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싸울 때 내가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내가 그렇게까지 잘못했어?", "그럼 지금까지 내가 한 행동이 모두 별로라는 뜻이야?", "내가 그 정도는 아니지 않아?" 아내의 말을 인정할 수 없다. 내가 생각하는 나와 아내가 말하는 나는 너무 다르다. 내가 열등감이 폭발하는 이유는 나의 부족한 부분을 인정하지 않고 능력 있다고 과대평가하기 때문이다. 즉 자존감은 낮으면서 자신감 있는 척 살아간다. 자신감 있는 척이라도 해야 나의 못난 부분을 덮으며 살 수 있으니까.
어려서부터 나는 특별하다고 생각했다. 마음만 먹으면 계획한 일은 다 이룰 수 있다고 착각했다. 하지만 마음을 먹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기보다는 누군가에게 선한 영향력을 주고 싶다. 쉽게 말해 능력 있는 유명한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사람은 자신의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보다 어느 정도 괜찮다고 착각하는 편이 더 쉽다. 왜 그럴까? 부모와의 관계를 살펴봐야 한다. 부모에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받은 경험이 없는 경우가 있다. 부모에게 조건에 충족될 때만 사랑을 받으며 자랐다면 자신이 불충분하다고 느낀다. 어떤 조건과 명예를 성취해야 존재를 증명할 수 있다고 여긴다. 실수도 많고 잘난 것 없는 나를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이것을 '자의식 과잉'이라고 표현한다.
'자의식'과 '자의식 과잉'
자의식은 '자기에 대한 의식'이다. 자의식 과잉은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고 과대평가한다는 뜻이다. 왜 자기 자신을 그대로 보지 못할까? 형편없는 내 모습을 인정하기엔 자아가 무너질 것 같아서 본능적으로 마음을 보호하는 것이다. 주식 투자로 재산이 반토막 나도 '괜찮아. 오를 거야' 합리화하며 일상을 살게 해주는 것이 자의식이다. 자의식은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자아를 보호하게 해준다. 실수하면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한 단계 성장할 기회로 삼으면 된다. 하지만 많은 사람의 경우 원인을 자신에게 찾지 않고 탓을 한다. 실수를 지적하면 상대를 비난하고 질투하면서 자신은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절대 인정하지 않는다.
자의식이 과잉 상태에 있는 사람의 세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나는 책을 쓰고자 하면 쓸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글을 쓸수록 내 한계를 느끼게 된다. 책을 쓰려면 열심만으로 되지 않는다. 책 쓰는 방법도 배워야 한다. '내가 책을 쓰고 싶어 하는 이유도 자의식 과잉일 수 있겠구나?' 지금의 나를 다독이며 글을 쓰는 과정을 즐기기보다, 이상적인 나의 모습이 되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둘째로, 자신의 계획이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 착각한다. 자신의 능력을 실제보다 부풀려 생각하기 때문에 환상을 가지고 살아간다. 셋째로, 실패하거나 거절당할 때 패닉에 빠진다. 자신이 부정하고 싶은 실제 모습과 실력이 드러나면 수치스럽기 때문이다.
자의식 과잉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간단하다. '빠른 인정'이다. 아내가 화가 나서 하는 말을 1초 만에 인정하면 화해 속도도 빠르다. 괜히 내 마음 보호하려고 인정하지 않고 자의식을 부풀리면 인생이 힘들어진다. 예를 들어 부자를 보고 질투가 일어나고 자신을 합리화하고 싶다면 가장 먼저 내가 가난한 이유를 찾아 인정해야 한다. 그다음 내가 노력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에 집중하면 된다. 자신의 존재가 괜찮다는 느낌을 받기 위해 나보다 잘난 사람을 뒤에서 욕하고 있는가? 자신보다 못난 사람과 비교하며 우월감을 느끼는가? 나에게 가장 손해다. 내 마음을 보호하는 일이 필요하지만 과하면 인생의 기회를 놓친다. 문제를 만났을 때 자의식 과잉 반응이 일어난다면 두 가지를 실천하면 된다. 빠른 인정과 함께 내가 노력할 일을 찾아 실행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