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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라 변호사 Mar 16. 2022

커피 한잔의 기쁨

10주 동안 커피를 끊었다.

10주 동안 커피를 끊었다.          


아침 출근 길에 카페에 들러 테이크 아웃해서 마시는 아침 커피, 점심을 먹고 나른한 오후에 마시는 점심 커피, 가끔 출장을 가거나 부산에 가는 기차에서 마시는 커피, 나는 커피를 무척 사랑했다. 쿠키나 케잌 한 조각을 곁들이면 더 부러울 것이 없는 행복한 기분이 된다.          


원래 불면증이 있었지만 불면증이 점점 더 심해졌다. 날을 꼬박 새기 일쑤, 어쩌다 잠이 들었다가 깨기도 일쑤였다. 불면증에 좋다는 대추칩, 대추차, 루이보스, 낮에 걷기, 아침에 일찍일어나기, 스트레칭하기, 불면증에 좋다는 건 다 해보았다. 오로지 커피를 끊는 것만 빼고. 그러나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렇게 10주 전에 커피를 끊고 단 한모금의 커피도 마시지 않았다.          


대신 허브 차를 마셨다. 엄마가 준 메리골드 차를 우려 마시다가 설거지가 귀찮아서 티백 차로 바꿔 매일 마셨다. 캐모마일, 루이보스를 번갈아 가면서 마셨다. 명이 내가 커피 끊은 소식을 듣고 차 세트도 선물해줬다. 이거 비싸서 안사먹고 있었는데... 민트향이 좋다.               

         

1월 5일부터 커피를 끊었으니, 오늘로 딱 10주째다. 10년 넘게 마시던 커피를 끊었는데, 이상하게 커피가 생각나지 않았다. 참은게 아니라 그냥 별 생각이 없었다. 커피를 끊는 것이 이렇게 쉬운 것이었단 말인가. 커피 탓인지 기분 탓인지 불면증도 많이 개선되었다. 가끔은 불면증의 나날이 있긴 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오늘은 갑자기 커피향이 그리운 것이었다. 그래서 출근 길에 스타벅스에 가서 아메리카노 한잔을 테이크 아웃해서 출근했다. 물론 디카페인으로. 불면은 매우 겁난다. 컵에 묻어 있는 커피 한 방울을 입에 대보았다.               

         

"아 그래 이 맛이었어."        

  

커피의 씁쓸한 맛이 입안을 감쌌다. 꼭 어제도 마신 것 같은 그런 익숙함이었다. 치즈맛 쿠키를 뜯어서 커피와 함께 먹었다. 오늘은 참 날도 따뜻하다. 더할 나위 없는 완벽함이다. 허브티도 좋지만 역시 커피만한 것이 없다.          


그렇지만 나는 다시 매일 커피를 마시는 생활을 할 생각은 없다. 익숙한 것에 대한 고마움과 기쁨을 사람들은 너무 쉽게 간과하니까. 가끔 좋은 사람들과 만나서 이야기 할 때, 날이 너무 좋을 때, 기분이 좋지 않을 때, 비가 올 때, 그 때만 마시기로 한다. 


일상의 작은 기쁨은 가끔씩 맛보아야 그 기쁨이 배가 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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