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기행[2]
수많은 나라의 하늘 아래를 걸었지만, 이토록 낯선 공기가 폐를 두드리는 중화권의 땅은 처음이었다. 그래도 홍콩과 필리핀에 가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홍콩은 어린 시절의 추억이었고, 영어가 보편적으로 사용했기에 이런 답답함은 없었다. 이번엔 다르다.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불편함과 생경함이 내 앞에 날것 그대로 놓여 있다.
묘한 곳이다. 길 위에 서면, 일본이 보이고, 미국이 보이고, 호주와 한국도 보인다. 과거와 현재,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가 서로를 밀고 당기며 뒤섞인 도시. 그 복잡함 속에서 나는 내 몸 하나를 더하고 있다. 어쩌면 벌써 나도 이곳의 작은 파편이 되어버린 건 아닐까.
그리고 신년이 찾아왔다. 이곳과 한국 사이에 존재하는 고작 한 시간의 간극. 그 짧은 시간은 분명 특별한 여백이었다. 나는 그 여백을 채우기로 했다. 그동안 미뤄둔 이야기들을 꺼내어 많은 사람들에게 마음을 전했다. 고마움과 미안함, 그리고 아쉬움을 조금씩 섞어서. 칵테일을 만들어 보냈다.
누군가는 그 잔을 들고 감사를 음미했을 것이다. 또 다른 누군가는 내 사과를 받아마시며 고개를 끄덕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떤 이는 예상치 못한 건배에 당혹스러움을 느꼈겠지. 사람들에게 건넨 나의 마음이 그들 속에서 어떤 맛으로 변했을지 궁금하면서도 두렵다.
마치 바다로 던져진 작은 병편지 같다. 어떤 이는 병을 주워 내용을 읽고 미소 지었을 것이고, 또 어떤 이는 무심히 바다에 다시 던져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좋다. 나는 지금까지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전했다. 그 순간 내 마음의 일부가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
새해는 늘 무언가를 시작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동반하지만, 이번만큼은 무언가를 내려놓는 것으로 시작하고 싶었다. 쌓이고 묵었던 감정들을 풀어내며, 비워진 그 자리에 다시 새로움을 채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나는, 한 시간의 간극 속에서 나의 마음을 흩뿌리며 새해를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