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돌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의대 진학에 대한 질문이라니 의대 열풍이 맞긴 하구나 생각했다. 전해 들은 바에 의하면 일부 지역의 경우 초등학생 때부터 '의대'라는 목표를 정해두고 모든 커리어를 준비한다고 한다. 초등학생 때부터 목표가 정해진다고 생각하면 우리 딸도 몇 년 남지 않았다. 나름 특목고를 졸업하고 약대 우등졸업까지 성실한 학창 시절을 보냈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자녀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면 '라떼는 말이야' 하는 고리타분한 생각이 절로 들곤 한다.
한때는 의대 진학을 고민하던 나였지만, 딸의 의대 진학을 바라냐고 묻는다면 나의 대답은 물음표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 번째는 시대 변화에 대한 고민이다. 지금을 기준으로 생각한다면 시간을 투입해 돈을 버는 '근로소득자'로 한정했을 때 '의사'는 단연 고소득이 가능한 안정적인 직업이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20년 후를 생각하면 이것만이 정답인지는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두 번째는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굉장히 많다는 사실이다. 공부만 잘하면 만사가 해결될 것이라는 나의 기대와는 달리 소득은 성적순이 아니었다. 스물셋이라는 상대적으로 이른 나이에 돈을 벌기 시작하며 그 사실을 깨닫기까지는 2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자본주의 사회를 잘 살아가려면 직업만큼이나 돈에 대한 센스, 감각이 중요하다. 다른 무엇보다 우리 아이에게 물려주고 싶은 것이기도 하다.
세 번째는 아이가 어려 나의 고민이 아직 구체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학령기가 되어 성적표를 받기 시작하면 대학 진학과 관련해 나의 생각이 어떻게 바뀔지는 잘 모르겠다. 어쩌면 아이의 성적표가 이해되지 않을지도, 혹은 지금보다 훨씬 더 큰 욕심을 부릴지도 모른다. 몇 년이 지나 이 글을 다시 읽으며 코웃음을 치는 내 모습을 발견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지금으로선 어떤 직업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바람보다는 어떤 면을 갖춘 사람으로 자라면 좋겠다는 바람이 더 크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학생을 마주칠 땐 '저렇게 곁에 있는 사람들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으로 자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고,
성실하게 자라 사회에서 각자의 몫을 해내고 있는 친구들과 만날 때면 '저렇게 자신의 몫은 해낼 줄 아는 사람으로 자라면 좋겠다'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자녀 교육에 대한 나의 관심은 나날이 상승하는 중이다. 아이가 한 뼘 성장하면 아이 교육에 대한 나의 관심도 한 층 올라간다. 아직은 많이 어리지만 우리 부부의 선택 하나하나에 오롯이 영향받을 아이를 생각하며 꾸준히 고민하고나 또한 공부하는 중이다.
하지만 육아의 모든 순간이 그렇듯, 이런 고민과 생각들 또한 그때그때 적어두지 않으면 그대로 스쳐 지나가 버린다. 스쳐가는 생각들을 붙들기 위해 이 브런치북을 만들게 됐다. 자녀 교육과 학군지 부동산, 자본주의 키즈 등 현재 나의 뇌를 스쳐가는 고민과 생각들을 기록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