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태어난 우리
겨울부부
저는 12월에 태어났고, 신랑은 1월에 태어났어요.
저의 생일 무렵에는 늘 첫눈이 내렸고 12월은 해의 끝이라 늘 설렘이 있는 따뜻한 겨울느낌을 가지고 있어요. 크리스마스도 있고 연말의 아쉬움과 감사를 나누는 달이요.
신랑의 생일 무렵은 설이랑 닿아있어요. 새해를 맞이해서 한창 대청소를 시작해요. 연말에 세웠던 다짐이나 목표를 하나씩 시작해 보는 시기이기도 해요.
40일 남짓의 차이인데 이렇게 차이가 납니다.
겨울감기
저는 추운 겨울 속에서 느끼는 따뜻한 조명이나 포근한 니트스웨터,가디건을 좋아하고 신랑은 따뜻한 나라로 여행을 가서 햇살 가득히 온몸으로 따뜻함을 즐기는 것을 좋아해요. 둘 다 따뜻함을 좋아합니다.
감기에 유독 잘 걸리는 신랑은 콜록거리며 입버릇처럼 이렇게 얘기하곤 해요.
"하루종일 따뜻한 나라로 가고 싶어, 쨍한 햇빛을 쐬면, 정말 춥지 않고 좋을 거야"
예전 어릴 적 읽었던 책 중 추운 나라에 사는 펭귄이 추위를 너무 싫어해서 집을 배 삼아 남극을 떠나 결국 따뜻한 나라로 행복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가 생각나 웃음이 나면서도 안쓰럽습니다.
매일 아침 따뜻한 물 한잔
하루하루 가장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일상루틴이 있다면 이것 아닐까요?
여러 개의 좋은 습관 만들기를 시도했었는데 가장 첫 번째로 성공했고 가장 오래 유지하고 있는 루틴이 되었어요.
물은 늘 집에 있고,
큰 맘을 먹지 않아도 되며,
시간이 많이 들지도 않고,
귀찮은 단계도 없어요.
그냥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서 잔에 가득 담고 레인지에 1분만 돌리면 금세 따뜻한 물을 마실 수 있어요.
저는 다행히 생수든 보리차든 다 잘 마셔요. 하지만 구수하고 맛있는 물이 좋아서 늘 집에서 보리, 현미, 결명자, 작두콩을 같이 넣어 끓여 마셔요.
보글보글, 구수한 보릿물
노란 발바닥
귤을 너무 좋아해서 앉은자리에서 10개 20개씩 까먹다가 어릴 적 손바닥과 발바닥까지 노랗게 바뀐 적이 많았어요. 요즘 물가에 10킬로에 15, 900 원이라니 안 살 수가 있나요. 새콤하고 달콤한 소중과는 아니고 대과이긴 했지만 단 맛이 가득해서 20킬로나 사게 됐어요. 음식 할 때 손이 큰 건 친정엄마를 닮았나 봐요.
10킬로 한 박스는 저 닮은 작은 딸이 날마다 2~3개씩 다 까먹느라 금세 동이 났고, 나머지 10킬로는 따로 껍질을 까둡니다. 그 사이에도 자꾸 한 두 개씩 사라져요.
깐 생강의 유혹
점심을 먹고 나서 부엌에서 한 참을 서서 생강을 까고 있으니 아이들과 놀던 신랑이 서성입니다.
"뭐 도와줄까?"
말하자마자 손 빠른 신랑한테 까던 생강을 전부 넘겼어요. 대수롭지 않게 까던 신랑이 한 시간 남짓 까더니
"깐 생강을 사지 그랬어! "
깐 생강은 두 배나 비싸다는 말을 듣고 조용히 다시 칼질을 시작합니다. 꼼꼼하게 이쁘게도 잘 손질했다고 칭찬을 듬뿍 해줬어요. 제가 깠던 생강까지 전부 다시 말끔히 다듬느라 더 시간이 오래 걸렸나 봐요.
칼을 놓고는 쓰러집니다. 사진에 보이는 생강의 8배는 더 깠으니까요.
겨울 내내 먹을 냉동곳간 노랑얼음 만들기
레몬 5개를 식초, 과일세정제로 뽀독뽀독 닦은 후 뜨거운 물에 떼구르 굴려주고 바로 꺼냈어요. 껍질째 갈거라 깨끗이 닦아요. 4분의 1로 잘라서 보이는 씨는 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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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강은 레몬과 비슷한 양으로 준비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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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귤 10개는 껍질을 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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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황가루 1스푼
이렇게 동량으로 4번 만들어 두었어요. 두고두고 겨울부부 둘이 나눠 먹기엔 부족해요.
얼음 틀에 넣어서 냉동곳간에 두고두고 먹을 것은 얼리고 2~3주 먹을 것은 물에서 보글보글 소독한 유리병에 담아두어요.
하루에 한 잔, 감귤생강레몬차
아침 공복에 따뜻한 물 한 잔부터 마시고 바로 또 물을 끓여요. 출근 준비하기 전에 노랑얼음 하나 꺼내서 끓인 물을 미리 부어놓고 아이들 케어를 전부 마친 후 가장 마지막, 집을 나서기 전에 적당히 따뜻한 온기가 남은 감귤생강레몬차를 마시고 나가요.
추운 날은 스스로 더 힘을 내야 하니까요. 완연한 봄이 오기 전까지 노랑얼음을 계속 만들어 둡니다.
조용한 작가생활
따뜻한 봄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