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이 뭐길래
대치동은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블로그, 인스타에서도 '대치동'에서의 삶과 경험은 그 자체로 인정받는 콘텐츠가 되고, 실제 브랜딩에 매우 잘 활용하는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그만큼 그들의 콘텐츠와 경험담에 귀 기울이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다.
즉, '대치동'은 그 단어 하나만으로도 사람들에게 먹힌다. 관심 있는 사람들을 끌어모아 마케팅이나 브랜딩에 활용하기에도 너무나 좋은 단어이다.
중앙일보 자료를 참고하면 2023년 서울대 합격 100위권 고등학교를 기준으로 살펴봤을 때 서울의 5대 학군은 다음과 같다.
1. 대치
2. 반포
3. 목동
4. 잠실
5. 중계
서울대 합격 학생 10명 중 4명은 이들 5개 학군에 속하고, 서울대 합격 학생 수로 보면 대치동은 2등인 반포와는 100명이 넘게 차이 날 정도로 견고한 1등이다. 대치동 학생들 대부분의 목표가 의대 진학임을 생각하면 의대 합격 고교 학생을 기준으로 살펴보아도 결과는 비슷할 것이다.
아래 사진은 호갱노노 어플에서 살펴본 대치동 학원가 규모이다. 서울 1위에 해당하는 규모로 아래 사진만 봐도 그 규모를 대략 짐작해 볼 수 있다.
몇 년 전 남편과 한티역 인근을 돌아본 적이 있었다. 더운 날씨에 아이스크림이나 먹어볼까 하고 들렀던 인근 맥도날드는 빈자리를 찾기 힘들었는데 대부분이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이었다. 아마도 학원 수업 사이 배를 채우려고 했던 것일 텐데 그 잠깐 비는 시간에도 거의 모든 학생들이 책을 놓지 않는 모습이 참 인상 깊었다.
채널A에서 진행하는 '티처스'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공부와 성적이 고민인 학생들에게 솔루션을 주는 예능인데, 그중에서도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입시맘' 콘텐츠가 매우 흥미로웠다. 진행을 맡은 장영란 님이 대치동 학원가와 학교, 아파트에 대해 해부한 내용이었는데, 영상에서 언급하는 대치동의 분위기는 그동안 접해왔던 카더라 내용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 몇 년 간 대치동 학군지에서 바쁘게 뛰며 2023년 결국 자녀 의대 진학을 이뤄낸 지인이 있다. 그분의 목표 또한 자녀 의대 진학이었고, 워킹맘이었음에도 독서, 학원, 수시, 정시, 최신 입시 정보, 그리고 자녀 멘탈 케어까지 해내는 모습을 보며 경이로울 때가 많았다.
그분으로부터 많은 이야기를 들었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는 학원 줄 서기 대행이었다. 대치동의 인기 있는 학원 일부는 등록을 위해 줄을 서야 한다고 한다. 일을 해야 했기에 본인이 직접 줄을 설 수 없어서 학원 등록을 위한 줄 서기 알바를 고용했다는 이야기에 적잖이 놀랐었다.
대치동은 자녀 교육에 이렇게 진심이구나.
학군지는 단기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학군지는 단어 그대로 학군이 좋은 곳을 의미한다. 대치동 그 안에서도 배정 초등학교에 따라 아파트 선호도가 달라질 정도로 학군은 부동산과도 밀접히 연결된다. 서울, 경기도의 학군지로 대표되는 지역들 대부분 배정 학교는 집값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학군지를 또 다른 한 문장으로 정의하자면, 자녀 교육에 진심인 부모와 의지를 가진 자녀가 모여 장기간 형성해 온 그 지역의 분위기, 인프라가 아닐까? 단순히 학원이 많이 들어선 학원가와는 그 의미가 다르며, 그래서 학군지는 단기간에 만들어지기 매우 어렵다고 생각한다.
뉴타운으로 개발되며 천지개벽을 이루었음에도 아이를 낳으면 시간을 두고 하나 둘 떠나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뭘까? 바로 학군이다. 그래서 떨어지는 출산율에 학군지는 이제 끝났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말에는 개인적으로 동의하기 힘들다. 학군지는 단기간에 형성되는 것이 아니고, 많이 낳아봐야 2명 낳는 이 시대에 자녀 교육에 들어가는 비용과 열정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학군지가 학원가와 동일한 의미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학군지엔 양질의 학원가가 많이 분포하기 마련이다. 모든 것은 수요와 공급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떠올리면 당연한 일이다.
다른 지역에서 학교를 보내고 있지만 대치동에서 방학 특강을 등록했던 또 다른 지인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대치동은 수요가 많으니까 확실히 질 좋은 학원이 많고, 학원 종류도 다른 지역보다 훨씬 세분화되어 있다고 해야 하나? 다른 지역들에서는 찾기 힘든 학원도 대치동엔 웬만하면 다 있더라고.
그래서인지 자녀의 만족도도 굉장히 좋았다고 한다.
대치동이 뭐길래?
대치동은 성공적인 입시를 향한 부모의 열정과 의지가 만든 1등 학군지이다. 뭐든 1등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 입지만 더 공고해질 뿐.
그럼에도 대치동이 무조건적인 답일까? 생각하면 바로 답을 내리기가 힘들다. 모두의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아이의 학습 능력과 의지를 고려해야겠지만 몇 년 간 교육비에 그렇게 큰돈을 태우는 것이 정답인지는 아직 물음표이다. 자녀의 성향, 학습 능력, 부부의 교육관 등 우리에게 맞는 최선의 선택을 위해 부모로서 치열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에게 어떤 것을 물려줄지 끊임없이 생각하고 부부끼리도 계속해서 이야기 나누어야 하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