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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진 Feb 07. 2024

약에도 궁합이 있다?

철분제와 오렌지주스


철분제는 오렌지주스와 먹으면 좋다는 말은 아마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정확히는 비타민C와 함께 먹는 것이 좋은데 비타민C를 다량 함유하고 있는 대표적인 주스가 오렌지주스이기에 쉽게 오렌지주스와 같이 먹으면 좋다고 말한다.


철분제와 비타민C를 동시에 복용하는 것이 좋은 이유는 비타민C가 철분제 흡수를 도와주기 때문이다. 공복 섭취를 권하는 이유도 같은 배경에서 그렇다.


모두 흡수를 높여 적절한 효과를 보기 위함이다.


반면, 철분제와 동시에 먹지 말 것을 권하는 음식도 있는데 우유가 대표적이다.


칼슘 함유량이 많은 음식이나 칼슘 영양제와 철분제를 함께 섭취할 경우 칼슘이 철분의 흡수를 방해할 수 있어 되도록이면 간격을 두고 먹기를 권장한다.


앞서 오렌지주스가 철분제의 흡수를 도와줄 수 있다고 했는데 그럼 모든 주스가 그런 걸까?


당연히 아니다.


대표적인 예로 자몽주스를 살펴보자.


자몽주스, 대체 뭐가 문제일까?


자몽주스와 자몽 그 자체는 굉장히 건강한 음식이다.


하지만, 의약품과 함께 섭취할 경우 몸 안에서 약이 대사 되는 과정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자몽과 상호작용하는 의약품의 경우 주의해서 복용할 필요가 있다.


자몽주스와 상호작용이 일어날 수 있는 대표적인 의약품으로는 고지혈증 치료제인 '아토르바스타틴' 성분의 "리피토", '심바스타틴' 성분의 "조코정" 등이 있다.


[참고] 아토르바스타틴과 심바스타틴은 성분명이기 때문에 동일 성분으로 국내 허가된 의약품은 훨씬 많지만 대표 제품만 언급하였다.


물론 이 외에도 고혈압치료제, 항불안제, 알러지약 중에서도 주의해야 할 의약품이 꽤 있지만 모두 다루기에는 한계가 있어 이 정도만 언급해 둔다. 


자몽주스의 영향 정도는 개인에 따라 그리고 의약품의 종류에 따라, 섭취한 자몽주스의 양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과연 자몽주스의 어떤 부분이 문제가 되는 걸까?


대부분의 의약품은 소장의 CYP3A4라는 효소에 의해 분해된다. 그런데, 자몽주스는 이 CYP3A4 효소의 작용을 방해한다. 그 결과, 의약품이 분해되는 대신 더 많은 양이 흡수되어 몸에 더 오래 머무르는 원인이 된다.


즉, 원래 남아야 하는 약의 양보다 더 많은 약이 몸 안에 남아있게 되는 것이다.


CYP3A4 효소의 양은 개인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몸 안에 있는 효소의 양에 따라 자몽주스의 영향은 달라질 수 있다.


반면, '펙소페나딘' 성분의 알러지약 "알레그라정"의 경우 자몽주스와 함께 복용할 경우 훨씬 적은 양의 약이 몸에 남아있게 된다.


알레그라정은 특정 수송체에 의해 이동하게 되는데 자몽주스가 수송체의 기능을 방해하면서 몸에 머무르는 약의 양이 줄어들게 되고 이로 인해 제대로 된 약효를 볼 수 없게 된다.

출처: FDA guide


따라서, 내가 복용하는 약에 따라 필요한 경우 자몽주스의 섭취는 피하는 것이 좋다는 점을 기억해 두면 좋겠다.


지금까지는 음식과 의약품 간의 상호작용에 대해 알아보았다. 그럼, 의약품 간의 궁합은 어떨까?


약에도 궁합이 있다!


- 골다공증약과 철분제


골다공증에 복용하는 '리세드론산' 성분의 의약품은 철, 칼슘, 마그네슘, 알루미늄 등의 양이온을 함유한 약과 병용으로 투여할 경우 골다공증약의 흡수가 저해될 수 있다.


따라서 미네랄을 함유한 멀티비타민의 경우 최소 30분의 간격을 두고 복용하길 권한다.


- 위염약과 항진균제


위산과다나 속 쓰림, 위염, 위궤양 등에 사용하는 '파모티딘' 성분의 의약품을 복용할 땐 여러 가지 상호작용을 기억할 필요가 있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이 항진균제이다.


'파모티딘'과 아졸계 항진균약 ('이트라코나졸')을 함께 복용할 경우 '파모티딘'의 위산분비 억제 작용으로 '이트라코나졸'의 흡수가 저해되어 약효가 떨어질 수 있다.


[참고] 파모티딘은 위산 분비 억제 효과가 있는데 이로 인해 위의 pH에 변화가 생기게 된다. 이트라코나졸은 위가 산성일 때 흡수가 더 잘되기 때문에 파모티딘과 병용 시 흡수가 저해될 수 있다.


따라서, '파모티딘' 복용 최소 2시간 전 또는 1시간 이후에 복용하는 것이 좋다.


꼭 기억하자, 상호작용


오늘 알아본 음식 - 약물 상호작용, 약물 - 약물 상호작용은 극히 일부 내용에 해당한다.


어떤 약물을 함께 복용하느냐

또 어떤 음식과 약물을 함께 섭취하느냐에 따라 약의 흡수와 분해, 대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고, 약의 궁합에 대해 관심을 가져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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