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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진 Jan 24. 2024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까

타미플루 부작용주의보

모든 것은 독이다.
독성이 없는 물질은 없다.
약인지 독인지 결정하는 것은 용량이다.

- 파라켈수스


1500년대 의사이자 연금술사인 파라켈수스가 남긴 유명한 말이다.


파라켈수스의 말처럼 모든 약에는 부작용이 있다. 그럼에도 약을 복용하는 이유는 약을 복용할 때 나타나는 부작용보다 효과로 인한 이익이 더 크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의약품의 risk와 benefit으로 칭하며 해당 의약품의 benefit이 risk보다 더 큰지를 주기적으로 판단함으로써 약이 계속 사용되어도 될지 평가하고 있다.


타미플루를 예로 들어 살펴보자.


타미플루 부작용주의보


타미플루는 독감 치료제로 쓰이는 항바이러스제이다. 몸 안에서 독감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것을 막는 원리로 개발된 치료제이기 때문에 독감 초기에 빨리 복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그런데, 생각보다 타미플루 복용을 꺼리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유는 타미플루 부작용하나로 환각을 포함한 정신신경계 이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증상이 타미플루를 비롯한 독감 치료제 때문인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참고] 독감 치료제를 투여하지 않는 독감 환자에서도 비슷한 정신신경계 증상이 나타난 경우가 있어 아직 치료제와의 인과관계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타미플루 복용 후 소아청소년에서 나타난 환각과 섬망 증상이 안타까운 사고로 이어졌다는 뉴스가 발표되면서 처방받은 독감 치료제를 먹여야 하는지 고민하는 많은 보호자들을 마주한다.


이때 잘 따져봐야 하는 것이 바로 독감 치료제의 riskbenefit이다. 


타미플루의 가장 흔한 부작용은 오심이나 구토 등 위장관계 증상이다. 하지만 이들 증상은 그리 중대한 부작용이 아니다. 따라서 여전히 risk보다 benefit이 높다고 볼 수 있고,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끝까지 치료를 마치는 것이 좋다.


하지만, 환각 등의 정신신경계 부작용이 나타났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런 증상은 여러 가지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바로 병원을 찾는 것이 좋고, 경우에 따라 치료제 투여도 중단할 수 있다. 치료제 복용에서 오는 benefit 보다 risk가 더 크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물론, 이 경우에도 폐렴 등의 이유로 치료제 투여의 benefit이 더 크다고 판단되면 긴밀한 관찰 하에 치료를 유지하는 편이 좋다.


[참고] 독감이라는 질환은 감기와 마찬가지로 치료제를 투여하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회복된다. 다만, 증상이 심하게 나타나거나 폐렴 등의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어 조기에 치료제를 통한 치료를 하게 되는데, 항바이러스제 투여를 통한 치료는 필수가 아니기 때문에 증상을 완화하는 대증적 치료만 해도 무방하다.


구더기가 무서워 장 못 담글 수도 있다.


이렇게 약은 누군가에게는 약이 될 수도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독이 될 수도 있다.


이 글의 제목처럼 누군가에게는 약 치료에서 오는 risk 보다 benefit이 훨씬 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까' 하고 넘길 수 있겠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benefit 보다 risk가 훨씬 커 정말 구더기가 무서워지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항상 약은 치료에서 오는 이익과 부작용 중 어느 것이 더 크냐에 따라 그 가치가 결정된다는 것을 잊지 말자. 부작용이 치료에서 오는 이익보다 크다면 약을 복용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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