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러닝을 재개하다

새로운 고강도 운동

by 한박사

원래 지구력이 좀 좋았다. 폐활량도 나이 치고는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주워듣기로 짧게나마 고강도 운동을 하는 게 좋다고 하길래, 그러고 보니 우리집 근처에 트랙이 있어서, 재작년에 잠깐 러닝 동호회를 깔짝깔짝 하기도 한 적이 있어서 다시 러닝을 하게 됐다.


평소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은 잘 모르는 세계가 있다. 잠을 자기 바쁜 휴일, 주말 아침에 땀내며 열심히 뛰는 사람들이 있는 세계를. 그들은 그 시간에 뛰기 위해 아마도 그전날 과식이나 과음을 자제했을 것이다. 그리고 아침이 되자 아직은 습하고 더운 요즘의 기후에도 불구하고 더 눕고 싶은 욕망을 과감히 떨쳐냈을 것이다.


다른 동네는 어떤지 모르겠는데, 우리 동네는 확실히 아저씨들이 고강도 운동은 훨씬 더 많이 하는 것 같다. 등산을 할 때도 그랬고, 러닝을 할 때도 아재들이 많이 보인다. 어떤 아저씬 진짜 너무 잘 뛴다. 그냥 뒷모습 자체가 약간 넘사벽이랄까…?


미취학 아들 둘을 둔, 다소 근육량이 달리는 아줌마인 나는 그런 아재들을 보며 은근 배우기도 한다. 내가 어쩔 수 없이 에겐녀라 그들처럼 트랙을 25바퀴 뛸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그 절반인 12바퀴는 뛸 수 있었다. 이른 아침에 그렇게 땀을 빼는 나날들이 하루, 이틀 늘어갔다.


러닝을 미친듯이 하는 어느 위인의 말에 의하면, 아침에 러닝을 하면 정신이 맑아진다고 한다. 그런데 이 말, 정말 맞다. 나이가 들면 왠지 모르게 머리에 안개가 낀 것 같은, 뭔가 명료하지 않은 정신 상태에 이를 때가 종종 있는데, 아마 노화로 인한 혈관의 노쇠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게 러닝이라는 고강도 유산소 운동을 통해 약간 해소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러닝을 하지 않은 하루와 한 하루가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실 나는 여기서 약간 슬픔이랄까, 그런 느낌이 좀 있다. 젊은 시절에는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던 맑고 명료한 정신, 금방 회복되는 체력이 이젠 더 이상 당연한 것이 아니게 되었다는 사실 때문에. 이제 40대이고, 아이를 둘이나 낳은 몸인데, 그전과 변함이 없다면 그게 더 이상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젠 어떤 흡족한 상태를 당연하게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은 뭔가 되게 서글프긴 해…


무튼 그런 것을 (아마도) 깨달은 많은 아재들이 열심히 트랙을 달리고 있었다. (물론 10:1의 비율로 여성이 달리기도 했던 것 같다.) 그들의 성실을, 그들의 명료한 정신을 응원한다. 그렇지만 나는 러닝크루에 가입한다든지 하프 마라톤 같은 것은 아직 할 생각이 없다. 그저 혼자 오롯이, 자유롭게 이 활동을 향유하고 싶다랄까.


러닝을 하고 나서야 알게된 세계. 진짜 열심히 땀 흘리고 자신의 나태함을 극복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 생각보다 연예인들 중 베테랑 러너들이 많다는 것.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요즘 mz들의 핫한 취미가 러닝이라는 것. 그래서 요즘 갖게된 욕망이 괜찮은 러닝화를 갖는 것이라는 것. 카본화라던가??


아이들이 좀 더 크면서 나의 취미는 더 다양해지는

것 같다. 그만큼 여유가 생긴 것이겠지. 그렇게 성장한 우리 아이들에게 새삼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너네들도 엄마처럼 건강하고 유익한, 그런데 재미도 있는 취미를 꼭 가지길 바래. 엄마처럼 꼭 러닝이나 등산을 하라는 건 아니야.


착각일 수도 있지만, 요새 조금 더 젊어진 느낌?!




keyword
작가의 이전글가끔 소설을 읽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