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으로 망가진 결혼식
어디서나 변호사 직업정신
대학 동기가 결혼해서 결혼식에 다녀왔다. 코로나로 인해서 선착순으로 끊겨 식사는 하지 못했고, 답례품을 대신 받아왔다. 와인, 홍삼, 유산균, 차량용 디퓨저 4종 중 1를 고르면 되었는데, 술을 사랑하는 나는 역시나 와인을 선택했다.
나는 성별이 여자인데도 특이하게 결혼식 사회를 꽤 많이 봤다. 처음 결혼식 사회를 봤을 때는 긴장이 되어서 덜덜 떨었었는데(친구들이 로봇같다고 했다), 지금은 꽤 익숙해져서 그런지 적어도 떨지는 않는 편이다. 한동안 친구들이 결혼을 많이 하더니 요즘은 코로나 탓과 나의 나이 탓으로 결혼식이 조금 줄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결혼식 사회는 내 가장 친한 친구 결혼식이었다. 부산에서 살고 있는 친구라 결혼식은 부산에서 하게 되었는데, 예식장이 해운대 바닷가 근처에 있었고, 야외 예식으로 하기로 되어 있었다. 분명히 그주에 태풍의 예보가 있었던 것 같은데, 별말이 없길래 그냥 야외 예식으로 진행하는가 보다했었다.
결국, 당일에 결국 어마어마한 태풍이 왔고, 오전부터 식장은 엉망진창이 되었다. 나도 차에서 내려 건물에 들어가기 전까지 날라다니는 간판들을 피하느라 고생을 했다. 식장으로 들어가니 예식장 측에서는 부랴부랴 단도 없이 예식장으로 쓰이지도 않는 공간을 구해서 꾸미느라 정신이 없었고, 태풍에 사람들은 비에 쫄딱 맞아서 물에 젖은 생쥐 꼴에다, 친구는 세상에서 제일 슬픈 표정으로 신부 대기실도 아닌 곳에서 앉아 있었다. 친구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 모든 상황이 웃픈 나머지 크게 웃고 말았다. 이 부분은 지금도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렇게 간이 공간에서 결혼식을 하고, 단이 없어 사람들은 스스로 무릎을 구부려가며 단체 사진을 찍었다. 이후에 사진을 보았는데, 사진이 얼마나 웃기던지. 그 결혼식은 두고 두고 회자가 되고 있다. 정말 기가 막힌건 결혼식이 끝나자마자 날이 화창해져 정말 보기 드문 하늘이 되었다. 인생이란 참 알 수가 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부터 변호사의 직업정신이 발휘된다.
어쨌든 결혼식을 그렇게 치루고, 예식장 측에서는 결혼식을 제대로 못했으니 비용의 절반을 받겠다고 했다. 친구는 나에게 상의를 했고, 나는 사회를 보면서 상황을 모두 지켜보았기 때문에 친구에게 조언을 해줄 수 있었다. 사실 몰래 엉망이된 곳 사진을 찍어두기도 했다. 여차하면 쓰려고. 직업병이다.
예식장 측에서는 태풍에 대해 당일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야외식장을 운영하는 예식장 측에서는 당연히 날씨에 대해 예견하고 이에 대해 고객에게 고지할 의무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주변의 다른 예식장들은 미리 태풍을 예견하고 고객들에게 고지하였고, 야외식이 예정되어 있는 곳들을 모두 실내로 변경하는 작업들을 하였다.
평생에 한번 뿐일지도 모르는 결혼식을 엉망을 만들어 버렸기 때문에 채무불이행에 해당해 비용을 지불할 필요가 없는 것이라는 판단이 들어 친구에게 이건 비용을 낼 문제가 아니라 도리어 위자료를 받아야한다고 했다. 친구는 좋은 날에 위자료까지는 괜찮다고 하며 비용만 안 받아도 좋겠다고 하며, 조언에 따라 예식장 측과 이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예식장 측에서 자신들의 잘못을 빠르게 인정하며, 손님들의 식대만 정상적으로 받고 나머지는 받지 않겠다고 하면서 잘 마무리가 되었다. 만약, 예식장 측에서 적반하장으로 나왔다면, 소송도 불사할 생각이었다.
분명히 태풍은 불가항력적인 사항에 해당하지만, 충분이 그 이전부터 예보가 있었기 때문에 조치를 취할 충분한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예식장의 과실이라고 생각한다. 그때의 일을 계기로 예식장 측에서도 만반의 준비를 하지 않을까한다.
참고로 친구는 결혼한 사람들 중에 가장 잘 살고 있다. 인생 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