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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육아일기

1102. 우리 집 똥강아지

왜 강아지들은 무엇을 해도 귀엽고 예쁜지 모르겠다.

by 물가에 앉는 마음

손녀가 새벽에 올면서 깼다.

손녀는 ‘엄마’하며 울지 않고 ‘아빠’하며 운다.

아직 조부모가 책임지는 시간이 아니다.

새벽에 깨서 울면 아이를 달래는 몫은 아빠차지다.

엄마 아빠가 출근하고 아이가 일어났다.

이제부터 버라이어티 한 손녀 돌보미 일상이 시작된다.

‘새벽에는 왜 울었니?’

‘속상한 일이 있었어요’

‘어떤 속상한 일이 있었지?’

‘무서운 공룡이 따라왔어요.’

‘그래서 어떻게 했어?’

‘아빠를 불렀어요.’

‘아빠가 세상에 괴물은 없단다라고 했지만

이상한 소리가 들렸어요,’


얼굴을 씻기려 하자

‘평생 지저분하게 살 거야’ 하며 도망간다.

밥 먹을 때 머리카락이 방훼 하는 경우가 있다.

‘머리카락 묶자.’

‘아니야. 안 묶어.’

‘왜?’

‘어차피 어린이집 가면 선생님이 묶어주세요.’

‘평생’ ‘어차피’

이런 단어들은 어디서 배울까?


여자애라 그런지 어린이집 갈 때 옷 입히는 것이 쉽지 않지만

대부분 공룡이 그려진 속내의와 겉옷을 선호한다.

옷을 입히고 슈퍼히어로 망토를 걸치고

양손을 잡고 날아가듯 등원을 하면 오전 일과가 끝난다.


하원하면 육아 후반전이 시작된다.

날이 좋은 날은 놀이터에서 놀고

날이 궃으면 아파트 지하에 있는 커뮤니티센터 키즈짐에서 뛰어논다.

조부모 모르게 홍삼이나 녹용 같은 보약을 먹이는지

1시간 동안 트램펄린에서 뛰고 놀아도 지칠 줄 모른다.

오히려 넘어질까 걱정스레 쳐다보는 조부모들이 지친다.

손녀의 텐션을 도저히 따라가지 못하는 나는 저녁준비차 먼저 들어오고

땀을 뻘뻘 흘리며 놀았기에 지칠 만도 한 손녀는

집으로 돌아와서는 ‘이제부터 할머니와 신나게 놀아야지’ 한다.


놀이담당인 할머니가 손녀랑 놀며 지켜봤더니 손녀가 엄마증명사진을 구겨서 쓰레기통에 넣었단다. 손녀에게 할머니가 말했다.

‘엄마 사진을 구겨서 버리면 엄마가 슬퍼서 잉잉잉 하지. 왜 그렇게 했지?’

‘엄마는 화를 내’


활기 발랄하고 머리 좋은 검은색 푸들 “콜라”를 기른 적이 있었다.

애들 성화에 너무 일찍 데려와 분리불안증이 있으며 자기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아이였다.

활발하며 변화무쌍하고 감정표현에 거리낌이 없다.

배고프면 짓고 놀고 싶으면 공을 물고 와 놀아달라고 낑낑댔다.

모든 식구들이 콜라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아양을 떨었었다.


옛날 어른들께서 귀신이나 도깨비들이 관심 갖지 않도록 아이들 아명을 ‘개똥이’, ‘쇠똥이’라고 천하게 지었다. 손녀를 보고 왜 “우리 집 똥강아지”라고 불렀는지 이제야 이해가 된다.

무엇을 해도 밉지 않고 귀엽다.

말 안 듣고 고집부리며 속 썩이는 경우도 있지만

잠자러 들어가기 전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번갈아 안아주며

‘안녕히 주무세요’하는 말에

우리 집 서열 1위였던 “콜라”와 동격이 된 “우리 집 똥강아지”

왜 강아지들은 무엇을 해도 귀엽고 예쁜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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