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oy Nov 23. 2020

내가 감동받는 순간

소소한 감동이 주는 큰 울림


내가 감동받는 순간이 언제인가? 생각해보면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위해 사소한 것들을 놓치지 않고 챙겨주고, 노력해 줄 때이다. 지난 토요일, 남편과 함께 저녁 모임에 갔을 때 일이다.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지만 3시간이 넘어가면 에너지가 바닥이나 지쳐버리는 나. 하지만 왠지 이 날은 밤 10시까지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마음을 편히 먹고, 한편으론 즐기자고 마음먹으면 잘 놀기도 해서 사람들의 말에 웃고 떠들며 재밌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한 8시 50분이 좀 넘었을 무렵인가? 남편이 “자 우리는 먼저 일어날게! 내일 일도 있고 해서” 하면서 자리를 뜬다고 말하는 것 아닌가? 나는 눈이 휘둥그레 져서 남편을 쳐다보았다. ‘어? 나 아직 더 있어도 되는데? 재밌는데? 전에는 중간이 흐름 끊고 나가는 거 힘들어했는데? 오늘 뭐지?’ 하면서 어리둥절한 얼굴로 일어섰다. 사람들과 인사를 한 후, 남편은 내 손을 꼭 잡고 바깥으로 나가면서 “8시 반쯤 나가려고 했는데 타이밍 못 잡았어. 미안해. 피곤하지 않아? 괜찮아?”라고 말하는 것 아닌가?      




신혼 극 초반, 몇 가지 다른 부분으로 투닥 했었다. 그중 하나는 사람들과 어울릴 때 나는 주로 최상의 컨디션 유지가 3-4시간 정도인데 남편은 하루 종일 같이 있어도 잘 어울려 시간을 보낸다는 것. 이제는 좀 보내줬으면 좋겠는데 보낼 생각이 없는 남편과 에너지가 점점 바닥으로 향하는 나. 한 번은 손님을 초대했는데 운이 없던 걸까? 심한 생리통까지 찾아와 점점 내 배는 아프고 몸이 내 맘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남편에게 신호를 보내려고 계속 쳐다봤지만 남편은 눈치 채지 못했고, 카톡을 보냈으나 원체 카톡을 잘 체크 안 하는 스타일이라 읽을 리가 없었다. 그렇게 2시간을 더 흘려보내고 나는 결국 남편에게 “오빠 잠깐만”하며 안방으로 데리고 가 “오빠.... 벌써 만난 지 8시간이나 됐는데... 나 너무 아파”라고 말 하자 그제야 화들짝 놀래며 친구들을 보냈던 남편. 그리고 결국 울음 터트린 나. 남편은 사람들과 잘 만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만나서 놀게 되면 오래 재밌게 놀고, 중간에 “나 이만 가볼게”라고 말하는 걸 힘들어하는 스타일이었다. 그런 사람이 내가 울고 있자 너무 미안해하던 얼굴 표정은 아직도 잊히지가 않는다.


       

그랬던 그가 지난 토요일, 중간에 흐름을 깨고 나를 위해 집으로 일찍 귀가해주었다.             



   



주일, 갑자기 난 초상에 장례식에 가야 한다며 옷을 주섬주섬 입는 그를 보며 나는, “혼자 가면 좀 그렇지 않아요? 같이 갈 사람 없어?”라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그는 “다른 사람들은 월요일에 간다는데.. 그 날은 유림이 쉬는 날이라 같이 시간 보내기로 했잖아. 그러니까 오늘 얼른 갔다 올게” 하며 가는 것 아닌가...      



혼자 잘 노는 그와 달리 나는 같이 시간 보내는 걸 좋아한다. 집에서 조용히 지내는 걸 좋아하는 그와 달리 나는 생각보다 밖으로 나가서 이것저것 경험하는 걸 좋아한다. 집에서 하루 종일 자는 게 좋은 이 사람과 잠을 줄여서라도 밖으로 나가는 게 좋은 나는 이 큰 이슈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서로 고민했다. 같이 밖으로 나가기로 하고는 남편이 늦게 일어나서, 내 컨디션이 안 좋아 못 나가게 되는 일이 자주 일어나자 나는 속이 상해서 삐지고, 남편은 미안해 하기를 반복했다. 그 반복 속에 잦은 투닥임 끝에, 나는 삐지는 게 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남편의 성향을 존중해야겠다는 다짐 끝에 남편과 4번 나가고 싶은 걸 2번으로 줄이기로 했다. 그리고 나머지 2번은 내가 좋아하는 것들 -독서모임에 참여하며 시간을 보내거나, 나의 베스트 프랜드인 엄마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시간을 채우기로 했다. 그러는 사이, 남편도 나의 성향을 조금씩 이해해주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던 그가,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로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추운 가을 저녁, 깜깜한 밤이라 더 나가기 싫었을 텐데 혼자 차를 몰고 장례식에 다녀왔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면 내가 얼마나 사랑받고 있는지 느껴진다. 큰 이벤트보다, 값어치 있는 선물을 받았을 때보다 사소한 것들을 놓치지 않고 챙겨줄 때, 나를 위해 노력해 줄 때 나의 마음은 너무나도 행복하고 따뜻해진다. 좋은 관계를 만들어 간다는 것은 이런 것 아닐까 생각해본다. 사랑을 표현하고, 관심을 가져주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달라지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 사실, 큰 선물을 받고도 사랑하는 사람이 바쁘다며 연락이 뜸할 때, 나를 위해 더 노력하지 않는 모습을 볼 때 우리는 이 관계의 끝을 알리는 신호로 받아들이지 않던가? 물질적 선물을 받고도 채워지지 않는 마음의 공허함은 이런 것들이 채워지지 않았기 때문 아닐까? 휘향 찬란한 조명과 물건들 사이에서 조금 하게 빛나는 다이아몬드가 더 아름답고 빛나듯, 관계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서로를 향한 관심과 배려, 그리고 노력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그 마음이 전달될 때 우리가 감동받는 순간이 아닐까? 그리고 정말 이 사람이 나를 아끼고 사랑해 준다고 느끼는 것 아닐까?




글: Joy Lee

사진: https://unsplash.com/photos/NK-N6coeI5Y

작가의 이전글 엄마가 내게 가르쳐준 것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