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생존책방 Jun 30. 2022

치유는 '셀프'다

치유의 주체는 항상 '자신'이어야 한다

자동차에 주유할 때마다 고민에 빠진다. 셀프로 주유하긴 귀찮고 직원이 해주면 가격이 비싸다. 번거롭더라도 절약이 좋긴 하다. 주유의 경우 돈을 지불해서 편리함을 선택할 수 있지만, 인생에는 돈 주고 살 수 없는 것이 있다. 대표적으로 사랑이 그렇다. 사람의 마음은 돈 주고 살 수 없다. 연인이나 배우자에게 마음을 표현하는 일은 직접 해야 한다. 내면을 치유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치유는 심리 전문가나 정신과 의사가 해결해주는 것이 아닌가?'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처음 심리 치료를 받으러 상담센터에 갔을 때 상담사의 자질을 의심하며 문제를 지적하기 바빴다. 두 번, 세 번 방문해도 달라지지 않자 역시나 그럴 줄 알았다며 상담사를 탓했다. 나는 큰 노력 없이 상담사가 나의 마음의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이 있었다.


마음의 문제를 치유하는 일은 자력으로 한계가 있다. 스스로 해결할 수 있었으면 굳이 정신과나 심리 상담센터를 찾을 필요가 있겠는가? 상담사로부터 존재를 지지받는 경험을 해봐야 자신을 지지하는 방법과 감을 익힐 수 있다. 외부의 도움을 받는 목적은 스스로 자신을 돌볼 수 있는 힘을 키우기 위함이다. 도움이 '의존'이 될 때 문제가 된다. 배우자 관계도 마찬가지다. 서로 자신의 문제는 노력하지 않고 상대방만 탓하면 부부싸움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도움을 오래 받아도 자신이 노력하지 않으면 본질적인 치유는 일어나지 않는다. 궁극적인 치유는 자신을 책임지기로 선택할 때 일어난다.


치유는 자기 자신을 책임지는 일이다.


나는 그동안 사람 탓, 환경 탓을 하며 내 마음을 보호하며 살았다. 부모를 잘못 만나서, 배우자 때문에, 친구 때문에 불행하다고 생각했다. 감정을 잘 다스리는 사람은 행복과 불행을 자신이 결정하지만 반대로 감정 문제로 고통을 겪는 사람은 항상 책임을 회피한다. 어린 시절부터 감정을 공감받지 못하고 자란 사람은 스스로 행복한 느낌을 만들 줄 모른다. 자신의 기분을 결정하는 것은 항상 부모였기 때문에 행복도 불행도 외부에서 주어지는 것이라고 믿는다. 내가 느끼는 감정은 상대방 때문이 아니라 내가 가지고 있던 감정이 일어나는 것이다. 자신을 책임진다는 것은 자신 안에 일어나는 감정을 돌본다는 뜻이다.


치유는 자신을 사랑하는 과정이다.


내가 운영하는 '내면아이' 독서모임의 이름은 '셀프치유 독서모임'이다. 내가 치유하기 위해 선택한 도구는 '책읽기'와 '글쓰기'다. 독서가 필요한 이유는 혼자 독서할 때 나 자신에게 질문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상처는 너무 고통스러워서 기억에서 지우려고 방어기제가 작동된다. 이것을 다시 떠올리는데 도움을 받기 위해 상담도 받는 것이다. 독서의 장점은 오롯이 나 혼자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책을 읽으며 질문하고 답을 찾고 상상하는 과정이 일어난다. 이것을 아웃풋으로 구체화시켜주고 치유를 일으키는 것이 '글쓰기'다. 글을 쓰며 나도 몰랐던 내 감정과 원함을 발견하게 된다. 내가 어떻게 살아야하는지도 스스로 답을 찾게 된다. 이것을 함께 격려하며 치유하는 것이 '셀프 치유 독서모임'이다. 


셀프 치유는 "자기 자신을 스스로 치유하는 사람이 되자"는 뜻을 가지고 있다.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은 먼저 자신을 알아간다는 뜻이다. 뭘 알아야 사랑도 할 수 있지 않은가? 어린 시절부터 억압된 감정은 무엇이었는지, 가족 안에서 좋으나 싫으나 감당해야 했던 역할은 무엇인지, 내가 원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하나씩 살펴봐야 한다. 자기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었는지, 자신은 어떤 사람인지 객관적으로 아는 만큼 자신을 사랑할 수 있다. 결국 내가 자신을 사랑할 때 감정 문제의 고통을 해결할 수 있다.


독서모임을 시작한 이유는 '내면아이' 치유를 통해 얻은 일상의 기쁨과 불편한 감정을 해결하는 방법을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다. 누구나 혼자서 할 수 있는 방법이 '책읽기', '글쓰기'이기 때문이다. 독서모임을 운영하며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저마다 잘 살고 싶은 욕구가 있는데 방법을 몰라 어려움을 겪고 있구나.' 나는 독서모임을 통해 감정 문제로 고통을 겪는 사람들에게 좌절된 욕구와 감정의 뿌리가 무엇인지 스스로 깨닫고 명확히 설명하도록 돕고 있다. 나는 심리 전문가는 아니지만, 열등감과 수치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고 있다. 지금도 열등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열등감 있는 사람을 공감할 수 있다.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은 치유할 때 겪는 어려움을 이길 수 있는 생각의 길을 안내하고, 자신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셀프 치유를 해내도록 돕는 격려자가 되는 것이다. 




<생존책방 '셀프치유 독서모임' 후기>

1. 괴로움을 견뎌내는 힘이 커졌어요!

2. 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타인에게 구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3. 마음에 여유가 생겨 되받아치는 것이 많이 줄었습니다.

4. 실제로 아기였던 나는 나 자신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이제부터 나도 용기를 내야겠다. 그 아이는 누구도 아닌 나만이 돌볼 수 있고,
그 아이를 돌봄으로써 나도 행복해지니까.  

  



                    

이전 19화 충분히 울어야 치유된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