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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맹모삼천지교와 부동산

by 요진
맹모삼천지교는 끝나지 않았다

'맹모삼천지교'.


맹자의 어머니가 맹자의 교육을 위해 세 곳을 이사했다는 이야기를 뜻한다. 공동묘지 근처에 살던 맹자 어머니 급씨는 아들이 장례 지내는 모습을 흉내 내는 걸 보고 이사를 갔다. 두 번째 집은 시장 근처에 있었는데 맹자가 장사놀이를 하며 노는 모습을 본 맹자 어머니는 다시 서당 근처로 이사 갔다는 이야기이다. 서당 근처로 이사 간 후 맹자가 공부놀이를 하는 걸 보며 만족했다는 잘 알려진 설화 '맹모삼천지교'이다.


자녀에게 조금이라도 더 좋은 걸 주고 싶고, 나은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은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의 교육열은 굉장히 높고, 이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교육열은 부동산, 집값과도 매우 긴밀하게 연결되는데 아이가 생기는 순간 부동산은 더욱 필수재로 자리 잡기 때문이다.


맹모삼천지교가 왜 부동산으로 이어질까?



부동산, 엄밀히 말하면 주택은 누구에게나 필수재이다. 생활하려면 거주할 곳이 있어야 하고, 여러 가지 이유로 주택을 내 것으로 구매하지 않더라도 다른 형태로 반드시 참여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다른 형태라 함은 전세 혹은 월세를 의미한다.


쉽게 이야기하면, 주식이나 다른 투자는 내 생각에 따라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선택"의 문제지만 주택은 다르다는 것이다. 어디든 내 몸 하나 누울 '집'은 있어야 할 것 아닌가. 우리는 매수든 전월세든 한 가지 방법으로 무조건 주택을 점유해야만 한다.


그리고 아이를 낳으면 주거에 대해 더욱 현실적인 고민들을 하게 된다. 꼭 투자를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실거주 관점에서 아이와 함께 시간을 쌓아갈 '우리의 집'이 더욱 간절하기 때문이다.


'저도 이사 가요'


아이가 생기면 참 많은 것들이 달라진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일어나는 생각의 변화들은 경험하지 않으면 절대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다. 그 변화의 중심에서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부동산'이다.


가족 단위의 실거주 관점에서 주택을 바라보기 때문에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자연적으로 높아지게 된다.


우선 아이가 어릴 때는 아래와 같은 생각의 변화에서 부동산에 관심을 두기 마련이다.

아이와 산책 나갈 곳이 근처에 있는가?

유모차를 끌기 좋은 지역인가?

주변환경이 깔끔한가? (유해시설 유무 등)

주차장에서 직접 집으로 올라갈 수 있는 신축 아파트인가?


아무리 교통이 좋아도 주변에 유해시설이나 유흥업소가 많은 곳이라면 아이가 생긴 그 순간부터 이사를 생각할 수밖에 없다.


아이가 자란다 하더라도 기준으로 삼는 것들만 달라질 뿐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배정받는 학교가 괜찮은가?

근처에 이용할 수 있는 학원이 많이 있는가?

단지 분위기는 어떠한가?

무난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는 지역인가?


나보다 먼저 아이를 낳았던 친구들을 보면 이미 이사를 했거나 이사를 고민 중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맞벌이로 엄마도 일을 하고 있다면 더더욱 무난한 학군지를 선호하게 된다. 일하느라 옆에서 아이를 밀착케어할 수 없기 때문에 1) 걸어서 학원을 이용할 수 있고, 2) 유해시설이 없는 분위기에서 3) 무난한 친구들과 무난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는 지역을 찾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목동과 같이 잘 알려진 학군지로 이사하는 대표적인 이유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을 뿐 지금 이 시간에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을 것이다. 서울 내에서 혹은 서울에서 수도권으로, 각 지역의 대표 학군지를 따라 많은 부모가 맹모삼천지교를 실천하고 있다.


나 또한 어느 지역에서 학령기를 보낼 것인가 많이 고민되는 요즘이다. 미리 고민을 마치고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아래 2가지에 대한 합의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교육비에 얼마나 할애할 것인가?

아이에게 물려주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


남편 지인 중 한 명은 연봉이 꽤 높은 편임에도 자녀를 국제학교에 보내느라 소득 대부분을 교육비에 다 쓰고 있다고 한다. 원래 자산이 많거나 근로소득 외 다른 부수입이 이를 커버하고도 남는다면 당연히 아이에게 최고의 것을 주고 싶은 것이 부모 마음이다. 하지만, 일반 직장인의 소득 수준에서 내가 버는 돈의 거의 전부를 아이 교육에 투자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의문이 남는다.


그럼에도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부모가 '맹모삼천지교'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특히 맞벌이 가정은 더더욱 학군지에 거주함으로써 누릴 수 있는 장점이 크기 때문에 앞으로도 많은 부모가 학군지를 찾을 것이다.


현대판 맹모삼천지교와 부동산은 앞으로도 함께 움직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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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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