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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진 Dec 15. 2024

출산 전엔 모르는 육아가 진짜 힘든 이유

요즘은 워낙 정보의 속도가 빨라서 출산 경험이 없어도 '육아'라면 표정부터 어두워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출산해 보니 육아가 힘든 이유는 따로 있었다.


아이를 위해 엄마아빠가 선택할 것들이 너무 많다는 것.

출산 준비물 리스트가 괜히 돌아다니는 것이 아니다.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아기는 엄마아빠가 선택한 물건들로 채워지고, 엄마아빠가 만든 환경 속에서 자라난다. 처음엔 우리가 선택해야 하는 것들이 너무 많아서 힘들었다. 유모차, 아기 세제, 엉덩이 클렌저, 로션, 10개를 고르면 추가로 골라야 하는 것이 10개가 더 남아 있었고, 어느 것 하나 쉽게 선택한 것이 없었다.


그리고 이런 연이은 결정의 과정에서 선택 하나하나의 무게를 느끼며 비로소 깨닫게 됐다. 육아가 진짜 어렵고 힘든 이유를.


육아가 진짜 어렵고 힘든 이유는 아기를 대신해 엄마 아빠가 모든 선택과 결정을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온라인 공간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도 조금이라도 더 나은 것, 더 좋은 것을 찾기 위해 육아맘 대디들이 그렇게 노력하는 걸지도 모른다. 엄마 아빠가 되는 순간 어느 것 하나 허투루 사지 않는 이유도. 빠른 구매 결정을 했던 나조차도 내가 놓치고 있는 건 없을지 꼼꼼히 따져보고 비교한 후에야 물건을 고르고 결정을 내리게 됐다.


우리 부부는 나름 '쿨한 육아'를 위해 노력했음에도, 그 무게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아이가 먹는 것, 입는 것, 보는 것까지 어느 것 하나 우리가 결정하지 않는 것이 없었고, 그에 대한 영향은 오롯이 아이에게 전달된다고 생각하면 무섭기도 했다.


그리고 이런 선택의 순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나보다 앞서 이 길을 걷는 육아 선배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그 대상이 달라질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내가 아이 발달에 대한 유튜브 영상을 찾아보고,

우리 아이가 개월수에 맞게 잘 발달하고 있는지 확인한다면


육아 선배들은 영어 유치원이 정말 답일지 고민하며,

안 보냈다가 우리 아이만 뒤쳐지는 건 아닐지 걱정한다.


지금 내가 '우리 아이가 이런 행동을 대체 왜 하는 걸까?' 걱정하는 마음으로

그 이유를 찾아보고 궁금해한다면


육아 선배들은 등학교도 보내기 전에

학군지에 대해 생각하고 이사해야 하는 건 아닌지 고민한다.


이렇게 모두가 각자의 상황에서 고민하는 단 하나의 이유는 모두 같을 것이다.


우리 아이가 잘 자랄 수 있게 도와주고 싶은 마음.

우리 아이만 뒤처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그리고 어린 시절은 부모의 선택으로 꽤 많은 부분이 채워진다는 사실에서 오는 무한한 책임감.




육아에 있어서 선택이 더 무거운 이유는 그 결과를 알 수 없다는 데에 있다. 아이 발달에 있어서 이렇게 하는 것이 좋다는 내용들은 있지만 결정을 내려야 하는 모든 요소에 따른 결과값을 수식처럼 알 수는 없다. 한 명의 사람을 키워내는 일은 그렇게 수식으로 결정될 수 없기 때문이다.


a+b+c+d+e+f+.....+x+y+z


이렇게 수많은 요소들이 모여 한 사람을 키워낸다. 그리고 부모는 그중 꽤 여러 개의 요소를 결정하는 자리에 있다. 영어 유치원을 보내서 그 결과가 나왔는지, 영어 유치원을 보내지 않아서 이 결과가 나왔는지 아무도 알 수 없지만 그럼에도 주변 사례들을 최대한 수집하며 고민한다.


아래는 쌍둥이를 키우는 지인으로부터 들은 일화이다.

남자 쌍둥이를 키우는데 한 명이 키가 5cm 정도 더 작아 여러 가지 상황을 고민하다가 성장호르몬 주사를 결정했다고 한다. 키성장 주사를 맞히면서 형제간 키 차이는 꾸준히 5cm를 유지했는데 키성장 주사 덕분에 더 차이가 날 것이 나지 않은 건지, 키성장 주사가 아니었어도 이 정도 차이가 났을 거였는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그럼에도 엄마로서 할 수밖에 없는 선택이었다고 덧붙였다.


지인의 이 말이 모든 부모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지금 고민하는 이 선택이 아이에게 얼만큼의 이로움을 줄지는 아무도 알 수 없지만, 그럼에도 아이의 최선을 생각하며 결정하는 그 마음.


결정을 내리기까지는 또 얼마나 고민하고 고민하는 시간들이 있었을지 엄마가 되고 나니 이제야 그 시간들이 내게도 보인다.


출산 전엔 전혀 몰랐던 육아가 힘든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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