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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진 Jan 31. 2024

지금까지 먹은 약이 효과가 없었다고요?

테라플루, 데이퀼, 코미시럽, 판콜에이


이들 약의 공통점은 작년 9월 FDA OTC 자문위원회에서 확실한 복용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발표한 페닐에프린(Phenylephrine) 성분을 함유하고 있는 감기약이라는 점이다.


페닐에프린은 비충혈에 효과가 있는 약으로 코막힘이 있을 때 코 점막의 혈관을 수축시켜 비충혈을 완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많이 사용되어 왔다.


이번 FDA 자문위의 발표가 그리 놀랍지 않다는 반응도 있었는데 이는 페닐에프린 효과에 대한 논란이 처음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페닐에프린은 미국에서 최소 250개의 제품에 포함되어 있으며 2022년 매출은 무려 18억 달러에 달할 정도로 코감기약의 주류를 차지했던 성분이다. 점점 더 아이러니하다.


이런 약이 이토록 오래 사용되어 왔던 이유는 무엇일까?

효과가 확실히 검증되지 않았던 약이 어떻게 코감기약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을까?


효과 없는 코감기약이 주류가 되기까지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첫 번째는 페닐에프린이 굉장히 오래된 성분이라는 점이다. 


즉, 최근 허가된 신약들에 적용된 강화된 가이드라인이나 기준이 페닐에프린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1970년대 FDA가 신약 허가의 기준을 강화했을 때 페닐에프린은 이미 승인된 신약 목록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미국에서의 마약에 대한 인식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번 결정을 내린 조직은 FDA OTC 자문위원회이다. 즉, 페닐에프린은 그동안 OTC = over-the-counter 감기약 시장의 주류였는데 이는 OTC로 제약 없이 접근 가능한 "거의 유일한" 약이었기 때문이다.


페닐에프린보다 효과가 좋은 슈도에페드린의 (pseudoephedrine) 경우, 마약의 전구물질로 알려지면서 behind the counter 로만 구매할 수 있게 되었고, 페닐에프린은 OTC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코감기약으로 자리하면서 시장의 주류로 살아남을 수 있었다.

[참고]
페닐에프린을 포함한 OTC 의약품은 FDA에서 안전하고 효과적이라고 인정한* 성분들로 제약 없이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만큼 사람들이 편하게 많이 찾을 수밖에 없다.
*generally recognizes as safe and effective (GRASE)

페닐에프린의 경우 이번 자문위의 결정에 따라 최종 요청이 이루어지게 되면 OTC monograph에서 제외되고, 더 이상 GRASE로 간주되지 않게 된다. 그렇게 되면 아마도 OTC로 판매되는 많은 제품들의 성분 배합에도 큰 변화가 일어나게 될 것이다.


그럼, 한국에서는 어떨까?


페닐에프린은 비충혈제거제로 우리나라 감기약에도 많이 포함되어 있는 성분이다. 특히 코미시럽과 같은 아이들용 시럽에 많이 들어가 있다.


하지만, 작년 FDA 자문위 발표 이후 국내 식약처에서 따로 발표한 가이드라인은 아직 없는 상태이다. 자료들을 검토 중에 있다고 하니 아마 곧 국내에서도 추가 발표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전까지는 아이를 둔 엄마들 사이에서 혼란이 계속될 수도 있겠다.


그동안 FDA(미국식품의약국)나 EMA(유럽의약품청) 등 주요 의약품 감독기관에서 안전성 이슈에 대한 결정이 이루어진 경우 식약처도 대부분 동일한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번에도 FDA와 같은 결론을 내릴 가능성이 굉장히 농후하다. 물론 이번 FDA 결정은 안전성이 아닌 유효성 측면에서의 검토 결과이기 때문에 100% 장담할 수는 없다.


안전성과 유효성, 왜 달라질까?


같은 약인데 이렇게나 말이 달라질 수 있다니. 


안전한 줄 알았으나 알고 보니 안전하지 않았다거나 

효과 만점인 줄 알았는데 다시 확인해 보니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거나


하는 경우가 가끔 있다. 약이 달라져서라기보다는 그 약을 판단하는 기준이 점점 촘촘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약을 사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주기적으로 약을 모니터링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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