째는 거의 혼내지 않고 키운 것 같다. 둘째만큼 보채지 않는 아이이기도 했고, 너무 발육이 좋지 않다 보니 좀 오냐오냐 키운 면도 없지 않아 있다. 그래선지 이 녀석이 가끔 원에서 이런저런 잔소리를 듣는다. 처음엔 ’내 자식한테 왜 이래?!‘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그것도 어디까지나 첫째에게 부족한 부분들이 있기 때문이고, 핀잔을 듣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어렸을 때부터 지지리도 혼난 둘째는 원에서도 큰 문제가 없다. 사실 저 녀석은 어디에 내놔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말을 자주 한다. 그래, 그것도 나 너희들의 복이다. 집에서는 비록 야단맞았지만, 사회에서는 인정받는 둘째와 집에서는 평화로웠지만, 사회에서는 시련을 겪는 첫째. 결론적으로 어디에선가는 매를 맞을 수밖에 없다는 것.
가끔 나에게 이렇게 터프한 성향이 있었나 하고 놀랄 때가 있다. 아들 둘을 키우다 보니 억세진 것인지, 아니면 원래 그런 성향도 있었는데 그동안 잘 모르고 살다 집안 남자들로 인해 괄괄함이 발현된 것인지…? 그런데 그게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그동안 나는 공격성이 너무 부족했던 것 같다. 적당히 물 때는 물어야 뒤끝이 없다.
아침부터 혼이 난 둘째는 아마 오늘 꽤나 신사적일 것이다. 녀석들이 없는 동안 엄마는 힘을 비축하고, 근력을 키우며 그리고 전투력을 강화시켜야 한다. 물론 이게 다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비롯한 것임을 잊지 말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