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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나비 Jan 15. 2023

안녕... 별

마지막 인사

별아, 11년 참 길고도 찰나 같아.

너와의 안녕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이야...

늘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누나는 그 어떤 준비도 하지 못했던 것 같아.


우리 별이, 참 오래 아팠다. 그렇지?

그런데도 어쩜 앓는 소리 한 번을 내지 않았는지...

조금씩 하루가 다르게 힘을 잃어가는 너를 보면서도, 그저 묵묵히 옆에 있어주던 너였기에 '조금만 힘내주기를... 그래도 살아주기를...' 하며 욕심냈어.


네가 떠나기 3일 전, 마지막으로 산책했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해.

급격히 나빠진 너의 상태에 무거운 마음으로 나섰던 산책길이었지.

조금이라도 걸어보려다가도 힘없이 주저앉아버리는 네 모습에 속으로는 너무 놀라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지만 네가 놀랄까 봐 흐르는 눈물을 간신히 참으며 애써 태연한 척했단다.


"별아, 괜찮아~ 놀라지 마. 누나가 안아줄게." 


처음으로 마주한 약해진 너의 모습에 사실은 너무 무섭고 두려웠어. 그리고 그 마음이 너한테 전해지지는 않을까 조마조마하기도 했지. 진짜로 놀란 건 나보다도 너였을 테니까...

눈을 뜰 힘조차 없어 껌뻑껌뻑 무거운 눈꺼풀 간신히 움직이며 늘 거닐던 산책길을 마지막으로 눈에 담으려는 듯 지긋히 바라보던 네 눈빛에 누나는 그저 너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옆에 있어주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더라.




이례적으로 따뜻했던 11월이었지만 네가 떠날 날은 유난히도 쌀쌀했어.

급격히 추워진 날씨에 아픈 너를 두고 출근하는 게 고민이었는데 때마침 네가 좋아하는 형이 오는 날이어서 안심하고 출근했었지. 중간중간 네 안부를 물으니 다행히도 편안해 보인다는 얘기에 큰 걱정 없이 하루를 보낸 거 같아. 퇴근하고 집에 들어와 너와 반가운 눈 맞춤을 하고는 오랜만에 온 가족이 모였다며 좋아했던 행복한 저녁시간이었어.


별아, 그래서였을까?

때마침 멀리서 일하던 형이 집에 왔고,

엄마도 누나도 형도 다 같이 맛있는 저녁을 먹으며,

하하 호호 행복한 수다소리를 마지막으로 눈을 감고 싶었던 걸까?

마치 그때를 기다린 것만 같이 가족의 품 안에서 안녕을 말하던 너.


"별아~ 엄마도 누나도 형도 별이를 너무너무 사랑해. 우리한테 와줘서 고마워."

"안녕. 사랑하는 별아. 우리 곧 만나자."


모두의 안녕을 듣고는 이내 깊은숨을 내쉬더니 평안한 얼굴로 긴 여행을 떠나더라.

지금 생각하면 우리에게도 마지막 안녕을 고할 시간을 준 것만 같아 고맙고 기특하기만 해.




별아, 너의 삶은 행복했니?

나중에 누나가 그곳으로 가면 이야기해 줄래?

누나는 너로 인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행복했다고... 널 너무 사랑한다고... 네가 엄청 엄청 보고 싶었다고 얘기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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